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술래를 걱정하는자

by 고요한관종






내가 하는 말이 가벼운 것인가?

듣는 사람이 말의 무게를 바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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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너를 알아차린 날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너의 기분이

단어와 단어 사이로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무슨 일 있냐 물어보았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너의 대답에

숨고 싶은 너를 발견하기도 했다.


생겨버리지도 않은 오해를 냉큼 삼켜버릴까 봐

너를 미리 걱정하고,

모든 신경과 감각이 총동원되어

너의 아득한 동굴을 찾아 헤맸다.

그곳으로 보낸 것도 나,

그곳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것도 나.


치닿는 너의 분노가 울려 퍼지던 밤.

한없이 이기적인 모습의 너를

꼭 끌어안고 싶었던 그 밤.

나는 뜬눈으로 그 밤을 지새웠다.


사실 관계가 그 무엇보다 중요했던 네가

사실 여부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불구덩이 같은 오해의 길로 걸어 들어갈 때,

때와 시를 알 수 없어 나는 전전긍긍했다.

나의 이름이 붙여진 너의 고통에 책임감을 느꼈고,

네가 스스로 만들어낸 망상과 오해로 아파할까 나는 그걸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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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는 힘이 강한 것일까

끌려가는 내가 가벼운 것일까..


당기는 힘이 강하다 느끼던 순간은

너라는 사람이 나의 우울을 안아 줄 때였고,

끌려가는 내가 가볍다 느끼던 순간은

너의 결핍 앞에 나라는 사람이 녹아내릴 때였다.


무언가를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늘 많았던 나는

너에게 집중하기 위해선

아무런 조건이 필요하지 않았다.

사소한 너의 말과 표정을 두 귀와 두 눈뿐 아니라

온 감각으로 읽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읽은 너에게서

나는 또 의미를 찾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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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사소한 그 말은

그날의 행복감을 흔들 만큼

슬픔밤으로 번졌다.


네가 놓은 덫에 네가 걸려들었다.

뱉은 말의 무게와 책임을 묻는 너의 목소리와

텍스트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무심결에 뱉은 너의 그 말 때문에

더 이상 망상이 아닌 확신의 생각은

불안과 허탈감의 나래를 펼쳤다.


순간의 압박으로 한 숨을 고르고,

행복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던 그 순간이

너에게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는지..

그냥 작은 툴툴거림으로 여기고

어깨 한번 토닥이며 웃어넘기면

사라지는 문제라 생각했던 건지..

생긋 웃음 지어 보인 내 모습을 보고

모든 앙금이 사라졌다 안도하며

책임을 면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너의 이름표가 붙은 나의 서운함을 숨기는 건

감추고 싶어서가 아니라

네가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인 것을

너는 왜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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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의 술래는 넌데,

나를 찾지 않는 너를..

그런 너를 찾는 건 내 몫이었다.


견디는 것을 잘하는 너.

참는 것도 참 잘하는 너.

하지만 싸늘한 나를 오래 참지 못하는 너.

참는 것도 어쩌면 이렇게 일관성이 없을까.

그런 모습에 나는 또 가벼워지려 한다.

너의 결핍 앞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려 한다.


숨바꼭질의 난이도는 下 였다.

나는 꽁꽁 숨은 적이 없었다.

네가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언제든 찾기 쉬운 곳에 있었다.

네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나는 늘 있었다.


오늘 너는 나를 찾았지만

나의 냉랭한 반응에 숨바꼭질을 그만두는 듯했다.

나를 찾은 기쁨을 결국 누리지 못하고

씁쓸함만 안고 너는 돌아서야 했을 거다.


처음부터 승자를 가리기 위한 숨바꼭질은 아니었다.

술래는 술래의 역할을,

숨는 자는 숨는 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되는 거였는데..

술래는 찾지 않고 ,

숨는 자는 훤히 드러난 곳에 숨어있다.

룰은 파괴되었다.


그렇지만 너의 노력을 나는 또 읽고 있다.

그 노력에 의미를 찾고 너의 최선을 헤아려 보고 있다.

더 꼭꼭 숨고 싶어도

네가 찾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까 봐

나는 술래 걱정을 하는 숨는 자이다.



We all broke our rules for some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