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바를 넘어선, 술을 위한 궁극의 공간
스페이사이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광경이 있다면, 바로 이곳, 린 하우스의 '위스키 라이브러리'다. 린 하우스 1층에 자리 잡은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술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도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작지 않은 공간인데 사면의 벽을 둘러싸고 발렌타인은 물론이고 시바스 리걸, 로얄 살루트 등 페르노리카 소속의 고급 위스키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다. 아, 천국.
다양한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위스키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과 시음도 이루어진다. 위스키 전문가. 각 브랜드의 앰배서더, 최고의 바텐더, 저널리스트, VIP 고객들이 사용하는 공간인데 출장 기간 동안 일정이 끝난 늦은 저녁 시간이면 이곳에 모여 위스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발렌타인의 싱글몰트 글렌버기 12년 런칭을 위한 일정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위스키를 가장 자주 마시게 되었다. 블렌디드 위스키로 유명한 발렌타인에서 선보이는, 젊은 층을 위한 싱글몰트 위스키다 보니 그 매력을 가장 잘 느끼도록 하는 '리추얼'이 필요했고 글렌버기 12년을 즐기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으로 '하이볼'이 선정되었단다. 술집이나 집에서 쉽게 만들어 마시는 하이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생강술을 넣어 '시즈닝seasoning'한 얼음에 다시 스타 아니스를 얹어 풍미를 더하는데 기포 없이 단단하고 투명하게 얼음을 얼리는 것이 중요하단다. 하이볼의 또 다른 필수요소인 탄산은 시판하는 클럽 소다나 토닉 워터로는 제맛을 낼 수 없다고 한다. 그럼 어쩌라고요? 탄산 제조기를 사야 한다는데.... 글래스고 최고 바텐더인 스콧이 만들어준 글렌버기 하이볼은 진짜 맛있었다. 음식으로 치자면 파인다이닝 분위기라고 할까? 역시 맛은 시간과 돈과 노력에 비례하는 것을.
카운터에 걸쳐 앉아 간단한 칵테일 레서피를 배우고, 진열장에 놓인 이런저런 위스키를 꺼내 맛을 보는 동안 밤이 깊었다. 사실 와인 두 잔, 위스키 언더 락 한 잔이면 끝나는 주량이면서 집에 작은 홈 바를 만드는 것이 늘 꿈인데 이곳에 와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꿈은 이왕 크게 가져야 한다고 듣고 배웠습니다. 게다가 여자는 모름지기 배짱, 여자라면 스케일!
술로 가득한 도서관, 아니 도주관을 만들어 봐야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