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R Trave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Report Oct 23. 2019

조각보의 매력, 뉴 잉글랜드 퀼트 박물관

매사추세츠주 로웰시

New England Quilt Museum


"바느질을 할 줄 아나요?"


메인주 목공 수업을 받으러 간 길에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퀼트 전문 박물관인 뉴 잉글랜드 퀼트 박물관에 들어서서 우연히 만난 퀼트 작가 필립 골드에게 퀼트를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내게 이 질문을 먼저 했다. 어릴 적 실과시간에 바느질로 가방을 만든 기억은 있지만, 재봉틀을 다룰 줄 모르고, 이제 실을 바늘에 끼우는 것은 눈이 나빠 쉽지 않다:)  


아래 보이는 처음 세 개의 사진은 메인주 록랜드시의 판스워스(Farnsworth) 미술관에서 찍은 것이다. 2년 연속 여름에 방문한 이 미술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중 하나가 이것인데, 19세기 누군지 알 수 없는 작가가 만든 ‘crazy quilt’로 타이틀 역시 ‘크레이지 퀼트’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퀼트는 동일한 모티브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반해 크레이지 퀼트는 그런 반복적 모티브 없이 천조각과 이음매로 구성한 종류를 말한다고 한다.

언젠가 방배동의 바느질 전문숍에서 퀼트 담요를 본 적이 있었는데(그곳의 선생님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는데 가격은 무려 2백만 원이었다!), 그 뒤로 퀼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번에 뉴햄프셔에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그곳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매사추세츠 로웰시에 흔치 않은 퀼트 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팅을 마치고 차를 몰아갔다. 생각보다 박물관의 크기나 전시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퀼트 작품을 집중적으로 모아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마침 이곳에서는 퀼트 작가들의 ‘길드’전이 열리고 있었다(길드란 말은 고등학교 세계사 이후에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필립 골드는 직업이 따로 있고 저녁마다 바느질을 한다(사진에 서 있는 남성이 바로 필립이다). 이번 작품 제작을 위해 걸린 시간은 1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이 박물관에서는 바구니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모아 전시도 하고 있었다. 박물관에 가면 숍에 꼭 들린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천을 잘라서 퀼트 작업을 할 수 있는 패키지를 팔고 있었다. 제법 많은 양의 천을 모아둔 한 패키지나 4불에 세일을 하고 있었다. 하나를 집어 살펴보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이 가격이면 두 개는 사야 해!"라고 말했다. 한동안 만지작 거리다가 내려놓고 그냥 나왔다. 아까 들어올 때 필립이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퀼트용 천을 사는 것보다 바느질을 먼저 배우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샌프란시스코의 개성 넘치는 책방 '북 파사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