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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어 Aug 17. 2024

왜 주식인가?

고졸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

에어컨 소리가 나지막이 들리는 다섯 평 작은 방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아빠와 작은 다툼으로 시작된 싸움이 커지고 서로 고성이 오가면서 충동적으로 집을 나왔다. 수중에는 몇 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 1500만 원.

급하게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원룸을 계약했다. 고졸인 내가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몸을 쓰는 일뿐이었다. 당장 일하기는 싫어서 그냥 남은 돈으로 생활을 지속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졌다. 다섯 평 방 안에 갇혀 산지 어느덧 6개월.

이제 수중에 남은 돈도 다 떨어져 갔다. 이제는 더 이상 노동을 미룰 수 없었다. 나는 쿠팡 일을 시작했다. 미친 듯이 더운 곳에서 미친 듯이 일하면 월 250만 원 정도 벌었다. 월세 30만 원을 제외하고 이것저것 돈 나갈 것 제외하면 내가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은 약 150만 원.

그래도 나름 살만 했다.


어느 쉬는 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면서 낄낄거리다가 문뜩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한 달에 150만 원씩 저축을 한다고 했을 때, 1년에 내가 모을 수 있는 돈은 150만 원*12개월=1800만 원.

10년이면 1억 8천만 원.

50년에 9억 원.

갑자기 미래가 안보였다. 고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는 쿠팡이 무척 고마운 존재였다. 하지만 쿠팡에서는 월급이 거의 오르지 않는다. 미래를 그릴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이렇게 살다 죽지 뭐'

시선을 다시 휴대폰으로 옮겨 유튜브를 계속 보았다. 시간 때우기용 유튜브를 계속 보다가 낯선 영상이 추천동영상으로 떴다. 주식과 관련된 영상이었다.



주식


신문과 티비에서 얼핏 보았던 단어.

그렇지만 다가가기는 무서운 단어.

주식하다 패가망신한 사람들, 자살한 사람들, 빚진 사람들...

평소 내가 가진 주식의 이미지였다.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영상을 클릭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한창 주식시장이 환희에 가득할 시기였다. 누워서 영상을 보기 시작했지만 점점 상체를 일으키더니 나중에는 침대에 앉아서 집중하여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미래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지웠는데, 영상을 시청하면서 미래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욕심이 생기고, 목표가 생겼다. 그걸 가능하게 해 줄 수단은 주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다음 세 가지가 나를 주식 세계로 이끌었다.




1. 시드머니가 없었다.

내 통장에 천만 원도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재테크 방법은 주식뿐이었다. 적금이나 예금으로 내가 만족할 만한 돈을 모으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동산 투자를 하기에는 시드머니가 부족했다. 어떻게든 이 작은 돈으로라도 굴려야 하는데, 주식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2. 배당의 매력에 빠졌다.

월마다 월급 이외의 돈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게 무척 매력적으로 보였다. 비록 처음 시작은 적은 금액으로 시작하더라도 나중에는 월 200만 원 정도를 배당으로 받게 되면 노동 없이 살 수 있을 거란 부푼 꿈을 꾸게 되었다.  건물주가 매달 임대료를 받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아무래도 배당의 매력이 주식 시작의 큰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나의 첫 주식 종목도 배당주 위주로 시작하게 되었다. 배당주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현재는 배당주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루도록 하겠다.


3. 주식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주식은 내가 몇 살이고, 어디에서 태어났고, 피부색은 무엇이며, 성별은 무엇인지, 학력은 어떤지, 외모는 어떠한지 전혀 상관 쓰지 않는다. 고졸 딱지가 붙은 나로서는 이러한 완전 평등한 기회의 장이 반가웠다. 그냥 보여주고 싶었다. 고졸로서 주식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주식 투자를 성공하면, 나중에 꼭 책을 쓰리라고 마음먹었다. 고졸 딱지가 고졸 타이틀이 되는 건 내가 성공하기 나름이라고 생각이 든다. 콤플렉스를 콤플렉스로 그대로 두지 않고 삶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식 관련 글을 쓰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고졸로서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래서 앞으로 연재될 글의 수준도 고졸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글을 작성할 것이다. 사실 주식은 전문성이 있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며, 전문성이 없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추후에 다루도록 하겠다.




주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또 한 가지 선택해야 할 게 생겼다. 국내주식을 할 것이냐 해외주식(미국주식)을 할 것이냐.


다음 글에서는 미국주식을 선택하게 된 과정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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