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9
나의 인생의 낙은 무엇일까?
질문을 보고 흐린 눈을 한 다음 ‘인생’을 살짝 가리고 생각한다. 요즘 생각이 충분히 무거웠다고 느꼈다. 그러니 무거운 단어는 잠깐 내려놓는다. 요즘 나의 인생의 낙은 뭘까?
하나. 서비스 기획자가 된 척해보기.
나는 새로운 경험을 좋아한다. 그중에도 새로운 도구를 사용해 보는 게 제일 좋다. 사회 초년생 시절 엑셀을 여기저기 활용하는 게 재미있었다. 회사에서 그래프를 만들어 사용해보기도 하고, 모임에서 진도표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도구를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나아가서 도면 설계 프로그램을 배워서 회사에서 사용해보기도 했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도구를 배울 수 있다. 업무를 할 때는 각 직업 마다의 주요한 도구들이 있는데 그 도구들을 배우다 보면 그 직업이 살짝 되어 볼 수 있다. 나는 최근에 AI 코딩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보고 있다. 언젠가는 서비스를 만들어 봐야지 생각했던 꿈이 한 발치 다가왔다고 생각해 확 뛰어들었다. 먼 발치에서나 보던 서비스 기획서를 얼기설기 작성해보고 있다. 인터넷 검색에서 휙휙 보고 뭐가 필요하구나 대충 훑은 다음 AI랑 대화하면서 끙끙댄다. 나는 이런 게 재미있다.
둘. 소설을 사러 가는 내일 점심 산책길.
질문에서 인생을 지웠으니 더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나는 활동하는 것마다 배경음악 마냥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 러닝 할 때, 글 쓸 때 등등. 이번에는 일할 때의 플레이리스트에 새로운 노래를 담는데 평소에 자주 듣는 한로로의 새 앨범이 8월에 발매되었다는 걸 알고 담았다. 가사의 의미를 찾아보다가 동명의 소설을 낸 것을 알았다. 따끈따끈 7월 11월에 출시한! 소설과 음악이 연결되어 있다니. 한로로는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면 언제나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인터뷰했었다.
한로로 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담고 이어서 만들면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진다. 자극받고 나도 맘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용기를 얻어본다. 점심을 먹고 교보문고로 산책 가는 길에 그 소설을 사러 가야겠다. 책을 예약해 놨다.
셋. 피곤해하면서 달리는 오늘 러닝.
오늘은 부모님과 외식을 하고 걸어 산책을 했다. 2킬로가량 걸은 후 집에 돌아와 러닝을 할지 고민했다. 어제저녁 모기와의 싸움 때문이었는지,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늦게 글을 쓰고 잠을 잤던 탓인지 살짝 피곤하다. 그래도 오늘은 러닝을 해야지. 피곤한 채로 길을 달려도 좋을까? 반문해보다가 그럼 해보자라고 마음먹고 나가 달려본다. 달리기와 시작되는 잡념들이 튀어 오르고, 그중에 단골질문 나는 왜 달리고 있을까 생각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달리며 하늘을 본다.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해지면서 기분이 차분해진다. 그래 오늘도 잘 달렸다. 다음에도 피곤해도 러닝 해야지.
여름 코코아, 겨울 수박도 혼나지 않는 파라다이스
- 한로로 0+0 가사 중
다시 인생이라는 내려놓은 단어를 들고 다시 생각해 본다. 나의 인생의 낙은 뭘까?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것인 것 같다. 보통은 해야 하는 것들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한다. 그런데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만큼 못하면 너무 억울하다. 여름 코코아 먹는다고, 겨울 수박 먹는다고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 없다. 나의 낙은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에 드는 만큼 하는 게 내 낙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