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간 자리
뜨거운 숨결은
지나온 고통을 말해준다.
망망대해에서 폭풍은
쉴 새 없이 내 모든 것을
엉망으로 흐트러뜨렸고
가지고 있는 전부를 가져갔다.
의심과 불신 마저.
내게 남은 건 없다.
26년 2월,
숨을 고른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한다.
푹풍이 거치고,
요란했던 하늘과 바다는
숨죽인 나를 고요하고 잔잔하게 토닥인다.
잘 지나왔어.
하지만 나는 안다.
폭풍의 시간은 언제고 들이닥칠 거라는 걸.
지금은 감정의 연결이 회복된 거지,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으니까.
고정되어 있는 구조는
그도 나도 바꿀 수 없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된다.
양날의 검.
독이든 성배.
예방의 최선은 무엇일까. 글쎄..
뾰족한 대안은 없다.
그냥 믿는 것.
베임에 상처가 나면 치료하고,
독을 삼키면 해독을 하면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픔과 치유
두 가지 모두를 줄 수 있는 존재니까..
병 주고 약주고의 끝판왕이지만
그럼에도 잃을 수 없는 존재.
많은 것을 버리고 잃어버려도
단 하나 너의 존재를 쥐고 있다면 괜찮다.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내가 지켜온 것들이 병들고 있어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이제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는 힘으로
너를 사랑해야 한다.
너와 맞이하는 3번째,
따뜻한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