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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werld Mar 13. 2023

신경성 폭식증과 거식증, 식이장애 - 치료 2

첫 진료부터 다음 진료까지의 과정에 대한 기록 

첫 진료 처방받은 약을 적용한 1주부터 두 번째 진료까지의(2023-0227) 일주일 간의 기록

처음 약을 복용 한 당일 날에 먹토를 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눈에 띄는 큰 변화들이 많았다. 그 전주가 사실 너무 힘들었었기 때문이겠지만 울음은 확실히 멈춰졌고 많은 생각들이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그 긍정적인 생각이 많아질수록 그 긍정으로 잘못 빚어질 결과에 대한 두려움과 한편으로는 약에 대한 의존성에 대해 궁금해지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약을 복용한 이틀 째부터는 확실히 식사 사이 간격에 간식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의지가 정말로 강했기 때문에 더 효과가 있었던 것도 같다. 또한 이때까지는 수업받는 게 있기 때문에 점심 식사 이후 수업을 바로 들으러 넘어가 저녁시간까지는 학원에 있었기에 사실 집보다는 유혹이 적었다. 그 주가 마지막 수업이었기 때문에 그다음 주부터 집에서의 시간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주말에 책상에 앉아 식사일기를 만들어 보았다. 내가 어디서/누구와/무엇을/어떤 기분으로/먹었는지 등에 대해 기록했으며 그 이후 먹토의 여부도 포함시켰다. 또한 폭식에 대한 영상들을 찾아보고 나름의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스티커를 붙인 부분은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 부분)


이때에 보았던 유튜브가 "뇌부자들" 폭식조절하는 4가지 방법이었는데 - 맨 하단에 링크 공유,

폭식에 대한 설명과 함께 몇 가지 나에게 꽂히는 단어들이 있었다

"식사 조절감 : 내가 먹는 속도와 양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

"신경성 폭식증 : 폭식 이후의 행동을 취하는 경우 - 심한 운동, 구토, 

"자기 통제감 : 나 자신의 내면과 행동, 내 주변을 둘러싼 환경을 내 뜻대로 어느 정도 조절 할 수 있다는 믿음" - 자존감의 한 축을 담당/ 즉, 자기 통제감의 상실=자존감의 상실로 이어짐 


폭식을 해본 사람들은 위의 세 가지 단어가 어떤 식으로든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정확히 저 단어들이 어떤 상황을 말하고 있는지 인지 되었고, 그렇기에 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상황을 단 한 번도 글이나 병명 혹은 단어로 정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폭식 이후 구토라는 액션을 취하는 신경성 폭식증에 해당이 되었고, 폭식을 하는 도중에 자기 통제감과 식사 조절감을 잃어버렸다. 여기서 자기 통제감이란 단어가 좀 강하게 와닿았는데, 안 그래도 컨트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저 단어와 행위가 꽤나 매력이 있게 들렸다. 그리고 저것이 실패했을 경우, 자존감의 상실을 크게 느꼈고 그에 대한 스스로의 벌로 구토를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저번 글에 언급하긴 했었으나 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단어가 화두가 되었었다. 내가 신경성 폭식증이라는 걸 모르는 언니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먹는 것으로 기분을 풀고 그 방법이 가장 쉽고, 사람 이전의 동물인 우리에겐 당연한 본능이 아닌가라고 말하였고, 언니에게 그것과 내가 취한 상황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언니는 자연스럽게 나를 놓아보라고 했었다, 사람의 배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으니 간식을 많이 먹으면 식사가 줄 것이고 식사를 알차게 잘 먹으면 간식이 줄 것이고, 그냥 너의 몸이 원하는 대로 한 번만 두라는 거였는데, 내가 숨겼기 때문에 나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해주는 조언이기도 했지만 분명 취할 부분도 있었기에 끝까지 들었고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곱씹었다. 


  나는 "먹는 것"으로 나의 불안함을 통제하고 싶지 않다. 첫 번째 진료에서 나의 폭식의 원인이 되는 건 불안함, 감정의 불안정함이었는데, 먹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도 분명히 장기적으로 내가 찾을 수 있는 길이 있을 것 같았고, 단순히 더 먹는 것이 아닌 폭식을 하고 그 이후에 구토를 하는 것까지는 모르는 언니에겐 내가 먹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자,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는 동생이었다. 두 번째 진료를 받기 전까지 자기 통제감이란 단어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았고 그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번째 진료일이 되었다. 여전히 그 방은 하얀색만 가득했고 내 앞에는 그 티슈곽이 놓여있었다. 지금 와서 말하지만 사실 첫 번째 날 상담과정에서 결국은 나도 울음을 터트려 저 티슈를 사용했었다.  선생님께 내가 적어두었던 진행 과정들과 - 속이 약간은 부글부글하며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결국은 간식등에 대한 폭식 열망이 눈에 띄게 줄었던 것/ 긍정적으로 변한 것 / 그로 인해 약물 의존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고 - 상담은 항상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메모장에 내가 느꼈던 것 혹은 그동안 생긴 질문들을 적어 두곤 했다. 긍정적인 변화는 기꺼이 즐기란 답변과 함께 현재까지의 처방은 약물이 매우 미비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이번주 내내 나를 괴롭혔던 자기 조절감에 대해 여쭤보았다. 나는 먹는 것으로 나의 불안함을 컨트롤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 방법을 찾고 있다. 선생님은 매우 좋은 방향이라며 심지어 답을 찾게 되면 본인에게도 알려달라고 하셨으며, 더불어, 하지만 모든 걸 다 컨트롤할 수는 없으니 그것 또한 강박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다음 주 진료를 예약하는데 월요일엔 부원장님이 계시지 않는다며 원장님으로 제안해 주셨다. 흔쾌히 네라고 대답하고 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진료 이후의 과정과 세 번째 진료는 다음 글에 정리할 예정이며, 나의 진료과정을 기술하기 시작하며 다시 한번 나의 상황에 대해 돌이켜보며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나의 기록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정말로 이 글을 누군가는 보고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뇌부자들" 폭식조절하는 4가지 방법 - 

https://youtu.be/Ka8AcXhM7Eo

폭식을 막는 4가지 방법

1. 규칙적인 식사 패턴 만들기 - 식이장애 환자의 가장 기본 원칙 식사 3번 + 간식 2번 식사와 간식 사이의 간격은 4시간을 넘지 않는다. 정해지지 않을 땐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 

2. 다다음 식사를 미리 정해놓는다 - 아침에 출근하며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기분에 따라 충동적으로 정해지지 않도록 (스트레스나 컨디션에 좌우되지 않도록)

3. 식사의 형태를 제대로 갖춘다 - 식사의 끝과 시작이 명확히 있어야 한다. 식탁에 가서 식사를 하고 마치면 일어나는 것, 티브이 책 등을 보는 행위는 하지 마세요. 음식을 먹으면서 음미를 하며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또한, 포장만 풀어 먹는 음식은 피하고 가능하면 조리하는 음식으로! 

4. 술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 폭식하시는 분들에게 강하게 말씀드리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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