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하고 거한 해산물 모둠 한 판
파리의 전통 레스토랑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요리로 치는 것이 프리 드메르, 해산물 모둠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신선함을 유지하려 비행기로 공수해야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하니까요.
파리에서의 비싼 값에 비해 바다에 면한 노르망디에서는 값도 싸고 신선하고 풍성하지요. 노르망디 지역에 도착해 처음 주문한 것도 프리 드 메르.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굴을 먹지 않죠. ‘R’이 들어가는 달에만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무색하네요. “뭔 소리냐, 별 상관없다”는 웨이터의 말에 바로 주문이요. 싱싱한 생굴 서너개에 게 반 마리, 새우 네마리, 랑구스틴 네 마리, 바닷고둥과 작은 새우 등을 살짝 쪄서 수북하게 나옵니다. 여기에 차가운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면….
각종 도구를 사용해 발라 먹어야 하는데 저는 그야말로 하수.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네요. 다른 테이블을 보니 어찌나 알뜰하게들 잘 먹는지 “졌다”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이것만으로도 배가 불러 정신 못차리겠는데, 옆 테이블 여성들은 식사를 이어갑니다. 알고 보니 프리 드 메르는 전채 수준이었나 봐요.
프리 드 메르는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면 같이 먹기 어렵습니다. 원초적, 전투적으로 먹지 않으려면 아예 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들어가는 노동력 대비 성과가 적다고 생각하는 H는 프리 드 메르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게다리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에 ” 왜 저런 걸 먹는다고 고생인가” 하는 표정입니다. 하지만 일단 먹어본 사람은 알죠. 싱싱한 살이 꽉 차 있어서 노력이 아깝지 않은, 바다의 향을 그대로 담은 맛. 앞으로 이어질 노르망디 여행, 종종 먹게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