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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7. 2019

지난 10년, 극히 사적인 ‘샴페인 명예의 전당’


자동차도 없고 비싼 옷도 별로 안사는 제가 누리는 거의 유일한 호사가 바로 샴페인입니다. 기분 좋은 거품, 독특한 향과 맛, 긴장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띄워주는 매력을 거부할 수가 없거든요.


샴페인이나 스파클링와인은 한번 따면 가능한 다 마셔야 하니 혼자서는 마시기가 무리였죠. 10년도 훨씬 전 데이트 시작하고 H와 함께 샴페인을 마시며 ‘시너지’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체감했습니다. 한식에, 스시에, 피자와 치킨에, 프렌치와 분식에도… 둘이 함께 마시니 한 병 비우기가 어렵지 않았거든요. 가격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좋은 스파클링 와인도 많고 와인수입사와 백화점, 마트에서 할인행사 할 때 충분히 사두는 방법으로 그나마 해결했네요. 그래도 지금까지 마신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돈으로 따져보니 휴우… 그 돈을 저축했더라면 엄청난 금액이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샴페인이 아니라면 또다른 데에 이 돈을 썼겠죠. 물건을 사서 자리 차지하며 쌓아두는 게 아니라 먹고 마셔서 없애는 편이 낫다고 스스로 위로하곤 했습니다.


샴페인을 따면 별 생각없이 큰 통에 코르크 마개를 던져놓았었는데 대청소하며 보니 꽤 많이 모았네요. 이번에 H의 목공작업실을 만들며 한쪽 벽 오목하게 만들어둔 벽감에 그동안 마셨던 샴페인 코르크를 가져다 올려놓았습니다. 이 샴페인을 언제 마셨더라 옛 추억을 더듬어 보기도 했습니다.


좋은 일 있을 때에는 축하하느라, 힘든 일 있을 때에는 위로하느라,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심심함을 덜기 위해 같이 마셨던 수많은 샴페인들. 앞으로도 웃고 울고 심심해 할 날은 얼마나 많을까요. 그때마다 이 보글거리는 샴페인 한 잔이 더해져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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