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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의 소울 푸드, 중국 음식

by 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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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며 가장 필요한 것은 커다란 트렁크도 아니고 두툼한 가이드북도 아니고 바로 어떤 낯선 음식이건 다 소화할 수 있는 ‘인터내셔널한 위장’입니다.


출장과 여행을 다니며 일정과 비용 때문에, 또 경험을 위해 가능한 한 그곳의 대표적인 음식을 먹습니다. 하지만 서른 일곱 살부터 모든 것이 변해버렸습니다. 3박4일이 지나가는 순간부터 된장찌개와 김치 생각이 간절해지는 겁니다. 이번처럼 길게 여행을 가니, 집밥이 어찌나 먹고 싶은지 아무리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눈 앞에 흰 쌀밥 담긴 밥그릇이 날아다니더라구요.


하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작은 도시에서 한국식당은 도대체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대안이 바로 중국식당이었습니다. 웬만한 곳이면 맛도 크게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가격 또한 저렴하니 가벼운 주머니에 걱정도 없습니다. 친근한 모습의 주인 아주머니(혹은 아저씨)가 왜 왔는지 다 이해한다는 듯 측은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가져다 주면 저는 늘 시키는 것들을 고릅니다. 핫앤사우어 수프로 입맛을 돋운 후(사실 입맛이 없는 적이 별로 없으니 변명같긴 합니다^^) 볶음밥과 마파두부. 동행이 있을 때에는 스프링 롤과 고기 요리를 한 가지 추가하면 완벽합니다.


마드리드 산타 아나 광장 이름도 없는 중국집에서, 포르투갈 신트라와 에보라의 동네 중국집에서 이 음식들을 먹고 다시 서양 음식을 먹을 용기를 내곤 했습니다.


중국 화교들은 웍 하나와 칼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그 어떤 곳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대중적인 맛을 지니게 된 것이지요.


동양 음식의 선전은 이뿐이 아닙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일본 음식은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유행의 상징이 되었고 베트남과 타이 음식 역시 웬만한 도시에서 전문 식당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다음 번은 한국 음식 차례이길 기대합니다. 여행하다 곳곳에서 만나는 맛있는 된장찌개와 김치가 한국 관광객 뿐 아니라 그 도시 사람들에게도 의미있는 위로가 될 때까지, 당분간은 중국 음식점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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