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기온의 명소가 된 바
스페라 빌딩 3층에는 꽤 유명한 바가 자리잡고 있다. 극장에 들어가듯 길게 이어지는 어둠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데 번잡한 일상과의 완벽한 차단을 위한 장치인 듯하다. 원래 바야 어둡지만 이곳은 훨씬 더 어둡다. 바 옆에 스크린이 내려져 있는 곳은 단체 손님을 위한 테이블. 이곳 가구는 모두 스페라에서 디자인한 것이고 컵과 접시 등의 테이블웨어 역시 스페라 숍에서 골라온 것이다.
H는 야마자키 2006 한정판(헉! 비싸다!), 나는 진 리키 한 잔을 마시고 뭘 더 마셔볼까 생각하다 뭔가 교토적인 분위기를 담은, 창작 칵테일을 부탁했다. “조금 단맛”이라며 신기하게 말차가루를 꺼낸다. 잇포도의 차가 널리 알려졌지만 그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더 좋은 찻집이 류오인인데 그곳의 차를 사용하나 보다. 말차가루에 밤 크림을 넣고(베이스로 무슨 술을 썼는지 알려주었는데 까먹었다.. ㅠㅠ) 셰이킹하더니 연한 녹색의 칵테일이 나왔다. 칵테일 이름은 ‘소에키(宗易)’. 일본의 다성, 차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센리큐의 어린 시절 이름인 ‘센소에키’에서 가져왔단다. 이야기처럼 살짝 달고 크리미한데 맛있다. 도수가 꽤 높은 편이라 단맛에 속지 말아야 할 듯.
바텐더가 영어가 능숙해서 그런지 외국 손님이 많다. 위스키와 브랜디 등이 400종, 셀러가 따로 있어서 와인과 샴페인도 1백 여 종 준비되어 있다. 기온 근처에서 저녁 먹기 전 간단하게 식전주를 하거나 식사 후 간단하게 한 잔 하고 싶을 때 가면 좋을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