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셰프의 힘
레스토랑_뉴욕
짧은 일정 마지막 디너는 트라이베카의 정식(Jungsik). 지난해 미쉘린가이드에서 2스타를 받아 화제가 된 곳으로 서울 정식당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분위기다. 밖에서 보면 아무 간판없이 문 앞에나 가야 아주 작게 ‘정식’이라고 쓰여있고 흰 천으로 창문이 가려져 있다. 넓고 환하며 단순한 실내가 인상적이다.
와인리스트도 좋고 소믈리에분도 친절한데 왠지 이곳에 오니…. 와인 말고 한국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 한국술을 주종으로 하는 칵테일을 할까 하다, 소믈리에와 상의해 화요 언더락으로 주문! (현지 손님이 많다 보니 한국소주를 이렇게 먹는 테이블은 거의 없다고).
점심을 많이 먹은 터라 5코스로 주문했는데 역시 만만치 않은 양이었다. ‘반찬’이라는 이름의 아뮤즈부세는 푸아그라 무스, 연어알 콘, 굴튀김, 수육에 수박절임을 이루어져 흰 자기에 담아 나왔다. 고급술안주 느낌이다. 화요 시키길 잘했다며 모두 건배. 그 다음은 토마토와 깻잎 셔벳을 곁들인 방어회. 그리고 홋카이도 산 성게를 올리고 퀴노아 튀김을 곁들린 해초 리소토가 이어진다. 고추장소스를 곁들인 은대구 구이는 꽤 매운 편이지만 그래서 더 개운한 맛. 마지막 메인은 저온조리로 부드러운 오리고기가 나왔다. 초반에 너무 여유 부리며 천천히 먹다 행사 시간이 촉박해 프리 디저트와 디저트는 급하게 먹어야 할 상황이 되어서 스탭분들이 더 당황.
고급 한식당이라기보다는 한식 재료와 조리법을 가져온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라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한국 손님이라면 참기름향과 고추장의 맛, 명이나물 장아찌 등 익숙한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고 외국 손님이라면 기존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맛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식사 내내 손님이 얼마나 오나 혼자 계속 신경을 썼다. 팔은 안으로 굽고 피는 물보다 진하니. 렌트에 인건비 비싼 뉴욕에서 이렇게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일이 어디 쉬울까. 우리 테이블을 제외하곤 상당수는 중국 손님과 현지인 인듯 했다. 혼자 와서 모든 코스를 충분히 즐기는 손님도 있었고 특별한 기념일 디너를 하는 테이블도 있고. 거의 모든 테이블이 채워진 것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지다가… 아니 내가 도대체 누구 걱정을 하나 싶었다.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레스토랑인데 주제 넘게. 그냥 내 걱정이나 하자. 내가 문제다. 이 세상은 그저 나만 잘하면 된다… 2 Harrison St. 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