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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Nov 21. 2019

스키폴공항 라운지에서 5시간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서울에서 유럽 중요 공항으로 가서 다시 스코틀랜드 애버딘 공항으로 가서 또 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들어가야 하니.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자정에 떠나는 KLM을 타게 되었다. 자고 일어나니 네덜란드의 스키폴 공항, 시간은 새벽 4시 반.


이 시간은 공항 라운지는 말할 것도 없고 공항 내 카페나 상점도 문 열기 전이다. 새벽 5시 넘어 라운지가 열릴 때까지는 그냥 공항 비어있는 의자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멀리 떨어진 24시간 영업 카페에 가서 민트 티 한 잔을 샀는데, 말 그대로 진짜 민트 잎을 많이 뜯어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주고 꿀을 담은 1회용 스틱을 하나 준 것이 전부. 과연 이것이 맛이 날까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마셔보았는데, 놀랍게도 진짜 기분좋은 민트향이 펄펄 나며 알싸하고 환한 맛. (여러분, 기회되면 꼭 마셔보셔요)  

그러는 사이에 라운지가 열렸고 당당히 1등으로 입장했다. 아무도 없는 라운지는 심란하다. 음식과 음료도 서빙 전이고 할 일도 없어서 괜히 왔다 갔다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 지난 후에야 직원들이 음식 세팅을 시작한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모닝맥주. 이 라운지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하이네켄 맥주다. 워낙 사용량이 많으니 신선한 맥주가 계속 공급돼서일 듯. 7시쯤 되니 사람들이 슬슬 들어와 라운지가 꽉 찬다. 이제야 내가 아는 라운지의 모습이다.


아이패드로 이런저런 작업을 하다 뉴스를 보다 페북과 인스타를 살피다 시간을 보내고 다시 비행기를 타러 라운지를 나가는 길, 벽면을 가득 장식한 델프트도자기 미니어처 집이 눈길을 끈다. 100여 가지 각기 다른 모델로 만든 이 도자기 집은 KLM 비즈니스 석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기념품으로 주기도 한다. 나름 콜렉터블 아이템이라 뒤쪽에 쓰여있는 번호를 확인해가며 수집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지루한 여행의 끝을 이렇게 재미있는 기념품으로 정리하다니 세상 사람들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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