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자정까지 제출하세요."
다음날
"어제 자정 이후로 과제물을 제출하는 학생은 감점이 되니 서둘러 제출해 주세요."
"과제 제출 금요일까지 아니었어요? 금일 자정이라고 하셨었는데..."
"금일은 오늘이라는 뜻입니다. 금요일이 아니라..."
최근 이슈가 된 대학 교수와 여대생의 대화이다. 여대생은 '금일'이라는 단어를 '금요일'로 이해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 '머리에 서리가 내리다.'라는 책의 내용을 보고 "선생님 책의 배경은 여름인데 왜 머리에 서리가 내려요?" 하고 반문하는 학생의 사례. '부친상으로 오늘 수업은 휴강합니다.'라는 안내문에 "부친상인데 왜 선생님이 쉬세요?" 라며 반문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처럼 현재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 어휘력 부족으로 나타나는 소통 문제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문해력, 어휘력이 부족해지는 이유는
첫 번째는 접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는 단계가 있다. 듣고->말하고->읽고->쓰고의 단계이다. 그런데 많이 들어 보지 못한다면 당연히 그 단어의 존재를 알 수 없게 된다. 대체로 흥미 위주의 미디어를 많이 접한 아이들, 대화를 많이 접하지 못한 아이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일수록 단어를 접할 경험이 줄어들게 된다. SBS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에서 아이들이 책을 통해 배우는 단어는 총 140여 개였으며 밥상에서 부모와 대화로 배우는 단어는 1,000여 개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아이의 어휘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수다쟁이가 되어야 한다. 또한 책을 통해서는 구어체에서 자주 쓰지 않는 어휘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독서도 꼭 챙겨야 하는 요소이다. 그러니 부모와의 대화, 친구들과의 대화, 독서를 통해서 많은 종류의 단어에 노출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의문을 가지지 않은 것이다. 책을 읽거나 어른들의 대화에서 자신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이건 무슨 뜻이지?' 하는 단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데 보통은 모르면 모르는 데로 넘어간다. 짚어서 물어보면 그제야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답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의문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적재적소에 사용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의 말에는 비슷 뜻을 가진 단어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상황에 어울리게 잘 사용한다. 예를 들어 붉다와 빨갛다는 비슷한 느낌의 단어이다. 우리는 흔히 이 두 단어를 구분해서 사용한다. 빨간 사과, 빨간 망토와 같이 선명한 색을 나타낼 때는 빨갛다를 사용하고, 붉은 노을, 붉은 장미처럼 색이 펴지며 익어가는 느낌의 것들에게 사용한다. 우리는 '빨갛다'와 '붉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린 시절에도 구분해서 사용해 왔다. 이는 그 상황에서 들었던 말을 일상에서 많이 사용해 보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몸에 학습이 된 것이다.
네 번째는 굳이 읽지 않아도 되는 사회 문화 때문이다. 예전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책을 찾아보아야 했다. 지금은 영상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책도 내가 눈으로 읽지 않아도 오디오북으로 읽어주는 책을 들을 수 있으며, 종이 책이 아닌 모바일로 책을 읽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글자를 읽고 그것을 이해하는 문해력이 점점 낮아진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럼 정작 우리 아이는 어떠할까?
우리 아이의 문해력, 어휘력은 안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라는 확답이 나오질 않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아이의 문해력과 어휘력에 안녕을 기원해야 할 때가 왔다. '안녕'이란 아무 탈 없이 편안한 상태를 말한다. 즉 우리 아이의 문해력과 어휘력은 지금 탈이 났고, 편안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문해력과 어휘력에 탈이 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불통을 경험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얻고 있다. 그렇게 우리 아이의 일상과 사회생활이 점점 더 불편해지고 있다.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숫자로 된 우리 아이 시험 성적 안녕만을 기원하지 말고, 우리 아이의 문해력과 어휘력이 안녕하기를 함께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