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나는군
이제 휴식시간.
pm 8:13
하루의 마무리가 어제와 다를 것 없이 똑같다.
그렇지만 오늘은 유독,
허무한 기분이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참으로 단순한 것 때문이었다.
-
퇴근길 동네마트에서
자반고등어 한 손을 사 왔다.
깨끗한 물에 씻어 체망에 담고,
물이 빠진 후 미림을 발라준 다음
바질가루와 후추를 뿌려 잠깐 방치.
그사이
누군가 한낮에 벌려놓은 설거지와;;
또 설거지..
냄비가 도대체.. 하아
프라이팬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두고
씻어서 앉혀 놓은 압력밥솥에 불을 올린다.
“딱딱 딱딱..”
인덕션 있는 집들이 부러웠는데 ,
가스레인지 불붙는 소리가 오늘은 정겹네.
하지만 고등어를 구우면서 정겨웠던 여유는
서서히 그림자가 덮친다.
“망했다”
프라이팬에 들러붙은 생선껍질을 떼어내다가
생선이 다 부서지고.. 내가 생각하는 노릇노릇 생선구이의 자태는 박살이 났다.
짜증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작 난 고등어와 프라이팬을
통째로 갖다 버려버릴까..
망한 고등어구이를 한참 째려보면서
이 실패의 원인을 프라이팬에게 전가시켰다.
결국, 다른 프라이팬을 또 꺼내서 먹을 수 있는 고등어 살을 옮겨 구웠다.
새 밥은 다행히 맛있었다.
깻잎절임과 엄마표 김구이, 그리고 배추김치를 꺼내
아작 난 고등어구이와 함께 밥상을 차렸다.
고등어구이를 발라 먹으면서도 짜증이 가시지 않았다.
짜증은 나는데 깻잎절임과 김에 밥을 싸서 계속 먹었다.
스트레스로 눈커플이 바르르 떨렸다.
오늘 낮에 약국 앞에서 챗지피티에게 눈커플이 떨릴 때 효과 좋은 약을 추천해 달라 했더니 피로, 수면부족, 스트레스로 인해 떨림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했다. 보통 3-4일 지나면 호전된다고 했다. 일주일은 족히 넘은 것 같은데..
불편했지만 며칠 더 버텨보자 하고 약국 앞에서 돌아섰던 걸 후회해 본다.
온 집안이 고등어구이 냄새로 가득 찼다.
내 손에도.. 고등어.
프라이팬 두 군데에도 고등어.
고등어가 밉다.
갑자기
서울역 서울로 고가 위가 떠오른다.
그곳을 거닐었던 순간,
웃으며 대화를 나눴던 순간.
비 오는 날에는 더 낭만적인 서울로 밤길.
가고 싶다.
걷고 싶다.
…
상상을 멈추니
고등어 냄새가 밀려들어온다.
짜증 난다…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