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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가는 70년 역사의 우래옥

불고기와 냉면

by HER Report

오랫만에 을지로 우래옥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녔는데 이곳에 와서 ‘웨이팅’ 없이 밥을 먹었던 기억이 없을 정도입니다. 늘 손님으로 북적북적. 30분 대기 시간이라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죠. 이름을 적고 맘 편히 기다려야 합니다. 1946년 개업해 서울에서 가장 역사가 긴 식당 중 한곳입니다. 냉면과 불고기라는, 세상에 더 없는 조합을 맛보기 좋은 곳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긴 출장에서 돌아와 공항에서 바로 달려오는 곳이 바로 여기랍니다.


‘선주후면’을 외치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선육후면’!^^ 우래옥의 기본 코스는 불고기와 물냉면입니다. 설탕, 마늘, 간장으로 간을 한 불고기는 지나치게 달지 않고 부드러워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원래 저는 고기를 먹다 중간쯤 ‘불사리’, 냉면사리를 시켜 불고기 국물에 살짝 끓여먹는데 이날은 냉면이 기다리고… 있으니 패스.


불고기에 이어 냉면입니다. 보통 쇠고기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냉면국물을 만드는데 이곳은 쇠고기 육수를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고기 냄새 잡기 위해 사용하는 향채를 사용하지 않고 쇠고기 볼기살과 사태를 섞어 육수를 내기에 냉면에서 쇠고기 냄새가 훅~ 들어와 호불호가 갈립니다. 메밀 100퍼센트의 순면으로도 시킬 수 있습니다. 잘 끊어지는 순면은 주문에 따라 바로 면을 뽑아 내다 보니 면이 늘어지는 여름보다는 겨울철에 추천합니다.


친구분들과 이 곳에 자주 오셨던 외할아버지 따라 다니기 시작한 후로 40 여년 넘게 단골인 집. 조금씩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연세 지긋한 분들이 찾아오셔서 옛날 이야기 하며 냉면을 드십니다. 괜시리 콧날이 시큰.


부모님과는 또다르게, 무한한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셨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각날 때면 우래옥과 이남장, 대성집 같은 추억의 옛날 식당을 가게 됩니다. 제가 이렇게 아저씨 입맛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네요~ 오래 전 추억을 함께 나눠준 친구, 동료들과 함께 간 덕에 불고기와 냉면 먹는 내내 덜 쓸쓸해서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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