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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5. 2019

루브르아부다비 뮤지엄

사막 위에 새롭게 세운 ‘루브르’


10년 쯤 전, 루브르박물관의 첫 해외 분관이 아부다비에 문을 열 예정이라는 기사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한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7년 예정이던 완공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뤄졌고 10년만인 지난 2017년 11월 드디어 완성되어 모습을 공개했다. 두바이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 오가며 세 시간 가까이 길 위에 있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 가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부다비 북쪽의 사디얏(Saadiyat) 섬으로 연결되는 입구에는 ‘Culture District’라는 표지판이 서있고 곳곳이 공사중이다. 멀리서 모습을 나타내는 박물관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아랍의 기후와 지형, 문화를 고려해 설계했는데 건물은 온통 흰색으로, 격자 모티프를 곳곳에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둑을 막아서 공사를 하고, 끝난 후에 둑을 터뜨려 다시 바닷물이 들어오게 하는 전통적인 수로 공사법을 이용했다고.


입장하면 사막 유목부족을 규합해 UAE를 세운 셰이크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의 사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 사람의 야망과 열망이 모래사막 위에 고층건물이 빽빽히 들어선 미래도시를 만들어낸 것인가. 연대기 순으로 전시가 이어지는데 개관 1년이 채 안된 공간은 깨끗하고 쾌적하다. 전시품의 절반 이상은 파리 루브르에서 대여해온 것인데 인간에 대한 이해, 문화의 교류, 종교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등을 주제로 각 전시실에 작품들이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다.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등 루브르 파리의 대표작이 개관 기념으로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전시품이 아닌 하늘과 바다와 사막을 배경으로 하는 박물관 공간 그 자체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장 누벨이 이 공간을 설계하며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천장 구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야자수가 엇갈려 사막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데에서 착안했는데 구조물은 8개의 레이어로 이루어져 자연광을 시간마다 다른 느낌으로 투사해준다. ‘Rain of light’, 그야말로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비 오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는데 바보 같은 의문이었다. 여기는 사막, 비가 잘 안오고 혹시 온다 해도 양이 많지 않을 테니. 전시의 마지막 역시 초대 셰이크의 엄지손가락 페인팅이다. 작은 시작으로 창대한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음을 기억하기 위해서란다.


석유 수출을 넘어서 관광과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을 위한 엄청난 투자의 시작이 아부다비 루브르의 설립이었는데, UAE 정부가 30여 년 간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루브르 소장품을 대여해 전시하며, 프랑스 문화재 전문가가 파견되어 자문해준다는 조건으로 지불한 금액이 9억7400만 유로라고 한다. 한국돈으로 1조3000억 원 정도라는데 가늠조차 되지 않는 금액이다. 누군가는 돈자랑이라고 비난하겠지만 그 30년 동안 이들은 전 세계 미술품을 사들이고 운영법을 익혀서 ‘루브르’라는 이름과 작별한 후에도 여전히 최고로 남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가장 해결이 쉬운 문제다”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듯했다. 으으… 폼나는군.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뉴욕보다 7배 큰 규모로 프랭크 게리가 설계하는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을 기획하고 있고 노먼 포스터의 설계로 아랍 문화를 집대성하는 국립민속박물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하는 해양박물관 등이 완성되면 사디얏은 표지판처럼 거대한 ‘세계의 문화중심지’가 되겠지. 우리 시대 가장 유명한 건축가들이 한데 모여 이렇게 큰 작업을 허고 있다니 그야말로 드림팀, 역대급 규모의 프로젝트다. 지구 상 국가 3분의 1이 비행기로 4시간 거리에 있고, 나머지 3분의 2가 비행기로 8시간 내외의 거리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모래 위에 만드는 예술 지구. 다시 아부다비에 갈 이유로 충분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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