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skaffe

모노클의 새로운 실험

by 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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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파운드(한화 4,300원 정도) 정도 되는 물건을 사고 5파운드 지폐를 냈다. 그랬더니 직원은 “모노클 정책에 따라 저희 매장에서는 ‘현찰 없는 가게’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소액이라도 카드로 결제해달라는 것이었다…


패딩턴역 근처에 머물면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작지만 눈에 띄는 가게가 있었다. 알고 보니 <모노클>의 편집장이자 회장인 타일러 브륄레가 2015년 키오스크 카페라는 새로운 샵을 이 곳에 처음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완벽한 신문가판대와 커피바(the perfect newsstand and coffee bar)’가 컨셉이었다. 지금 완벽한 신문가판대는 왜 필요한 것일까?


모노클은 뉴스 산업이 축소되어 가는 시대에 대한 자신들만의 반응으로서 이런 컨셉의 카페를 내놓았다. 멋진 공간에서 인쇄매체와 훌륭한 이미지, 종이에 대한 찬사를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모노클만의 시선으로 큐레이션 했을 각종 뉴스, 잡지와 맛있는 커피, 그리고 몇 가지 신선한 빵과 샐러드가 있다. 야외에 있는 2-3개의 작은 테이블을 빼고 나면 실내에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창가에 나란히 앉는 6석 정도? 이 좁은 가게 한쪽 구석에 제법 커다란 복사기 같은 것이 있다.

무엇인지 물어보니 Print on demand 서비스로 전 세계 매체 신문을 종이에 프린트해주는 서비스라고 한다. 작은 가게 창가에 앉아 빵과 커피를 먹으며 인쇄 매체의 미래 혹은 뉴스의 미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답이 없는 질문에 꼬리를 문 몇 가지 생각.


1. 이 카페를 보면서 뉴스의 미래와 공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근 수년 동안 우리 삶의 변화를 살펴보면 신문을 집으로 배달하여 보는 가정의 숫자는 급격히 줄었고, 반면에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무엇인가 작업을 하기 위해 동네 카페를 찾는 숫자는 급격히 늘었다.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에 대한 관심도 늘었지만, 예쁘고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도 많이 늘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뉴스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거의 디지털, 즉 온라인과 연결 지어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직 실험단계인 키오스크 카페가 시도하는 것은 어쩌면 뉴스(혹은 신문, 잡지)의 미래를 공간을 통해 찾아보려는 시도로 보였다.


2. 이번 런던 여행에서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보면서 느꼈던 것은 전시물(콘텐츠)이 주는 힘도 있지만, 그것을 담아내고 소비하는 공간이 주는 힘이 압도적이었다는 것이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작지만 특색 있고 예쁜 동네 서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과거 동네서점의 부활이라기보다는 책을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공간이 진화해나가는 것이라 본다. 책 판매의 목적도 있겠지만, 저자들을 거의 매일 초청하여 강연을 여는 공간으로서 서점 등은 과거 담아내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이다(물론 미국과 같은 곳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반스앤노블 같은 지역 서점에서 주말이면 저자와의 대화 등이 활발하게 열려왔다). 키오스크 카페와 같은 카페가 신문이나 잡지를 소비하는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을까?


3. 반면에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키오스크 카페가 과연 얼마나 수익이 날까에 대한 의심도 접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신문과 잡지는, 커피와 차는 얼마나 팔릴까. 뉴스를 소비하는 새로운 공간으로서 키오스크 카페의 의미도 있겠지만, 모노클이라는 인쇄매체의 브랜딩과 차별화를 위한 공간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현대카드가 각종 라이브러리를 통해 컬처 기업으로서 브랜딩을 해 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4. 새로 생겨나는 서점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다. 크기가 작다는 것은 그만큼 큐레이션, 즉 선택을 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서점뿐 아니라 가게, 매체들도 점차 좁고 깊은 경향성을 띄면서 점차 에디팅(editing)이 중요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편집(edit)의 뜻을 사전에 찾아보면 없애다(to remove), 변화시키다(to change)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버리는 것이다. 키오스크 카페에도 한정된 키오스크에 전시할 잡지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선택지를 버렸어야 했다. 이러한 선택에는 기준이 중요한데, 그것이 바로 취향이 아닐까 싶다.


모노클이 되었든 서점 주인이 되었든 누군가의 취향이 다른 사람과 공통점을 만들어내고, 방문과 구매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만의 취향이 있다는 것은 이 시대에 훌륭한 무기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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