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단어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책임회피가 아닌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옵션.
흐린 눈.
정말 중요한 것 외에
마음과 에너지가 흐르는 곳을
흐린 눈을 뜨고 차단해야 한다.
가끔은 게으를 수도 있지.
나 자신을 느슨하게 풀고 싶을 때,
흐린 눈 만한 게 없다.
나는,
눈에 보이는 현상값보다
내 머리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입력값이
더 큰 사람 같다.
머릿속은 계속 분주하게 움직인다.
수많은 상상으로 감정적 소모가 이루어진다.
확대해석이기도 하고,
유난스럽게 오버하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머릿속으로만.
그런 생각들이 온통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반면,
출력값은 꽤 고요하다.
표정이 없고, 눈빛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대화를 나눌 때에도 차분하고
시끄러운 속과 상반된 모습이다.
태풍의 눈과 같다.
나는 타인의 시선과 그들의 판단에
자유롭지 못하다.
나로 인해 누군가 불쾌한 것이 싫다.
나 때문에 누군가 피해 보는 것은 더더욱 싫다.
타인에 의해 내가 손해 보는 것이,
나의 선택으로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보다 낫다.
겸손을 위장한 자기 과시.
관대함으로 치장한 서운함.
모순을 감추기 위한 끝없는 가식이다.
타인에게는 관용을 베풀지만
스스로에게는 늘 최선을 묻는다.
자기비판과 빠른 인정.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지만
앞으로 나갈 힘과 에너지는 이미 타인에게,
또는 생각 속에서 길을 찾는데 소진되었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보고 판단하는지..
나는 자꾸만 치우친다.
타인의 필요가 명확히 보이면,
본 것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차라리 안 보이면 모르겠지만..
왜 이렇게 잘 알겠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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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목표와 목적을 위해서도,
가족을 돌보는 일에도.
내가 기쁘고 즐겁고,
감사할 수 있는 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흐린 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