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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werld Jul 28. 2022

베트남 호이안에서 좀 더 재미지게 놀기 2

베트남 레더 샵에서 나만의 구두 제작하기

저번 글에 이어 적어보는 호이안에서 좀 더 재미지게 놀기! -저번 글에 기재했던 내용으로 테일러 샵에서 맞춤 셔츠와 재킷 제작에 문제가 생겨 호이안에서의 일정이 연장되었고 그 김에 레더 샵에서 신발도 맞춰보자며 시작된! -발이 큰 편이라 한국에서 맞는 사이즈의 신발을 구할 수 없기에 매번 아마존을 통해 도전한 직구는 반 이상을 환불해야 했고 직구로 인한 환불 비용은 언제나 구매 가격을 넘어섰던 나- 맞춤 제작 옷 보다도 맞춤 제작 신발은 나에겐 더 매력적이고 중요했었지만 앞선 맞춤옷 제작 경험으로 인한 이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었기에 그럼에도 간단한 샌들이라도 맞춰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제이와 일단 각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찾아봤다. 제이는 여행을 다니면서도, 도시에서도 쿨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죽 스닉커즈를 골랐고, 나는 운동화에서 벗어나고 싶어 클래식한 캐주얼 로퍼를 선택했다. 옷과는 다르게 가죽신발과 솔(sole)에 대해서는 제이의 경험과 지식이 월등했기에 이번 도전은 제이가 리드했다.

제이가 샵을 고르는 기준은 두 가지였다.

첫째, 샘플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과 가장 비슷한 스타일의 샘플을 가지고 있는지

둘째, 원하는 가죽을 가지고 있는지였다

대부분의 가죽 샵들은 테일러샵 골목에 자리했기에 호텔에서부터 올드 타운을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서부터 마음에 드는 곳들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여러 곳에 들어가 견적을 물어보고 가죽도 살펴보았다. 40도가 육박하는 날씨에 여러 곳을 돌고 나니 힘들기도 하고 이제까지의 견적과 모델 등을 정리하기 위해 역시나 에어컨이 있는 카페로 들어가 긴급하게 당 충전을 했다.  카페 쑤어다를 시켜 시원하게 한잔하고 정리해나갔다.


내가 원하던 로퍼- 가죽 솔 안감도 가죽 -의 견적은 65$-75$이었다-베트남 동 기준으로는 1,521,000-1,775,000 VND- 대부분의 샵 견적이 그 안팎이었고 보다 정확한 가격은 디테일 미팅이 들어가야 알 수 있었기에 그중에서 한 곳을 추렸다. 카페에서 나와 정했던 샵으로 돌아가려는 차 골목 끝에 정말 많은 샘플을 디스플레이해놓은 외곽의 샵을 발견했다. 왜인지 안이 궁금했고 우리는 커피로 인해 에너지도 얻었으니 혹시 하는 마음으로 샵 안으로 들어갔다. 제이는 이제 전문가가 다되어 들어가자마자 원하는 가죽 보유 유무 먼저 체크했고 제이가 원하는 가죽을 찾자마자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오? 뭔가가 괜찮은 시작인데 하면서 나도 제이도 많은 샘플들을 찬찬히 보며 우리가 원하는 것과 가장 흡사한 샘플을 찾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샘플마저도 쉽게 찾아냈고-신기하게도 딱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로퍼를 제이가 단번에 찾아냈다- 다음은 제일 중요한 가격 네고! 처음 사모님이 부르셨던 제이 신발 가격은 1,600,000 VND.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이다. 그동안의 테일러드 샵을 다니며 성장한 지식을 기반하여, 저도 맞출 거예요!! 를 외치며 손가락으로 3을 만들며 두 켤레에 3,000,000 VND으로 딜을 성사시켰다! -이미 어느 정도 가격 선을 알고 있었고 우리가 원하는 샘플과 가죽을 모두 가진 샵을 찾는 어려움도 알고 있었기에 큰 할인이 아녔어도 충분히 만족했다- A4 종이 위에 제이와 나의 발을 그리고 각 가로 사이즈를 재신 후, 각각 원하는 디자인의 디테일들을 체크하셨다. - 예를 들면, 밑창의 종류, 컬러, 레이스의 구멍 개수&간격, 디자인 디테일, 안창의 쿠션 위치 등 - 원하는 디테일은 거의 다 가능하나 테일러드 경험에 비추어 조심히 조언을 하자면, 아방가르드 혹은 하이엔드 디자인 디테일은 피하기. 충분히 디자이너와 이야기하고 샘플 내에서 가능한 디자인만 요구하자 비록 나는 그럼에도 완성까지 아주 험난한 여정을 했지만.. - 그렇기에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심플한 디자인 그러나 고급 가죽 잘 찾아 제작하기!

