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에서의 특별한 경험으로 보는 베트남
이번 첫 베트남 여행, 다낭을 거처 후에(hue) 그리고 호이안을(hoi an) 계획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휴가지가 다낭인지도 알지 못했으며 다낭의 유명한 모든 곳에 한국 메뉴판과 설명 혹은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있다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서서히 베트남에 대해 알아 갈 때 즈음 돌아보니 가장 좋았던 후에를 지나 호이안에서의 일정을 짜보았다. 호이안은 예쁘게 잘 꾸며진 관광도시 같다는 결론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도 한정적이었고 베트남 자체의 여름휴가와도 맞물려 베트남 인파가 엄청나다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시 조사를 시작했다. 분명 도시는 예쁘게 잘 가꿔진 동네인데 특이하게도 테일러 샵에서 옷을 맞추는 게 일종의 호이안에서 할 일 리스트 업 되어있었다. 굉장히 의아했지만 옷을 전공한 나로서는 그게 왜 그렇게 재미있어 보였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의 첫 번째 액티비티로 넣었고 나머지는 천천히 쉬어가자는 마음으로 떠났다.
차 안에서 네 시간 내내 울려대는 크락션 소리를 들으며 - 베트남에선 사람들이 크락션을 시도 때도 없이 누른다 오토바이도 차도 트럭도 온종일 그 소리를 듣고 있자면 귀가 먹먹해질 정도다 - 오토바이와 부딪힐 것 같은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직접 관전하며 불안함에 잠도 잘 새 없이 네 시간을 달려 호이안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호이안의 특별 메뉴라는 화이트 로즈 덤플링을 먹으러 갔다. 아무래도 음식으로 유명한 후에에서 와서 인지 감흥이 강하지 못했다. 호텔로 돌아와 제이와 나는 우리가 옷을 테일러에게 맡긴다면? 이란 전제로 제작해보고 싶었던 옷들의 사진과 정보들을 스크랩 하기 시작했다. 여행 다니면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구김 잘 안 가는 소재의 플라워 패턴 원피스도 찾아보고 평소에 구매하고 싶었던 셔츠도 찾아보고 욕심이 많아지는 탓에 초심으로 돌아와 원피스와 셔츠로 나는 최종 품목을 정하고 제이도 재킷으로 품목을 정하고 내일을 기약했다!
엄청난 호텔 조식으로 신나게 시작한 하루, 어제 내내 네이버와 자료를 찾으며 리스트업해 두었던 테일러 샵들의 순서를 잡아보았다. 여러 곳들의 정보를 나름 정리해보자니 테일러 샵들은 원단 보유 양과 규모에 따라 세등급으로(상급-중급-하급 내가 이해하기 편하자는 형식에 맞춘 단어일 뿐 하급이 옷을 발로 만드는 곳이에요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나뉘는 것 같았다. 우리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급의 부띠끄 혹은 꾸뚜르라는 말로 치장된 테일러 샵부터 방문했다. 제이의 재킷은 울 원단을 사용해야 하며 가격은 220$ 안팎이었고 나의 시폰 원피스는 70$ 셔츠는 37$ 정도의 견적을 받았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랐지만 생각해보니 테일러샵 아니던가.. 그래도 놀랜 마음을 진정시킬 겸 우리의 세상 달고 맛있는 베트남-카페 쑤어다- 커피로 달래고 중급 샵으로 정리해둔 곳들로 이동했다. 상급과 비교해 보자면 확실히 원단도 제한이 있었고 디자인도 제대로 보지 않으면서 무조건 된다고 하는 테일러 들도 많았고 부른 가격에서 뒤돌아 가려하면 가격이 한없이 낮아지는 마법도 보았다. 중급 수준의 테일러 샵들에서의 재킷은 130$ 부터로 확 낮아졌고 원피스는 55$ 셔츠는 크게 차이 없었다 (35$ 정도가 시장 가격 같다)
