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변경

고요한관종

by 고요한관종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나는 이곳을

"나의 완벽한 대나무 숲"이라고 지칭했다.

관심종자인 나에게 이 공간이 꽤 안성맞춤이었다.

나를 알리고 싶지 않으면서(나를 아는 사람에게)

나에게 관심 주기를 바라는(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누군가와의 소통을 막연히 그려왔는데..


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라야 했다.

그 누구에게도 글을 쓴다 알리지 않았다. 한 사람 빼고..

안정된 틀이 그 한 사람으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내 글을 찾을까 봐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안절부절못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했지만, 작가명을 알려주지 않으면 수많은 작가의 글 중 나를 찾는 건 무리일 거라 생각했다. 계속 알려달라는 조름에 뭐에 홀린 듯 결정적인 힌트를 쪼르르 말해버렸다.

지브리스튜디오와 관련된.. 작가명 힌트.


그 사람이 과연 찾을 수 있을까로 시작한 의문이 점차 불안으로 내 목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제발 작가명 변경이 가능할 때까지 그가 잠시 브런치를 잊어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원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니, 확신하고 싶다. 그가 나를 찾지 않았으리라..


드디어 오늘, 그 작가명을 변경할 수 있는 날이기에 그동안 나의 글을 읽고 라이킷 해주신 분들과, 구독자에게 양해를 구합니다~꾸벅~ (급 공손!)


고요한 관종.

여기서 고요한은 추구미이고 관종은 팩트다.

관종... 그걸 부인할 수 없다. 나는 확실히 관종이다. 하지만 관심을 끌기 위해 지나치게 오버하거나 과한 행동을 한다는 사전적인 의미나 일반적인 의미와는 결이 다르다.


나는 고요하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아주 조용히 나만의 호흡으로 관심을 끌기 위해 시전 하지만 그걸 몰라주는 사람도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자존감도 낮아지고 소심해졌다.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고, 누가 칭찬하면 기분이 너무 좋고.. 단순할 때는 한없이 단순한데 소심해질 때는 한없이 꼬여서 세상에 세상에 이렇게 예민하고 복잡할 수가 없다. 나는 그렇다.

소심한 관종도 맞지만 너무 팩트만 있으면 씁쓸해서

추구미를 담아 “고요한 관종“!


고요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삶이 고요하지 않아서 그런가.. 마음만은 고요하고 싶어 부단히 애를 쓴다.

시끌벅적한 외적 요인을 그대로 빨아들이지 않기 위해 여러겹으로 필터를 씌우지만 어느새 마음은 변질되어 버린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마음속 깊은 우물에서 고요함을 길러 내 본다.


나는 소심한 관종이다.

내 인생은 고요함을 위협하는 과잉의 연속이기에

고요함을 내 인생에 빌어먹으며 연명하고 있다.

그러면 평범을 비벼 넣어 비범을 살 찌울 수 있다.


여기서 만큼은 그게 가능해서 숨이 쉬어진다.

글 속에서 진실된 나를 만나니까..


아무렴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