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그저 '영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Great Britain이라고 할 때에는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서로 다른 뿌리와 문화적 배경을 함께 하는 4가지 문화권을 의미한다.
우리가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시기는 브랙시트 이슈가 계속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스코틀랜드 사람 중 60% 넘는 사람들은 브랙시트에 반대하는 상황이고 스코틀랜드 독립 역시 이슈가 되고 있었다. 2014년 분리 독립 투표에서는 55%가 반대해 독립이 무산되었는데 지금도 꾸준히 이야기는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를 피하는 것이 매너이지만 궁금한 게 많다 보니 스코틀랜드의 이런저런 상황을 자꾸 묻게 된다. 스카치 위스키 때문에 간 취재였지만 결국 스카치 위스키 역시 스코틀랜드의 문화에서 기원을 찾아야 하기에 그저 '영국'으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대신 '스코틀랜드'의 문화에 대해 알아야 할 수밖에 없다.
스코틀랜드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 발렌타인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켄과 글래스고의 최고 바텐더인 스캇은 스코틀랜드인으로,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우리를 맞았다. 씨족의 전통을 중시한 스코틀랜드에서는 킬트의 색과 패턴으로 자신의 씨족(Clan)을 표현하는데, 함께 간 한국 프레스도 남자들은 얼떨결에 킬트를 입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프라이버시를 위해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여자들은 간단하게 새시(Sash)라는, 어깨에 두르는 타탄 스카프만 착용하는 걸로.
타탄 체크를 두르고 참석한 디너의 시작은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 연주에 맞춰 간단한 전통 춤 배우기. 내 몸은 내 것이 아니어서 제대로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만. 백 파이프 연주가 이어지고 식사 전 켄이 스코틀랜드의 국민 시인이라 할 수 있는 로버트 번즈의 시를 큰 소리로 암송했다. 영어와는 전혀 다른 게일어라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월터 스콧, 로버트 루이 스티븐슨, 제임스 베리 등 쟁쟁한 스코틀랜드 작가를 배출한 이 땅의 전통을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짧은 시간에 다 알 수 없는 스코틀랜드의 매력. 여태껏 가본 곳은 에딘버러와 글래스고 정도가 전부였고 이번에 짧게 스페이사이드를 돌아봤는데, 언젠가 다시 길게 와서 곳곳을 다니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