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g’의 삼시세끼

이렇게 먹고 마시고 쉬면 ‘Pig’가 되는 건 시간 문제

by 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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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영국, 브로큰허스트


‘Rooms with restaurants’이라는 소개답게, ‘The Pig’가 유명해진 것은 거의 모든 재료를 넓은 키친가든과 과수원, 목장에서 직접 키우고 숲에서 채집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키친가든으로 책과 잡지에 소개될 정도. 헤드셰프는 키친가드너, 채집자와 함께 일하는데 ‘25마일 반경에서 구하는 현지 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원칙. 온실과 버섯 재배 전용 오두막, 소시지와 베이컨을 만드는 훈연실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탄 덕에 점심 전 도착했다. 체크아웃이 2시 이후라 우선 바(bar)로 달려갔다. 커다란 유리 통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는데 모양과 색이 각기 다른 오래된 유리잔들이 빛을 반사해 꿈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진다. 칵테일을 주문하면 유리잔을 하나 골라 서빙해주는데 특히 관심가는 것은 서양배, 라임, 살구 등 온갖 과일과 다양한 허브를 넣어 맛과 향을 달리한 50여종의 진(gin). 할머니들이 과일과 약초에 소주 부어 만든 가양주 컬렉션과 완전 비슷한 분위기다.


날씨가 너무 좋아 야외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눈 앞에 커다란 화덕이 보인다. 이곳의 명물 중 하나로, 제철 재료를 토핑으로 사용하는 플랫브래드는 점심 최적 메뉴. 장작을 사용해 바로 구워내는데, 텃밭정원에서 가져온 베이비 젬(양상추의 일종)을 반으로 잘라 화덕에 구워 앤초비 드레싱을 뿌려 겉은 부드럽고 속은 아삭하다. ‘더 피그’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돼지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많고 또 맛있다. 바삭하게 튀긴 돼지껍질과 삼겹살 부위는 맥주 안주로 최고.


체크 인 후에는 키친가든을 구경했다. 이름을 다 써놓아서 투숙객들도 채소와 허브가 원래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다.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영국 음식, ‘마이크로 시즌’에 맞게 그날그날 가든에서 수확한 가장 신선한 채소와 숲에서 구해온 재료로 음식을 하기에 메뉴가 매일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바에서 다시 칵테일 한 잔에 간단한 스낵을 먹고 책을 읽으며 쉬다 9시 넘어 저녁.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이 꽉 찬 레스토랑, 이야기소리와 웃음소리가 그득하고 맛있는 음식냄새가 난다. 바삭한 아란치니를 먹고 뿌리채소 잔뜩 넣은 수프를 마시고 수란을 올린 아스파라거스를 먹고 마지막은 무지막지하게 큰 토머호크 포크찹을 메인으로(절반은 뼈라구요…). 자연에서 풀어 키우고 잡은 후 냉동하지 않아 쫄깃한 비계와 부드러운 살이 어우러진 돼지고기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손 많이 가고 복잡한 요리가 아니라 호쾌하고 투박한 시골 요리로 재료를 굽거나 찌거나 한 후 간단한 소스로 맛을 내고 불필요한 장식이나 프레젠테이션은 없다. 주위 사람들 모두 설겆이가 필요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접시를 비운다. 실컷 잘 먹고 별이 가득한 하늘 구경하다 숙소인 오두막으로.


아침은 뷔페 스타일인데 시리얼과 뮤슬리, 빵과 과일조림으로 차려진 식당이 어제 저녁과 다른 차분한 분위기로 투숙객을 맞는다. 서울은 언제부터인가 갈색달걀만 보이는데 여기 양계장에서 가져온 달걀은 색이 미묘하게 조금씩 다 다르다. 반숙을 해도 비리지 않아서 계란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두 개나 먹었을 정도.


또다시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햇빛을 받고 영국식 티에 레몬케이크 한 조각을 먹고 나서 체크아웃. 이틀 동안 잘 먹고 마시고 쉬었으니 다시 런던으로 떠날 시간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이틀 간의 완벽한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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