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5
저번주 초음파 검진을 했다. 의사 선생님은 담낭에 염증이 있어 이번 여행은 가지 않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마음속으로 ‘안 돼요! 저는 그냥 갈 거예요. 일주일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라고 때를 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비행기나 외국에서 급성 담낭염이 생기면 정말 위험하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아프다는 것이다.
최근 일상이 콘크리트처럼 굳어서 변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고 이걸 바꿀 기회라고 생각한 여행이었다. 몇 취소되지 않는 숙소를 제외하고 비행기와 숙소를 취소 처리하니 정말 끝났구나 싶었다. 여행 가기 3일 전에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억울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도 내가 머물 공간을 선택하지 못한다니. 이것보다 자유롭지 않은 상태가 있을까. 여행을 못 가서 가장 아쉬운 것은 그 경험이 나에게 줄 새로움이었다.
수영의 영법 중 자유형은 “자유”롭게 영법을 해도 된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 자유형보다 접영을 할 때 더 자유로움을 느낀다. 접영은 영법 중에 유일하게 물에서 벗어나며 하는 영법이기 때문이다. 발을 모아 인어처럼 돌핀킥을 뻥 차면 순간 물 위 허공 속에 떠있고 다시 물표면에 들어간다. 이런 궤적을 몇 번 반복하면 수영장 레인의 끝에 도달한다. 물과 허공을 넘나드는 감각이 자유를 느끼게 한다.
접영과 비행은 필요할 때 새로운 경험을 준다. 비행은 직장과 집에서만 있을 것 같은 나를 다른 나라에 데려다주고, 접영은 물속에만 있을 것 같은 나를 공중에 데려다준다. 일에서든 생활에서든 이런 갇혀있는 느낌을 언제든 벗어날 수 있는 상태가 나에게는 자유이고, 새로움이 주는 낯선 감각이 나에게 자유가 줄 수 있는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