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숙성회
하루 종일 길고 긴 회의. 뾰족한 해결책 없는 고민들이 길게 이어지다 보니 두 배로 지칩니다. 하여, 회의 후 다같이 향한 곳이 서린동의 신성일식! 스파게티나 프렌치 레스토랑보다 500배 좋지요.
50년 넘게 종로 일대에서 영업을 해온 이곳에 들어가면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납니다. 점심 때 가면 주로 서더리탕이나 보리굴비를 먹는데 저녁이니 푸짐한 회를 먹기로 했습니다.
미련하게 양배추와 오이, 당근을 쌈장에 찍어 몇 접시나 먹어버려 정작 회가 나오니 배부른 상태. 요즘 왠만한 음식점들이 김치를 사다 쓰는데 이곳은 직접 담근 김치를 자랑합니다. 갈치를 넣어 만들어 유명하지요(비릴 듯 하지만 의외로 담백하고 깊이 있는 맛). 우선 갈치를 골라 먹고, 김치에 회 한 점 올려 먹기. 도미, 광어, 기타 등등 두툼하게 썬 모듬회가 나오는데 활어보다 선어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반가울 뿐이고~ 여름이 다 갈 때라 민어껍질과 …고등어 초회도 나옵니다.
사시미, 회는 생선 자체의 맛으로 먹어야 한다지만 이렇게 김치에 싸서 ‘한국식’으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계속 ‘리필’해주니 회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반가울 듯해요.
새우와 채소 튀김에 생선조림이 이어지고 마지막은 차가운 녹찻물에 만 밥 한 술에 보리굴비(사장님이 바로 옆에 앉으셔서 마구 사진 찍기 민망…)
가격이 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서빙하시는 분들이 활달하고 친절한, 호방한 음식에 시끌법적한 분위기의 ‘한국식’ 일식.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갈 때마다 제철 생선을 맛볼 수 있어 늘 즐거운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