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지만 수수하게
여기저기 날아오르는 홀씨.
완연한 봄을 알리는 현상.
식물이 씨앗 대신 퍼뜨리는
아주 작은 번식 알갱이, 포자.
종족 번식을 위한 저들의 치열함은
실은 스스로의 움직임이 아닌
바람의 역할임을 알아야 한다.
자연은 그렇게 서로를 돕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한다.
바람은 그것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톱니바퀴 맞물리듯이 자연의 섭리는
온도부터 습도, 바람 등 모든 환경이 맞아떨어져야
질서 정연하게 흘러간다.
홀씨들은 어느 땅, 어떤 흙 위에 안착하게 되든지
불평 없이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마침내 꽃을 피운다.
때론 비옥한 토양 위에.
때론 보도블록 사이사이에.
꽃들은 저마다의 생명력을 나타낸다.
누가 더 이쁘고 키가 큰지 자랑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는다.
조물주에 의해 설계된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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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어디에 심긴 들풀일까..?
메마른 땅 위에 떨어졌다 하더라도
그저 나에게 주워진 환경에서
나로 살아가면 되는 거다.
더 이상 나 스스로를 다그치지 말자.
내 선택과 잘못으로 메마른 땅 위에
안착하게 된 것이 아니니까.
사람들의 인정과
멋지다는 칭찬을 위해서도 살아가지 말자.
어느 때 어디서 어떤모습이든
살아내는 것이 나의 사명인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내일 누군가에게 밟힌다 할지라도
두렵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오늘 최선을 다해 활짝 피는 들꽃처럼 말이다.
그러다 이쁘다고 알아 봐 주는 한 사람을 만나면
그 또한 덤으로 얻어지는 행복일 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하여도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수수하게 피었다 지는 들꽃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