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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유 May 09. 2017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 질 때가 있어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 질 때가 있어.


01.

몹시도 추웠던 어느 겨울날,

어색하기 그지없는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 남자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연애하면 어떤 걸 하고 싶어요?"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같이 여행 가기? 맛집 다니기? 드라이브?  

사실 이런 것들은 꼭 남자 친구여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연애를 하고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의 여가의 형태가 꽤나 다른 것 같다. 남자들끼리 영화를 보거나 파스타집에 가는 건 여자들보단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난 뭘 하고 싶은 거지?


5초 정도 정적이 흐른 후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 연애가 아니라 사랑이 하고 싶어요. 사실 좋은 곳에 놀러 가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건 여자 친구들과도 할 수 있지만, 사랑이란 경험은 남자 친구가 있어야 하니까요"


안타깝게도 대화를 나눈 이와는 이후 몇 번의 만남 끝에 타인이 되었지만, 그 후로 저 질문이 가끔 떠올랐다.


그냥 연애랑 사랑은 뭐가 다른 거길래 난 저런 대답을 했을까. 연애를 하고 있는 나는 그렇지 않은 나에 비해 어떤 면에서 충족을 얻는 것이길래 나는 이토록 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는 걸까.




02.

그리고 얼마 전 황당한 꿈을 꿨다.


꿈속 주인공은 전 남자 친구였는데, 우리는 꿈속에서조차 여전히 헤어진 사이였고 그렇다고 재회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시 만나서 모든 걸 다시 반복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너무나 잘 알지만 서로가 그리운 마음. 앞에 있지만 만질 수 없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품에 안기고만 싶은 마음. (그것은 성욕과는 완전히 다른 욕구였다.)


꿈속에 우리는 여러 가지 합의를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잠자리는 하지 않을 것. 두 번째, 서로에게 다른 사람이 생기면 인정할 것. 세 번째, 서로에게 어떤 구속도 하지 않을 것 등등. 몇 가지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건, 꿈속의 나는 그게 무엇이라도 OK 하고 빨리 안기고만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서로 동의하에 모든 것이 OK 되고 된 후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그때 얼마나 마음이 평온해졌는지, 꿈속에서조차 완전히 릴랙스 되었던 마음. 우리는 그냥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곧 없어질 것처럼 꼬옥 안고만 있었고, 나는 잠에서 깨어버렸다.



'Touch에서 오는 충만, Hug에서 오는 평화로움이 나에게 이렇게 큰 것이었구나..'


그 절절한 느낌이 꿈에서 깬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당혹스럽고 슬퍼지기까지 했지만, 나는 부정할 수 없었다.





03.

접촉 위안 (Contact Comport),


영국 위스콘신 대학의 어느 심리학자는 접촉에서 오는 애착의 형성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실험을 했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는 새끼 원숭이에게 두 종류의 엄마를 제공했다. 가슴에 우유병을 달고 먹을 것을 주는 딱딱한 철사로 된 엄마 원숭이 인형과 와, 먹을 것을 주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헝겊으로 된 엄마 원숭이 인형이었다. 그리고 새끼 원숭이가 어떤 엄마 인형을 선호하는지 지켜보았다. 새끼 원숭이는 놀랍게도 먹이를 먹을 때 이외의 대부분의 시간은 헝겊 엄마와 함께 보냈고, 조금 더 자란 후에는 먹을 때 조차도 철사 엄마의 우유병에만 입을 댄 채 헝겊 엄마와 붙어있으려고 했다. 또한 큰 소리 등의 극단적인 공포 자극을 주었을 때, 새끼 원숭이는 헝겊 엄마 곁에 꼭 붙어있다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철사 엄마와만 살게 한 새끼 원숭이는 공포 상황에서도 철사 엄마 곁에 가지 않고 안절부절못하는 이상 행동까지 보였다.

 

만약 애착의 대상이 생존을 위한 것에만 기인한다면 새끼 원숭이는 먹이를 제공하는 철사 엄마를 선호해야 하겠지만,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만질 수 있고 체온을 나누는 것은 사랑의 여러 가지 범주에서 꽤나 큰 포션을 차지한다는 증명이 아닐까.



또한 호주 시드니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쌍둥이 실화도 접촉 위안의 뒷받침이 된다.  


어느 날 두 쌍둥이 아기가 태났으나, 비극적으로 한 아기는 사망했다. 아기의 엄마는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환자복을 벗고 아기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몇 분 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기는 작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고,  의사는 죽은 아기의 반사 행동일 뿐이라고 했지만 포기할 수 없는 엄마는 아기에게 모유를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기는 얼마 되지 않아 눈을 떴으며, 엄마의 포옹으로 죽은 아기가 기적처럼 살아났다며 그 실화는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포옹은 때론 이처럼 기적을 일으키는 힘도 있는 것이다.




04.

그렇다.

연애를 해야만  할 수 있는 경험 중 하나는 만지고 체온을 나누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며, 나는 꽤나 그것을 그리워한다는 것. 왜 결혼을 하면 굳이 서로 불편함에 불구하고 한 침대에서 자야 하는 걸까. 하고 의문을 가지기도 했었는데, 이런 이유에서 '굳이'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일 수도 있겠다.


글을 쓰다 보니 이 좋은 봄날에 손 잡고 허리를 감싸고 백허그를 해 줄 사람이 없다는 건 조금 슬픈 일일 수밖에 없다.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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