8군데 정도를 돌아본 우리의 결론은 이랬다. 우리가 골라온 디자인의 옷들이 정말 잘 활용해서 입을게 아니기 때문에 상급은 필요 없고 중급에서 잘 골라보자! 나는 심지어 미니멀리즘이 나의 죄책감을 끌러 다니며 집에 있는 옷들부터 잘 입자라는 결론으로 아예 제작 포기! 그래서 제이가 중급에서 골라놓았던 원단이 있던 곳으로 출발했다! 도착해서 제이가 대안책으로 골랐던 가디건 타입의 재킷으로 다시 견적을 받고 신체 사이즈 체킹에 들어갔다. 그 사이에 사장님이 슬쩍 오셔서 너는 아까 물어본 셔츠 안 만들 거냐고 나를 흔드신다. 대쪽처럼 나는 아니다 괜찮다고 했지만 나도 주문하면 제이 재킷도 5불 내 셔츠도 5불 디스카운트해주시겠단다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자고 하신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멘트인가.. 그럼 우리 행복해져야죠.. 라며 나도 주문을 넣었다. 제이의 가디건은 확실히 디자인이 간단하여 빠르게 끝났고 나의 셔츠는 아방가르드한 디테일이 들어가 있어 디테일을 맞춰보느라 시간이 걸렸다. 어쨌든 네고까지 잘 마치고 행복하게 저녁을 먹으러 돌아갔다. 다음날 점심시간이 지나자 일차 가봉을 오란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빠르다고? 의심치 못했지만 제이 가디건 디자인은 워낙 간단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과 설렘을 안고 달려갔다. 제이가 현명했던 건지 제이의 간단한 디자인은 크게 체크할 사항 없이 앞여밈과 전체 통 기장만 체크하고 마무리되었고 문제는 나의 셔츠였다. 공유했던 사진과는 완전히 다른 주름이 잡힌 셔츠를 보여주셨는데 의상학과를 나온 나의 탓인지 명백히 다름이 보이는 상황에서 사진을 확대해가며 테일러분을 앉혀 한 시간 동안 주름을 같이 잡아보며 가봉을 완료하였다. 제이는 내일이면 완성복을 찾을 수 있었고 나는 오늘 우리가 완료한 사항들이 잘 완료가 되었는지 확인 후 반대쪽도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기로 하고 속상한 마음으로 호텔로 떠났다.
내가 예민한 걸까 제이가 둔한 걸까 착한 걸까 괜스레 나의 성격까지 탓하며 내일도 잘못되면 많이 화가 날 거 같은데라며 끊임없이 불안한 생각들을 하며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역시나 엄청난 호텔 조식으로 마음과 정신을 푸짐하게 채우고 테일러의 픽업 연락을 받고 길을 나섰다. 도착하니 내 옷은 안 보이고 제이의 옷을 먼저 꺼내신다. 제이의 옷은 잘 완성이 되었고 꽤나 행복해 보이는 제이를 뒤로하고 나의 옷을 볼 차례다! 어딘가에 숨겨두었던 나의 쇼츠를 꺼내오셨다. 이 테일러 사장님이 너무나도 영리하신 게 분명히 어제 나와 테일러가 정확히 어떤 디테일로 소매가 만들어질지 서로 이해를 하고 나왔음에도 그 작업이 잘 안 된 건지 처음부터 해주실 마음이 없던 건지-꼬인 생각- 도저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쪽은 사장님이 직접 디자인을 하셔서 얼핏 비슷하게 완성본처럼 만들어 놓으셨고 왼쪽 소매는 어제 나랑 정리한 그 상태 그대로 두시곤 어떻냐고 물어보신다. 오늘은 나도 더 이상의 수정은 없을 것을 기대하던 차에 어제 한 시간을 정리한 게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음에 화가 또 치밀어 올랐다. 또한 우리도 곧 호이안일 떠나야 하는데 이 상태를 보니 머리가 아파온다. 여기서 더 이상 헤매면 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사장님 디자인 그대로 갑시다!라고 말씀드리고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가장 빠른 방법인 거잖아요? - 제이는 재킷 최종 체크하고 잔금도 치르고 나왔다!
호이안 테일러 샵 작업 과정
1일 차) 오전에 갈수록 다음날 가봉이 빨라져요!
디자인 선택 작업 가능 유무 체크 - 원단 선정 - 디테일 체크 - 바디 사이즈 체킹
2일 차) 1차 가봉
이상이 없으면 저녁에 옷 완성
혹시 어려운 수정 및 디자인 변경되면 다음 날 출고!
