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대기가 아깝지 않았던 오뎅집
레스토랑_가나자와
가나자와는 오뎅소비량이 일본에서 1등인데다가 바다가 가까워 신선한 해산물 구하기가 쉬운 곳이라 유명한 오뎅집이 잔뜩 있다. 겨울이면 오뎅의 인기가 더 높아지니 많은 관광객들 틈에서 어디에 가야 하나… 수상을 몇 명이나 배출한 야마구치 현 등과 달리 이시카와현은 생각나는 유명인이 별로 없다. “먹을 것 많고 좋은 온천 많은데 뭘 그리 복잡하고 피곤하게 사나. 이시카와현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는 마쓰이 선수 정도?” 오래전 가나자와에 왔을 때 료칸 할아버지가 해준 말이 생각나 혼자 웃다 마쓰이 히데키 선수의 단골 오뎅집으로!
‘오뎅 이자카야 미유키(おでん居酒屋 三幸)’는 오픈 시간이 5시이니 너무 일찍 가면 장사 준비하는 직원들이 무안할 것 같아 나름 시간 조정해 5시 10분 도착했는데…. 망했다. 이미 자리는 다 찼고 우리 앞에 웨이팅이 20명. 오면서 다른 유명 오뎅집도 살피고 왔는데 그곳들은 다 한산하거늘 왜 여기만 이런지. 가게 안 대기석에도 못들어가고 추운데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뒤로 사람들이 계속 줄을 서서 오기가 생겨 일단 버티기로. ”초인기 오뎅 이자카야라 항상 줄이 길다”는 이곳 사람들 말을 무시했던 어리석은 나여, 반성을 하자.
1968년 문을 열어 작년에 50주년이었다는데 그러지 않아도 단골 많고 손님 많은 이곳은 2년 여 전 도쿄-가나자와 신칸센 개통으로 일본 내 관광객이 엄청 늘어났단다. 금방 먹고 나가는 밥집이 아니라 오뎅에 술에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자카야라 한번 회전하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이런 오뎅집은 무조건 카운터에 앉아야 신이 나니 방에 자리한 테이블석은 과감하게 뒷사람에게 양보하는 객기를 부리며 2시간 버티다 드디어 원하는 자리가 났다. 울컥하는 마음에 H와 절로 하이파이브.
술 한 잔에 안주 한두 개로 두 시간 보내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먹는 법을 보여주겠다며 기세 좋게 메뉴 탐색. 겨자와 후추를 넣은 감자샐러드와 매실주로 시작. 가나자와 오뎅의 ‘머스트’는 글루텐을 둥글게 말아놓은 ‘구루마후(車麩)’. 계란을 통으로 삶아 넣는 게 아니라 계란말이를 해서 넣는 것도 이 지역 오뎅의 특징이다. 여섯 종류가 나오는 모듬오뎅으로 만족할 수 없어서 소힘줄 부위인 스지와 무도 추가. 교토의 ‘쿄 야사이’나 나라의 채소인 ‘야마토 야사이’처럼 가나자와 이 일대에서 나는 채소를 ‘가가 야사이(加賀野菜)’라 부르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조금 짧고 굵은데 단맛이 나고 오래 삶아도 푸석거리지 않는 무인 ‘겐스케 다이콩 (源助大根)’이다. 한국에서는 무를 오뎅 국물용으로 생각하지만 일본은 무가 당당히 주인공 중 하나다.
그러고도 아쉬워 우엉을 넣은 고보텐과 실곤약, 계란을 어묵으로 감싼 ‘햐쿠탄’ 추가. 아직 못 먹은 오뎅이 많은데 이 집은 이자카야 안주와 식사거리도 많아서 오뎅은 이쯤에서 쉬고 가가 채소의 또다른 대표인 가지를 반으로 잘라 된장을 발라 구운 ‘나스덴가쿠’에 오징어다리 튀김 추가. 밥을 안 먹으면 허전하니 흰쌀밥에 대구알 조림까지 먹으니 배가 부르다. 사시미와 생선구이도 맛있다는데 거기까지는 무리.
영어가 거의 안 통하지만 그냥 먹고 싶은 것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끝. 음식도 맛있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분위기 요란법석이다. 다시 오고 싶지만 기다릴 엄두가 안나서 고민이다. 4시 30분쯤 와서 기다리다 일찍 들어가거나 아예 늦게 오는 것이 좋고 4명 정도면(2인은 예약을 잘 안 받아서..) 미리 예약하면 좋을 곳이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지만 어쨌거나 마쓰이 히데키 선수, 덕분에 이 난리 치고 여기 오게 되어서 고맙긴 고마워요!
石川県金沢市片町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