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알토의 인테리어와 전망으로 유명한 헬싱키 최고의 레스토랑
레스토랑_헬싱키
헬싱키에서 가장 유명하고 유서 깊은 레스토랑. 토요일 저녁이라 데이트와 각종 모임으로 만석. 메뉴에 나온 레스토랑 소개에는 “프로포즈를 하기에도, 연인에게 작별을 고하기에도 가장 좋은 곳”이라고 유머러스하게 적혀있네요.
1937년 헬싱키의 거부 알스트룀이 에스플라니디에 건물을 세우고 그 맨 위층에 레스토랑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전도유망한 젊은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에게 이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를 맡겼답니다. 이 레스토랑은 30~40년대 핀란드 최고 아티스트들의 협력품입니다.
건축가 발터 융의 건물 설계, 알바 알토와 글릭센이 함께 만든 회사 아르텍의 가구들, 발터 융의 딸이자 디자이너인 도라 융의 테이블 클로스… 알토 부부가 디자인한 사보이 화병이 모든 테이블에 놓여있는 풍경이라니. 비싸서 서울에서는 쉽게 사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일상용품.
지금도 1930년대 분위기 그대로 헬싱키 시가를 내려다 보는 아름다운 뷰. 직원들은 친절하고 테이블 당 스탭 비율도 최고, 거의 한두 테이블 당 한 명이 배정된 듯합니다. 매일 그날의 코스가 달라지는데 오늘의 4코스 메뉴는… 양고기 육회로 시작해 흰살생선, 사슴(순록)이 메인이라니. 고민하다 코스는 포기. 겨울이 가까워지며 루돌프가 생각나서 순록은 못 먹겠어요.
메인과 디저트 알라카르트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이곳에서 자랑하는 핀란드 식 진토닉 한 잔씩. 살짝 얼린 링곤베리에 주니퍼 잎을 곁들여 가슴이 시원해지는 맛입니다. 식전빵은 따뜻하고 맛있어서 깨끗하게 클리어. 송어로 만든 아뮤즈부셰에 미역초절임! 유럽에서는 미역을 잘 안 먹는데 아무래도 이곳을 많이 찾는 일본 방문객 덕인지도요. 제가 시킨 넙치누아제트는 비트와 순무, 당근 등 다양한 뿌리채소와 함께 나왔고 h가 시킨 안심구이는 아티초크와 함께 나왔는데 비싼 가격 때문일까, 맛있어야 하는 맛.
메인을 끝내고 디저트를 먹으려는데 갑자기 레스토랑에 비상벨이 미친 듯이 울리더니 직원들이 밖으로 대피하라는 겁니다. 8층에서 모두들 걸어 내려와 밖에서 떨고있으니 소방차가 오고 20여분 후 상황 정리. 안전하니 다시 올라가도 된다네요. 화장실에서 누군가 헤어스프레이를 엄청 사용해서 경보가 울린 것 같다는 믿기 어려운 상황. 그 와중에 다들 소방차 앞에서 인증샷을 찍네요. ^^
직원들의 거듭되는 사과를 받으며 다시 식사 시작해 디저트로 구운 사과 알래스카와 클라우드베리 셔벗을 먹고 야경을 감상했습니다. 칵테일에 와인을 실컷 마셨더니 2코스만 먹었는데도 가격이 후덜덜. 내년은 핀란드 독립 100주년, 사보이 레스토랑 오픈 80년이랍니다. 뭔가 특별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많을텐데 아껴두었다 내년에 올 걸 하는 아쉬움도 살짝. Etelaesplanadi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