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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 하인즈 벡(Heinz Beck)

로마에서 유일하게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를 가진 쉐프

by 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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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로마에 신혼여행으로 2주간 머물렀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레스토랑은 Rome Cavalieri 호텔에 위치한 라페르골라입니다. 이 레스토랑은 쉐프인 하인즈 벡(Heinz Beck)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독일 태생인 그는 로마의 라페르골라에서 1994년부터 쉐프(Executive Chef)로 20년 넘게 일해왔으며, 로마에서 유일하게 미슐랭 가이드 별 세개를 2005년 11월부터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두바이에 Social by Heinz Beck, Taste of Italy by Heinz Beck을 잇달아 열었고, 도쿄의 마루노치 지역에 Heinz Beck이란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열기도 했습니다. HER-Report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HERreport)에 심볼처럼 쓰이고 있는 사진도 바로 라페르골라에서 맛본 디저트 메뉴의 사진입니다. 이 레스토랑은 American Academy of Hospitality Sciences에서 극소수의 레스토랑에 부여하는 “Five Star Diamond Award”를 받았고, HER-Report를 통해 소개했던 <Where Chefs Eat>이란 책자에도 다른 쉐프들에 의해 추천되어 있습니다.


3년이 지나 각 요리의 맛이 어땠는지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 레스토랑에 들어서고, 식사를 하면서 느꼈던 인상이나 분위기만큼은 머릿속에 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랫만에 이 레스토랑의 홈페이지와 Heinz Beck의 몇 가지 인터뷰 기사를 살펴보면서 유달리 분위기란 뜻의 ambience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분위기란 무엇일까가 궁금해졌는데요. 물론 레스토랑의 각종 인테리어 등이 나타내는 분위기일수도 있겠지만, 하인즈 벡이 2013년 Telegraph지의 Luxury 지면과 한 인터뷰 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고급 레스토랑이든 캐주얼 레스토랑이든 별로 가리지 않고 식당을 가는 편인데요, 때로는 피자 가게에 가기도 한답니다. 그가 식당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그 레스토랑이 손님을 편하게 느끼게 만드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장식이 고급스러운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손님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환영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가이지요. 우리들도 레스토랑에 가보면 너무 화려하거나 첨단적인 장식이 때론 손님인 나를 소외시키는 분위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인즈 벡은 손님이 하루 종일 일하느라 힘든데 레스토랑에 까지 와서 스트레스를 받게 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이 인터뷰에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 대목입니다. 웨이터가 고객에게 친근함을 과시한답시고, 손님에게 와서 불필요하게 자꾸 말을 건다든지(웨이터는 손님이 말하고 싶은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눈치가 있어야 한다고:)하는 행동은 삼가야하고, 손님이 필요한 것을 손님보다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고 합니다(예를 들어 손님이 외투나 가방을 어디에 둘지 난처해 한다든지, 찬 수건/물이 필요한지 더운 수건/물이 필요한지 등이 있을 수 있겠지요).


또한 와인을 다루는 소믈리에가 직접 시음은 해보지 않고, 책으로만 와인을 ‘읽은’ 다음에 손님에게 자신이 맛보지 않은 비싼 와인을 권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합니다. 물론 하인즈 벡은 레스토랑에서 요리가 뛰어나야 한다는 점은 기본이라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가 미슐랭 가이드 별 세개를 10년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물론 미슐랭가이드가 레스토랑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는 2015년 7월 한 인터뷰에서 미슐랭 가이드 별 세개를 올림픽 금메달에 비유하면서 따는 것도 힘들지만,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생각해보면 10년간 매번 금메달을 유지한 셈인데, 저도 단순히 별 세개라는 점보다는 최고의 품질 평가를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살아보니 한 때 잘하는 것보다 무엇이든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잘하는 것이 정말 위대한 것이더라구요.


그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또 느끼는 점은 페르골라를 비롯한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레스토랑 자체의 이름보다 그가 그 곳에서 일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케팅 전문가인 세스 고딘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집중하라고 했는데, 하인즈 벡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이태리 음식과 사랑에 빠졌고, 이에 집중해서 자신의 이름을 최고의 쉐프로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이 세계 최고의 쉐프가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수 있겠지만, 세계에서 한식, 혹은 그 중에서도 특정 요리(그것이 궁중 떡볶이 일지라도….)를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목적을 좁혀서 잡을 수 있겠지요. 이처럼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인 목적은 우리에게 단순히 직장이라는 이름의 거대 조직에 기대어서만 의미가 있고, 이를 떠나서는 의미가 없는 사람이 아닌 자신만의 확고한 기술과 직업을 가진 전문가로 만들어주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최근 오픈한 Taste of Italy by Heinz Beck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밝힌 점은 우리에게 또 다른 시사점을 주는데요. 그는 전세계에 수 많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이 있지만, 진정한 이태리 음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전세계에 있는 피자 레스토랑의 99%는 어떻게 전통적인 이탤리언 방식으로 피자를 만드는지 모른다고 말하는데요. 그는 피자 도우를 48시간 동안 숙성한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진짜 이탤리언 음식은 무엇일까요? 그는 “20년 전에 이탈리아인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만들어 주던 라자냐”라고 표현하면서 더 이상 그 때의 전통적인 음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는 그가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태리에서 (손님으로서)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새로운 레스토랑을 통해 구현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결국 자기나 자기 친구/가족들에게 먹이고 싶은 이탤리언 음식을 레스토랑에서 손님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지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백종원씨의 음식을 저도 가끔 따라서 해먹어보기도 하고, 그가 운영하는 식당에도 가보지만, 역시 아쉬운 것은 그가 내놓는 음식이 20년전 우리가 먹던 전통적인 방식의 음식은 아니라는 점입니다(물론 그가 이런 것을 추구하는 것도 아닐테니 이를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구요).


그렇다면 예전 전통방식의 한식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한식대첩>에서 가끔씩 보기도 하고(그러나 먹어볼 수는 없고:), 얼마전 HER-Report를 통해 소개한 우래옥과 같은 곳에서도 먹어볼 수 있는데요. 앞으로 20년이 지나도 이런 고유의 음식맛이 우리 곁에 있을 수 있으면 좋겠고, 이런 우리 고유의 맛을 지속적으로 이어 주는 쉐프 혹은 주방 아줌마의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 하인즈백에 대한 기사를 읽고 글을 쓰다가 생각이 여러갈래로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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