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구독자를 기념하며
구독자가 한 명 생겼다.
갑자기 글 쓰기에 부담이 밀려온다.
첫 구독자.
그는 혹은 그녀는 두 개밖에 없는 나의 글의,
무엇에 이끌리어 구독을 누른 걸까?
정말 궁금하지만 물을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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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글을 습관처럼 써왔다.
중학교 때부터 써오던 일기장과 다이어리가 15권은 족히 넘는 것 같다.
다이어리에 내 일상을 채우고 꾸미는 것이
고등학생 때 유일한 낙이었으며 취미이자 특기였다.
그래서 내 글은 간결하지 못하다.
생활 위주, 있었던 모든 순간을 깨알만 한 작은 글씨로 모두 기록했다.
나중에 모조리 기억하고 싶었기에 최대한 많이 세세하게 적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게 습관처럼 굳어졌다. 두서도 없고 주제도 없이 공간만 채우는 텍스트.
처음부터 완벽한 글쓰기는 없을 것이다.
매사에 소심한 편이지만 글쓰기만큼은 대담했다.
나는 mbti- I라서 말하는 것보다 듣는 편이 더 편한 사람이다.
그런데 글을 쓸 때만큼은 E처럼 too much talker가 된다.
글을 쓸 때만큼은 솔직하다.
자아를 하나씩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기에 글쓰기가 나를 표현하기 제일 편한 수단이자 도구가 되었다.
애초부터 형식에 매여 있지 않다 보니 그저 줄줄 써 내려가긴 하는데,
막상 구독자가 생기니까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냥 스쳐 지나가며 ‘라이킷’ 한 번 누른 것과는 달리,
묘한 책임감까지 든다.
읽는 사람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그로인해 본연의 나의 글이 퇴색될까 한편으론 걱정이다.
내가 용기 내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된 계기는 모순적인 성향 탓이다.
나를 아는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숨고 싶으면서,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나를 알리고 싶은 모순.
이상하고 소심한 관종이라 해두자. 맞긴 하다.
나의 모순을 실천할 수 있는 곳이 브런치였다.
여기에서는 오롯이 글로만 내 존재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완벽한 대나무 숲과 같은 곳이다.
시끄러운 내면을 잠재우고 고요함을 좇아 글을 쓰는 이유는 다분히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글을 쓰고,
내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공감 한 스푼 얹어주며,
또 누군가에게 위로 한 사발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첫 구독자를 기념하고 싶어 글을 썼다.
기쁘기도 하고 걱정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