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내 인생에 고통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내 삶에서 나는 어느 정도의 고통을 받아왔을까?
2017년 5월 석가탄신일이었다.
작년 9월 결혼식을 올린 풋풋한 새댁인 나는
엄마와 석가탄신일을 맞아 집 근처 절에 왔다.
절에서 받은 비빔밥을 슥슥 비볐다.
문득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고통 총량의 법칙에 대한 대화가 생각났다.
' 내 인생에 고통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그럼 난 내 고통의 총량 중 얼마만큼 사용한 걸까?"
너무 궁금했다.
비빔밥을 한 입가득 넣으면서
나의 과거를 돌아봤다.
몇 가지 고통이 떠올랐다.
왼손을 폈다.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결국 다섯 손가락도 안 되는구나.
이 말은 곧 나에게 남은 고통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비빔밥 먹는 동안 고통 총량의 법칙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생각했다.
밥을 다 먹고, 과일을 다 먹었는데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나에게 오는 고통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
'나에게 오는 고통을 미리 알 수는 있을까? 예방이라도 하게.. 아니'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그때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대웅전으로 달려갔다.
합장을 하고 부처님을 향해 절을 했다.
"부처님 고통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해요. 저에게 고통을 이길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주세요."
복전함에 만원을 넣고 나왔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늦가을이 되었다.
겨울에 가까운 가을, 바람이 살을 에는 가을
생각지도 못한, 티브이에서만 봤던 고통이 나에게 왔다.
남편과 뱃속 아기와 함께 담담하게 고통의 고비를 넘어가고 있었다.
고통의 파동이 조금 진정되었을 때
문득 부처님이 생각났다.
"부처님... 감사해야 하는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