제이랑 다시 커피숍에 들어가 강한 베트남 햇빛도 피하고 호이안의 일정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으로 무얼 더 해볼까 생각을 나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발이 커서 한국에선 신발을 쉽게 살 수 없는 나를 위해 가죽 신발 집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둘이서 다시 갑자기 주문할 신발 디자인을 찾기 시작했다.
다시 다음날! 오늘도 호텔의 엄청난 조식으로 우리의 마음과 머리를 가득 채우고 오전에 가죽 집들을 돌아다니며 제이의 나의 신발들을 보여주며 견적을 확인했다. 점심시간이 끝날 갈 때 즈음 셔츠가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픽업을 갔다. 샵으로 가는 내내 얼마나 나와 샵 사장님과의 평화를 기도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옷은 잘 완성이 되었고, 다시 보니 사장님의 디자인도 나쁘지 않아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잔금과 사장님을 늦어진 일정들과 복잡했던 과정에 사과를 나도 어찌 되었던 사과와 감사인사를 하고 떠났다!
이렇게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니 이런 특별한 여행 경험도 재미있다는 초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동안 고생해왔던 나의 땀과 눈물을 담은 팁을 정리해보았다.
*her’s 주문 제작 팁
1. 디자인/원단 정확히 알기 - 테일러샵 기준 정하기
내가 만들고자 하는 옷에 대해 정확히 알기
“좋은 원단”으로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건지
기존에 입어보고 싶었던 옷의 디자인으로 한번 경험 삼아 만들어 보고 싶은 건지 혹은 정말 재미인 건지 혹은 내 사이즈에 맞는 게 정확한 건지 등에 따라
테일러샵 수준 정하기. 보통 원단이냐 디자인이냐에 따라 그 수준이나 예상 제작 가격이 산정됨
이왕이면 테일러샵이니 박스한 스타일보다 본인에게 핏 되는 옷을 맞춰보길 더 추천!!
1-1. 원단도 좋고 디자인도 복잡한 옷
당연히 시간도 더 소요되며 비용도 한국에서 중상급 이상의 디자이너 샵에 가는 비용이 산정된다 이런 경우엔 상급 이상의 테일러 샵을 가고 본인이 정확하게 원하는 디테일과 원단에 대해 알수록 작업은 빨라진다
1-2. 보통 수준 원단에 디자인이 복잡한 옷
여성 드레스 원피스들이 이런 경우들이 많은데 러플이나 레이스 밀착 정도 등에 따라 작업 시간이 산정되므로 좋은 원단을 고집할게 아니라면 상급에서 작업 의뢰 가능할 것 같다
1-3. 보통 원단으로 심플한 디자인
가장 성공률이 높은 경우로, 가장 빠르게 실패 없이 잣업 된다 이런 경우에는 중급 상급 다 좋을 듯
예외, 아오자이라고 정확히 품목을 정했다면 특히나 아오자이는 크게 어디 가나 다를 것 같지 않다 원단에 힘을 줄게 아니라면 가격이 맞는 곳에서 하면 될 듯!
2번 가봉이 중요하다!
1번의 사항들을 가지고 테일러들이 첫 가봉(예시 안)을 만들고 연락을 줄 것이다 보통 1-2일 정도 소요.
이때가 정말 중요한데 가봉 때 이미 옷의 느낌은 다 나와있다. 그러므로 본인이 주문한 스타일이 아니라면 잘못된 부분들을 정확하게 다시 요구해야 한다. 안된다고 해도 우리는 이미 돈을 지불했고 - 처음에 반드시 반 혹은 그 이하의 금액만 선금으로 내기! -
3번 기대를 낮춰라 혹은 디자인은 가급적 쉽게! 혹은 아예 샘플을 가져가 똑같이 만들어라!!
아방가르드 및 디자인이 어려운 옷은 그냥 비싼 데서 사서 입자… 비싼데 이유 있다…
자세한 사진과 설명 보단 제대로 된 예시가 제일 정확하다 사진 백날 보여줘도… 안 보신다… 왜 그러실까..
제이는 이번 경험에 아주 만족도가 컸고 나도 과정은 복잡했지만 우리가 일정을 미리 정해놓지 않는 사람들이라 다행이었지만 결국에는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 경험들을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