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징
혼자이고 싶어요.
문득, 몰려오는 스트레스는
모두 인간과 인간이 부대끼면서
생기는 문제들이에요.
외로움을 잘 타는 나이지만
혼자이길 이토록 원하는 것은,
단순, 인간관계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에요.
이 순간, 이 상황에서 철저히 숨어버리고 싶은 건지도 몰라요.
견디기 힘들지만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에요.
원망이 가장 쉬워요.
원망은 나를 파멸시킬 거예요.
원망은 비관주의자가 되는 지름길이 될 거예요.
원망하지 않는 게 가장 어렵지만
저는 그 길을 선택해요.
나의 속된 바람들도
허상 속의 아름다움도
나를 사랑해 주고 헤아려주길 바라는 욕심도
모두 입김에 사라지는 것들이에요.
지금은 나를 잃는다 해도
나의 자리를 지켜야 할 때예요.
적당한 이기심으로 나를 챙기고,
나의 자리도 지키고 싶어요.
그러기에 가장 작은 것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
갈망이 고요함을 집어삼킬지 몰라요.
충분해. 이만큼도.
기차를 타고 무작정 떠나고 싶어요.
아무 계획도 없고,
입을 옷도 챙기지 않고,
목적지가 없으니 조급할 필요도 없겠죠.
동해선을 탈까, 전라선을 탈까.
처음으로 전국의 기차노선을 들여다봤어요.
기차 노선에 적힌 생소한 정차역 이름을
떠올리며 낯선 곳도 괜찮겠다 싶어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흔적 없이 잠시 머물다 가고 싶어요.
나 하나 홀가분히 떠나면 그만인 것 같지만
그러면 안 되겠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리 일지라도
자리는 지키라고 있는 거잖아요.
책임 같은 거 개한테 줘버릴 용기 따위도 없어요.
소심한 나는 생각 속 달리는 기차 안에 타고 있을 뿐이에요.
이터널선샤인 영화 속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몬톡 바다로 가는 기차에서 재회해요.
재회인데 처음 만난 거죠.
왜냐. 서로의 기억을 지웠기 때문이에요.
기억을 지우는 게 의미가 없음을 보여줘요.
또다시 서로에게 스며들 테니까요..
나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나에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모순은 몰까요..?
..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요.
기차여행을 한다면 기차 안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
현실과 비현실.
행복과 불행.
희극과 비극.
상반된 주제가 주는 체감과 괴리는 크지만
이 둘 사이는 얇은 종이 한장일뿐이에요.
생각 하나로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에 짓눌리는 상황에서
디지털미디어시티역 환승구간에서 파는
매운 어묵과 따뜻한 오뎅국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 단순함 때문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거예요.
마치 “피지컬 100”에 나오는 퀘스트와 맘먹는
100개의 복잡 미묘함을 10가지의 단순함과 긍정으로
끌고 가야 하는 거죠.
이렇게 글로나마
나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웃음포인트 삼아
스스로를 격려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오늘은 꽤 힘들었거든요..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그런 날
그 누군가는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를 위한 2500원어치 오뎅의 소비를 칭찬하며
넋두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