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6
내 성공 방식은 “충분한 준비” 였다. 충분한 준비가 있을 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곤 했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하던 방식대로 시험을 치거나 도전을 해왔다. 대학생 시절에는 잘 못 하는 영어를 제대로 공부 하고 싶어 영어 말하기를 일년동안 공부를 했다.
영어 관련 대외활동에 들어가 학습을 했었는데 학습 방법은 영어 몇 문장을 뜻이랑 숙어까지 완전히 익혀서 녹음하는 방식이었다. 1000개가 넘게 녹음을 했고, 그 과정에서 영어는 점차 익숙해 졌다. 그리고 대망의 대외활동 마지막에는 영어발표가 남아있었다. 한달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나는 내가 무대공포증이 있는지 몰랐다. 앉아서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리딩 하는 건 곧 잘 했기 때문이다. 강단에 서서 사람들을 바라보며 첫 마디를 던졌는데 머리 속이 하얗게 텅 비어 버렸다. 내가 첫 문장 이후에 말을 못하고 서 있자 사람들은 화이팅! 하며 힘을 불어넣어 줬다. 하지만 응원으로는 당장의 해결을 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아무말도 못한 채 내려왔다. 수치심을 뛰어넘어 패닉이었다. 일년을 준비한 날인데 이렇게 망칠 수가 있다니 너무 슬펐다.
10년이 넘은 지금 생각해보면 무대에 서서 말하는게 별거 인가 싶다. 그럼에도 한계를 가장 강하게 느꼈던 순간이었던 것은 항상 준비 한 그대로 해왔던 대쪽 같은 방식에 치명타를 준 사건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한 시점의 성공은 다른 한계가 되기도 한다. 그걸 깨닫고는 그 이후로 다른 사람들의 방식도 관심을 가진다. 이제는 기존의 방식을 비틀어 새로운 방식으로도 시도해 보기도 한다. 충분한 준비는 여전히 나의 방식 중에 하나지만, 반대로 내 직관이나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유연함도 생겨났다. 지금 다시 그 무대에 선 다면 대본이 생각나지 않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유연함을 가지고 무대에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나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