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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Dec 06. 2019

한밤에 진행된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의 위스키 시음

럭셔리 브랜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핸드백이건 보석이건 술이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경험을 소개할 수 있을까에 마케팅과 홍보의 초점을 맞춘다. 만리장성에서 패션쇼를 하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신제품 런칭을 발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서 증류소를 돌아보고 서둘러 향한 런던. 발렌타인에서 한국 프레스를 위해 특별히 선정한 시음 장소는 런던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세인트 폴 대성당. 찰스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 행사가 열리는 곳인데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더불어 영국 역사에서 가장 의미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1666년 런던 대화재로 성당이 불타버리자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크리스토퍼 렌에게 새로운 성당 설계를 맡긴다. 뾰족한 첨탑을 올린 고딕 성당이 아닌, 커다란 돔을 올린 바로크 식 성당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습을 피해 살아남아 영국인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일반 관람이 끝난 저녁 7시 넘어서 프라이빗 투어가 시작되었다. 투어 시작은 아름다운 나선형 계단. <해리 포터>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에 등장해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꼭 봐야 할 것은 2014년, 1차 대전 발발 100년을 맞아 네이브 양쪽에 설치한 게리 쥬다(Gerry Judah)의 거대한 흰색 십자가 조각상.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한 작품인데 성당의 고요하고 웅대한 분위기와 어울려 경건함을 더해준다.


영국 역사상 왕실이 아닌 일반인의 국장은 세 차례 있었는데 트라팔가 해전의 주역인 넬슨 제독과 워컬루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웰링턴 공작, 윈스턴 처칠 수상의 장례식이 이곳에서 진행되었고 국장에 준하는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의 장례식도 이곳에서 진행되었다. 지하에는 영국 최고의 위인인 넬슨 경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데 바로 그 옆에서 간단한 샴페인 리셉션을 하다니 기분이 으으으.


가이드의 안내로 돌아보다 만난 한국전 참전 군인들의 추모비에 다 같이 잠시 묵념했다. 유엔군 창설 후 첫 파병 전쟁이어서 영국은 물론 수많은 나라에서 한국전을 기리고 있다. 11월 두 번째 일요일이 영국의 현충일인 리멤버런스 데이여서, 곳곳에 참전 용사들의 상징인 붉은 양귀비꽃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비프 카르파치오에 연어 스테이크, 아이스크림으로 이어진 간단한 저녁과 중간에 진행한 위스키 테이스팅. 유서 깊은 성당에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이 극히 친밀하게 식사를 하고 위스키를 마시고 온갖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음식과 좋은 술, 좋은 대화는 늘 함께 하는 것. 이렇게 특별한 시간과 특별한 장소에 함께 하는 추억을 공유한 덕에 3박 5일의 짧은 여정을 함께 했지만 새로운 좋은 친구들을 만들 수 있었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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