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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5. 2019

행복을 가져다주는 궁극의 삼위일체, 음악과 맛있는 음식

샴페인은 즐거움을 위한 술이다. 뭐, 다른 술도 마찬가지겠지만... 샴페인은 온갖 감각을 자극하는 술. 최고의 샴페인 메종인 ‘크루그(krug)’는 7, 8년 전부터 해마다 특정 식재료를 선정하고 음악과도 매칭하는 행사를 연다. 달걀, 감자 등이 등장했고 지난 해에는 버섯이 주제였는데 올해는 생선이다.

 ‘크루그 인카운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행사는 빅토르 최의 생애를 담은 영화 <레토>의 주인공인 유태오 배우가 음악 큐레이션을 맡았다. 크루그 그랑퀴베 166번째 에디션을 시음하는 동안 오드 지하의 멋진 오디오로 핫 사르딘스의 ‘Frenchfries&Champange’가 나오고 이어서 최백호의 ‘방랑자’가 나왔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라 배우가 되기로 하고 한국과 유럽을 오가던 자신의 모습이 ‘방랑자’처럼 느껴졌다고.

그 다음 자리를 ‘라미띠에’로 옮겼다. 크루그의 No.2 샴페인으로 분류되는 빈티지 와인 중 2004 빈티지를 베이스로 빚은 그랑크뤼 No.160 edition에는 피아졸라와 가르델의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탱고 음악이 함께 했고 장명식 셰프는 전복 감자요리 두 가지로 애피타이저를 선보였다. 하나는 감자 커스터드를 올렸고 또 하나는 튀겨내었는데 “클래식한 음식, 같은 재료로 같은 재료가 내는 다른 맛을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오늘 이 요리를 위해 다른 예약을 일체 받지 않았다는 장명식 셰프의 바람. 한동안 못간 라미띠에에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자리를 옮겨 ‘에스뿌아 뒤 이부’로 향했다. 무더위가 살짝 가신 여름밤, 그랑퀴베 166에디션에 생선요리가 이어졌다. 전 세계 최고의 셰프들이 크루그의 생선 프로젝트를 위해 스페인 마요르카에 모였는데 한국에서는 임기학 셰프가 참석했고 그때의 영감을 기반으로 크루그 인카운터 행사에 어울리는 메뉴를 만들었다. 시작은 살짝 익힌 한치. 그 다음은 요즘 제철인 민물장어를 이용한 뫼니에르가 이어졌다. 특히 맛있던 것은 낚시로 한 마리씩 잡은 금태로 만든 부야베스. 모든 요리에 상큼한 166에디션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생선만으로는 조금 단조로울까 걱정한 셰프는 마지막으로 오리고기와 푸아그라 부당블랑으로 근사하게 장식해주었다. 여기엔 당연히 크루그의 로제 샴페인. 식사 내내 역시 유태오 씨가 고른 음악이 나왔다. 배리 매닐로와 집시 퀸스, 김몬인과 마빈 파크스, 토미 볼린... 아, 좋다.


이렇게 멋진 행사를 이 무더위에 하나 궁금했는데 행사를 주관한 메종의 6대손 올리비에 크루그는 “샴페인 테이스팅과 블렌딩을 마치는 늦봄에서 포도 수확 준비하는 가을 사이만 해외에 나갈 시간이 난다”고 웃었다.


6개월간 400여 종의 와인을 테이스팅한 후 셀러 마스터와 올리비에 크루그 등 몇 명이 가장 이상적인 조합을 찾아 한 병에 100종의 와인을 블렌딩한다. 그후 6년 이상의 숙성을 거쳐 복잡하고 깊은 맛을 만들어내  마시는 순간 기분 좋은 버블과 단단하고 풍부한 맛과 향이 입 안에 오래 머문다. “We are obsessed by details, by ingredients!” 올리비에 크루그의 마지막 이야기처럼 기본이 되는 재료가 좋지 않다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낼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음악, 맛있는 음식, 최고의 샴페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가 한 자리에 모인 특별한 저녁이다. 이런저런 고민은 잠시 접고, 그냥 즐거워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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