brunch

매거진 HER Trave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Report Mar 13. 2019

‘행복한 색’으로 짜낸 월레스#시웰의 우븐 패브릭

(Wallace#Sewell)


살면서 담요를 몇 장이나 사게 될까?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담요 구매에 실패한 적이 있다. 멋져 보여서 샀는데 막상 쓰다 보니 보푸라기가 너무 많이 일어 집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작업실에서 아무렇게나 쓰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평생 쓸 수 있는 아주 좋은 담요를 사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에 드는 담요를 좀처럼 보지 못했다.


지난 여름 메인주에서 한 달 있는 동안 평생 쓸 지도 모를 담요를 두 장 샀다. 록랜드(Rockland) 다운타운의 한 편집숍에서 패턴과 색깔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가게 주인은 영국의 유명한 디자이너들인 ‘월레스#시웰'(그때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다)의 담요라면서 대를 물려 쓸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물론 내가 사본 담요 중 가장 비싼 담요이기도 했다. 이들의 자료를 찾아보다가 본점이 런던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 찾아갔다. 런던에 있는 유일한 숍이라는데, 유명한 브랜드의 샵치고는 정말이지 작았다.


Harriet Wallace-Jones와 Emma Sewell은 80년대말 학부와 대학원에서 직물을 함께 공부한 동창이다. 두 사람을 연결시킨 것은 색에 대한 관심이었다. 1992년 첼시 공예 박람회(Chelsea Crafts Fair)에 스탠드를 세우고 처음으로 ‘월레스 시웰’이라는 이름으로 스카프를 만들었다. 이때 뉴욕의 바니스(Barney’s) 백화점 액세서리 바이어의 눈에 띄어 스카프를 주문받게 된 것이 사업의 시작이다. 6개월 뒤 이 바이어가 다시 ‘다음 시즌에는 뭐할 거냐?’고 물었고 이들의 세무를 봐주던 세무사가 둘이 파트너십으로 합치는 게 세금 절약에 낫다는 이야기를 했단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25년 넘게 동업을 해온 이들은 성공을 이어가 테이트 미술관에서도 전시를 했고 지미 헨드릭스의 런던집(지금은 박물관) 침대보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중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것은 런던 지하철(tube)의 의자 커버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좌석에 사용하는 천을 ‘moquette’라 하는데 프랑스어로 ‘카페트’라는 뜻으로 질기고 튼튼한 천으로 만든다. 이 디자인을 할 때 영감을 얻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창밖으로 보이는 거의 모든 풍경의 사진을 찍었다고.


10년 전 월레스는 런던에서 두세 시간 떨어진 도셋으로 이사를 갔다. 이제는 각자 베틀을 이용하여 작업한 뒤, 매주 한 번씩 만나 상의를 한다고. 항상 함께 작업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분위기에서 작업하고, 상의하며 맞추어 가는 것이 더 좋은 협업이라고 본 것이다. 이들의 성공 비밀은 서로의 디자인에 대해 거의 완벽하게 솔직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미국 메인주의 한 가게에서 만난 담요를 통해 알게 된 월레스-시웰의 작업과 협업은 사업을 하는 나에게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그나저나 이번 담요는 정말 오래 써야 할 텐데 말이다… 런던의 가게에는 스카프와 숄이 100여장은 족히 넘었는데, 모두 패턴과 색깔이 달라서 고르는 데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원색에서 한 톤 다운을 해서 침착해보이지만 다른 색과 함께 어울려 오히려 더 화사해보이는 조합이 월레스#시웰의 특징이다.


다양한 색깔이 서로 교차되며 만들어낸 행복한 패턴들. 그 중 두 개를 사서 나왔다. 비가 제법 내리는데도 마음이 따뜻했다.


참조: “Meet the textiles team designing for Crossrail and the tube” (by Emma Love, The Guardian, 2017. 9. 16)


“My Design London:tube seat fabric designer Emma Sewell is fascinated by colour, contrast and pattern in the capital” (Corinne Julius, Home & Property, 2017. 10. 19)


“The North London Street Where Tube Moquette Is Born” (by Laura Reynolds, Londonist, 2017. 7. 25)


매거진의 이전글 ‘더 플레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