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류이치

단골 레스토랑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준 음악가

by HER Report


“좋은 레스토랑이면 마땅히 좋은 배경 음악이 필요해!”

<뉴욕타임즈> 웹사이트를 보다가 재미난 내용을 발견했다.


지금 남산 기슭의 ‘피크닉piknic’에서 전시를 하고 있어서 더욱 반가운 재즈 피아니스트 사카모토 류이치는 뉴욕 맨해튼의 일본 음식점 ‘카지츠Kajitsu’의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은 이곳에서 그가 도저히 견디지 못한 것이 바로 레스토랑에 흘러나오는 소위 ‘백그라운드 뮤직’. 브라질리언 팝과 오래된 미국 포크 음악, 마일즈 데이비스의 재즈가 온통 뒤섞인 선곡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자신이 직접 음악을 선곡해주면 안 되겠냐고 셰프에게 제안했단다.


물론 무료로. 왜 아니겠는가. 편집자에겐 오탈자가 범벅된 책을 읽는 기분, 셰프라면 형편없는 음식을 먹는 기분일 테니.


이상한 음악이 요란스럽게 나오는 공공 공간이라면 불평 없이 그냥 그곳을 떠난다는 사카모토는 이 레스토랑을 워낙 좋아하고 셰프의 솜씨를 존경하기에 이런 제안을 했다고. 셰프에게 보낸 메일에 “이곳 음식은 마치 일본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황실 별장인 교토 가츠라 궁 같은데 음악은 꼭 트럼트 타워 같다”고 썼다니 참 직설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플레이리스트에는 존 케이지, 아메드 자말 트리오, 빌 에반스, 펫 메스니와 웨인 쇼터, 앤 아키코 마이어스 등의 음악을 포함해 47곡이 들어있다. 조용하고 느린 피아노 솔로곡, 노래라면 영어가 아닌 것으로 세심한 고민 속에 만든 리스트라고 한다. 음식은 물론이고 공간의 분위기와 인테리어에 사용한 색깔, 레스토랑 조명의 분위기 등등을 고려했단다. 기준은 ‘일종의 엠비언트뮤직, 브라이언 이노 분위기 말고 훨씬 요즘 스타일로’였단다.


음식점이나 카페에 갈 때마다 ‘멜x 100 리스트’, ‘추억의 골든팝스’가 끊임없이 반복되어 나오는 바람에 나중엔 플레이 순서까지 외워버릴 뻔한 기억이 있어서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좋은 레스토랑이라면 그에 맞게 좋은 음악 선곡이 필요하겠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일까. 이 기사에는 레스토랑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셰프들의 이야기도 들어 있어서 재미있었다. 스스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거나 사운드 디자인 회사를 고용하거나…


다시 사카모토 이야기로 돌아와, 그는 이 레스토랑을 위해 계절마다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셰프의 다음번 레스토랑을 위해서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한다.

멋진 단골이 이런 배려와 애정을 보내주다니 도대체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 걸까. 혹시 뉴욕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음악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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