테일러드 때와는 다르게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가 다음 연락을 기다렸고, 그 기다리던 연락은 이틀 뒤에 도착했다. 설렘으로 가득 찬 마음을 진정시키며 샵으로 출발했다. 도착하자마자 어서 신발을 봉투에서 꺼내 신어보았는데.. 기대가 너무 커서였는지 이분에게 신뢰감을 너무 느껴서였는지 제이의 신발은 어떤지 볼 틈도 없이 내 신발만을 보고 있자니 어느 거인이 큰 발로 내 신발을 밟은 느낌이었다. 테일러드 때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고 그때에는 온몸의 화를 끌어올려 그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갔으나, 원단은 찢고 붙이고 다시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수백 가지 아니던가.. 가죽은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정이 가능하단 걸까..라는 답이 없는 상황에 넋이 나가 있던 거 같다. 제이은 대체 행운의 사나이인 건지 똑똑한 사나이인 건지 이번에도 꽤나 성공적인 결과였고 잔뜩 신이 나 거울 앞에서 한참을 보다 잔뜩 실망해 쳐져있는 나와 마침내 눈이 마주쳤다. 내 로퍼를 보자마자 그 너그러운 제이마저 한숨을 쉬었다. 일단, 문제는 신발을 신고 걸을 수가 없을 만큼 헐렁거렸고 거기에서 나는 무너졌지만, 제이가 차분히 나를 달래 다시 하나씩 문제점을 찾아나갔다. 사모님과 사장님은 남자 로퍼를 여자 디자인에 맞추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줄이는 건 얼마든지 쉽게 하실 수 있다 하셨지만 한국 맞춤구두에서 수없이 겪어봤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안다.. 그 수법은 단순한 눈속임이다. 며칠 뒤면 다시 처음처럼 늘어져 결국은 버리게 된다. 제이를 붙잡고 그 경험을 말했다. 그리고 사장님께 도대체 신발은 어떻게 줄이는지를 물어봤지만 거기까지 서로의 언어가 통하질 못했고 머릿속으로 계속 어떻게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사모님께 한참 뒤에 조심히 말해보았다. 우리는 다낭으로 이제 곧 돌아가는데 아무 디자인의 변경 없이 이 샘플과 똑같이 만들어 다낭으로 보내 주실 수 있는지. 사모님은 사장님과 한참 통화를 하시더니 그러시겠다고 해주셨다. 너무 고마웠지만 그와 동시에 이번엔 이 신발을 못 신게 되어도 후회하지 말자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낭에 도착했고 4일이 지나 약속했던 날이 되었다. 사모님이 택배나 배송 업체를 통해 보내주실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로서는 약속한 시간 호텔 로비에 앉아계신 사모님을 보고 속으로 신발이 별로여도 무조건 사는 거다 얼굴에 표 내지 말자라며 다짐했다. 사모님이 빨간 봉투에서 로퍼를 꺼내는 그 순간이 얼마나 길고 떨였는지 모르겠다. 로퍼가 눈앞에 나오고 나니 처음 인상은 생각보다 괜찮다! 였고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사이즈가 이번에는 뒤쪽이 살짝 타이트했지만 그건 지난번에 비하면 너무 작은 불만인지라 그저 심지어 행복했다. 신발의 남은 잔금에 좀 더 얹혀 사모님께 드리니 한사코 거절하신다. 그래도 기름값이라도 식사값이라도 챙겨드리고 싶었기에 몇 장을 빼서 한사코 꾸겨 넣으니 그제야 받아주신다. 그 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그 마음이 예뻤는지 이번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사람에게 받았던 흔치 못했던 여운이 많이 남았던 순간이었다.

서울에 도착해 굳이 오늘도 하루 종일 로퍼를 신고 돌아다녔다. 그 타이트했던 부분이 오랜 시간 뒤 발 등을 죄여 왔지만-가죽은 늘어나지 않는가!-감성이 먼저인 나에겐 여전히 예쁘고 여전히 따듯한 사모님이 생각나 오늘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여하튼 베트남 호이안에 가시면 예쁜 올드타운에서 아오자이 입고 사진 찍는 것도 꼭 해보시고 가죽 구두도 한번 맞춰보세요- 디자인과 가죽 공부는 정확히 하고 가시면 만족도가 더 높아지실 거예요- 가시게 되면 우리 사모님께 가서 저희 안부도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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