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자렛과 무위(無爲)
"그런(연주) 상황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시끄러운 소음과 같지요."
생존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인 키스 자렛(Keith Jarrett)은 2009년 10월 아틀랜틱(Atlantic) 잡지에 실린 데이빗 쉥크(David Shenk)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생각이 소음이라고? 이 부분에서 의문을 가진 나는 첫 장을 펼쳤다가 읽지 않은 책 <애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에드워드 슬링거랜드 지음, 김동환 옮김, 고반, 2018)를 떠올렸다.
이 책은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아시아학과의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중국의 무위(無爲) 사상에 대해 비교적 알기 쉽게 쓴 책으로 부제는 "고대 중국, 현대 과학, 자발성의 힘"이다.
중국철학에 대한 이 책에서는 무위 사상을 현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로 재즈의 즉흥연주를 든다.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 그렉 브루크(Greg Burk)가 말하듯이, 최고의 즉흥연주는 의식적 사고로부터 해방되어 몸으로부터 힘들이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며, 이 경우에 ‘음표의 선택, 휴지, 각 악절의 모양은 모두 통일되고 유기적인 전체를 표현한다.”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82쪽)
슬링거랜드에 따르면 “무위는 최적으로 활동적이고 효과적인 사람의 동적이고, 힘들이지 않으며, 자기를 의식하지 않는 마음 상태” (34쪽)이다.
키스 자렛의 인터뷰를 읽게 된 것은 피아노 선생님이 내준 과제 때문이었다.
1주일에 한 시간씩 재즈 피아노를 배운 것이 3년째 되어 가는데, 선생님은 가장 좋아하는 재즈 연주자에 대해 짧은 글을 써보라고 과제를 주었다.
키스 자렛의 인터뷰 읽기는 슬링거랜드의 책 읽기로 이어졌고, 결론적으로 나는 왜 나의 피아노 연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생각하면서' 피아노를 연주하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배우며 무엇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손으로 한 마디를 치는 동안 내 눈은 다음 마디를 보면서 손을 어디에 놓아야 하지? 생각으로 가득하다. 반복 연습이 부족하기 때문에 연주 중에 나는 머리로 정신없이 생각하며 연주하고 있다.
결론은 몸이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피아노 선생님이 “손가락 근육이 음을 기억하게 하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는 바로 슬링거랜드가 말하는 “몸생각(body thinking)”을 뜻한다.
출퇴근 길처럼 익숙한 길을 오가거나 운전할 때 우리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무위 상태는 몸이 생각하지만, 머리는 생각을 비울 수 있는 상태와 가깝다.
키스 자렛은 2014년 NEA Jazz Masters Awards 연설 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피아노 연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코드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요. 스케일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을 붙잡고 있는(방해하는) 무엇인가를 풀어주기 전에는 여전히 제로(0)의 상태인 거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지를 않아요……내 생각에 내 역할이란 그냥 흘러나오도록 하는 거에요. 거기에는 어떤 법칙도 없지요…… 재즈에서는 이야기(내러티브)가 음악을 나아가게 만드는 거에요. 이야기는 연주자이고 연주 자체이지요… 만약 어떤 음악을 듣고, 그것이 당신을 변화시켰다면 그것은 어떤 연주자가 혁신가가 되었기 때문이에요. 연주자들은 악기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혁신가가 되는 거지요.”
피아노 뿐이겠는가, 요리, 목공, 대화/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것이 익숙해져서 몸이 기억할 정도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인가를 잘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그때서야 정신이 해방되고, 자유롭게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애쓰며 노력하는” 과정이 선행하게 된다. 피아노를 예로 든다면 반복적인 연습을 통한 애쓰기 과정이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머리가 아닌 손과 몸이 악보를 기억하는 수준이 되면, 정신은 해방이 되고, 손과 몸이 피아노를 통해 나를 연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 아닐까?
슬링거랜드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유명한 재즈 음악가 찰리 파커(Charlie Parker, 1920-1955)는 음악가 지망생들에게 ‘색소폰을 연주하지 말고 색소폰이 당신을 연주하도록 하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24쪽)
키스 자렛은 연주할 때 몸을 단순히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엉거주춤하게 서 있기도 하고, 발로 스테이지를 구르며, 입으로는 기괴한 소리를 낸다. 이것이 쇼가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그가 무위의 상태에서 머리가 아닌 몸이 연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그리고 피아노를 직접 배우면서 얻는 더 소중한 통찰은 무엇인가를 잘하게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는 것이다. 무위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수많은 반복이 필요하다. 몸이 기억할 때까지 말이다.
Keith Jarrett - Danny Boy (Tokyo -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