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누군가에게 마냥 보호받고 사랑받고 싶은 어린 마음이지만, 무심하게도 세월은 흘러 흘러 어느새 완연한 30대 중반이 되어간다. 마냥 함께일 것 같던 친구들도 하나 둘 가정을 이루고 조금씩 멀어지니, 텅 빈 시간을 채워야 하는 압박감과 부산히 보낸 하루 끝의 외로움이 짙어진다.
이제는 곁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혼자였기에 혼자가 너무 익숙하고 편한 마음이 혼재한다.
과연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고 모든 일상을 공유하는 삶이 가능하긴 한 걸까, 사실은아직도 상상조차 쉽지 않다.
사람들은 생에 있어 너무 중대한 결정은오히려 큰 고민 없이 한다고 한다. 누구나 스스로를 가감 없이 투명하게 바라보는 것을 회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깊은 면, 나의 가장 숨기고 싶은 욕구, 사회적 통념이나 그럴 듯 해 보이는 생각이 아니라 오롯이 나에게서 비롯된 생각을 걸러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자문해본다.
"왜 결혼이 하고 싶을까?"
알랭 드 보통은 [낭만적 사랑과 그 후의 일상]에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한다.
사랑은 우리의 혼란스럽고 창피하고 당황스러운 부분을 우리의 연인이 다른 누구보다, 어쩌면 우리 자신보다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순간 최고조에 달한다. 이들은 우리를 간파해내고, 신뢰하고, 나눌 줄 아는 우리의 능력 총량 아래에 있는 누군가를 알아보고 공감해주고 용서해준다. 사랑은 우리의 당황스럽고 난처한 영혼에 대한 연인의 통찰력에 바치는 감사의 배당금이다.
겉으로는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더라도 누구나 내면에는 연약한 면이 있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지금 이 역병의 창궐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었던 것처럼.. 생은 굴곡의 연속이고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반려자, 생을 함께 걸어갈 사람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바깥세상이 거칠고 버겁더라도, 안에서 만큼은 무엇도 숨기지 않고 연약한 채로 서로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먹고사니즘이 녹록지 않더라도 하루 끝에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오늘도 수고했다 토닥일 수 있는 누군가가. 별 거 아닌 일상이라도 대단한 듯 재잘대며 나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누군가가.
그렇게 각자의 세상의 중첩되고 확장되어 서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갔으면 좋겠다. 누구도 보지 못하는 서로의 빛나는 모습을 발견해주고, 모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만큼은 당신을 믿는다고, 잘할 수 있을 거라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작은 품이라도 기꺼이 내어주며 언제라도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를 낳는 경험을 통해 엄마라는 위대한 존재가 되어보고.. 사랑을 받는 기쁨보다 조건없이 주는 사랑의 완전함을 배울 수 있겠지. 대신 자유를 잃고 희생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물론경험해보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지극히 낭만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이라는 굴곡을 버텨내려면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