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HER Note: ‘한 끝발’의 차이

by HER Report
cfile9.uf.250A853655559CDF28F289.jpg

제가 사는 동네에는 제가 가본 다섯 군데의 정육점이 있습니다. 대형마트에 하나, 수퍼안에 있는 곳 두 군데, 시장에 두 군데. 물론 모두 가서 고기를 사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시장에 있는 한 곳을 더 좋아하며, 자주 들립니다. 오늘 저녁에도 퇴근 길에 들러 수육을 해먹을 수 있는 삼겹살 한 근을 사왔습니다. 특히 수육을 좋아하는 제가 삼겹살을 살 때면 반드시 이 곳을 갑니다.

여기에는 작고도 큰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언젠가 이 곳에서 산 고기가 유난히 맛있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이 곳에서 산 고기는 그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맛없는 고기를 산 기억은 없습니다. 적어도 기본, 왠만큼의 질(quality)은 보장하는 것이죠. 한 번의 좋은 경험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2. 고기를 살 때마다 어떻게 맛있게 조리할 수 있는지 간단한 tip을 줍니다. 마침 오늘 외국계 주방용구를 만드는 회사 고객을 만나 한 프로젝트를 위한 인터뷰를 하루 종일 했는데요. 이 곳의 주방용구는 경쟁사 대비 4-5배 가량 가격이 높았습니다.


과연 이렇게 높은 가격을 어떻게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었는데요. 제품의 질의 차이가 4-5배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 회사는 자신들이 판매한 주방용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이 주방용구가 가정에서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또 이 주방용구로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교육을 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정육점에서 고기요리 tip을 주는 곳이야 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3. 마지막 ‘한 끝발’은 월계수잎이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이 정육점에서는 수육을 하기 위해 삼겹살을 달라고 하면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꼭 월계수 잎을 몇 개 얹어서 줍니다. 고기를 냄비에 넣고 끓일 때, 이 월계수 잎을 넣고 끓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월계수잎 몇 개가 돈이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이 ‘한 끝발’이 제게 준 인상은 매우 강력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정육점이 아니면서도 꼭 이 집으로 발을 돌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오늘도 삼겹살을 사오면서 (지금은 야채와 생강, 마늘과 월계수 잎을 넣고 고기를 팔팔 끓이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나는 고객에게 이런 한 끝발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인가? 과하지 않으면서 작은 디테일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 사이의 관계가 결국 월계수잎처럼 한 끝발 마음을 더 써주고, 신경 더 써주는 것에 차이 아닐까? 일상의 관계에서도 그렇지 않을까…하구요.


월계수잎과 정육점 아저씨의 한 끝발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저녁이었습니다. 배고프네요. 수육과 와인 한 잔 하러 갑니다. 모두 좋은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울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