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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Dec 31. 2023

2023년 독서노트 결산

독서노트를 정리하며 나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두었다. 


올해 읽었던 책을 분류해 보면, 자기 계발 분야 3권, 경영 2권, 창작 3권, 과학 7권, 심리 3권, 소설 17권, 사회 6권이다. 지난 몇 년과 다른 점은 '소설' 분야이다.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데 올해는 글 쓰는 감각을 익히기 위해 소설을 꾸준히 읽어왔다.



정세랑의 세계로


보건교사 안은영

목소리를 드릴게요


17권 중 12권은 정세랑 작가의 소설이었다. 올 초단편 쓰기 수업을 듣게 되었고 A4 2장 정도의 단편을 썼다. 이후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두 달간의 수업이 즐거웠다. 미니픽션 <아라의 소설>을 통해 정세랑 작가의 세계로 입문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작가의 말'에서는 "오직 글쓰기의 쾌락만을 위해 이 소설의 썼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창작자의 의도처럼 경쾌하게 읽힌다. 글을 읽으며 '역시 이거지' 싶은 쾌감에 빠져드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다루는 주제들은 묵직하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SF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편지 형식으로 쓰인 '11분의 1', 지렁이에서 시작되는 거대한 상상력을 담은 '리셋', 씁쓸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아려오고 눈물이 차오르는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 세 편이 기억에 남는다. 한 사람의 관심사가 이렇게나 넓고 깊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읽었던 책이다.


내년에는 정세랑 작가의 산문집과 공저로 참여한 소설집을 더 읽어보고 싶다.



인생에도 과학 실험 보고서가 있다면


랩걸


올해는 과학 분야의 책도 다른 때보다 열심히 읽으려고 했다. <랩걸>은 지구생물학을 연구하는 여성 과학자의 일과 우정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고통스럽게 성장했던 인생의 마디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나무의 삶을 떠올린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책 속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며 그들에게 푹 빠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다윈지능

공감의 반경


최재천 교수의 유튜브 채널을 즐겨본다. 진화론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교수님의 영상을 통해 많이 배웠다. 아직 내가 지금의 나로 왜 진화해 왔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스며들듯이 생물학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볼 생각이다.


<다윈지능>은 진화론 입문에 가까운 에세이다. 최재천 교수가 네이버에 연재했던 글들을 묶고 코로나 이후 팬데믹에 관한 챕터를 추가하여 만들어졌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이다. 단단하고 좁은 나의 세계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주는 책이었다.


<공감의 반경>은 과학 철학자이자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의 책이다. '공감이 어떻게 혐오를 만들어 내는가'라는 책 소개가 흥미로웠다. 공감은 집단 내부를 결속시키는 구심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외부 집단을 배척하는 원심력으로 쓰이기도 한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작용을 이용하여 반경을 넓혀가자는 문학적 상상력이 담긴 문장이 너무나 좋았다.



AI 시대와 글쓰기


핵개인의 시대

AI 2024 트렌드&활용백과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저자의 예측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나의 상황에 맞추어 트렌드라 일컬어지는 것들을 퍼즐 맞추는 기분으로 읽곤 한다. 2024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AI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 같다.


글과 영상을 통해 통찰을 전하는 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박사의 <핵개인의 시대>에는 '고유함'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가수 김광석의 목소리를 재현하여 최신곡을 부르는 AI 기술이 방송된 적이 있다. 김광석의 목소리가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김광석이 가진 고유함을 설명한다.


"어떤 사람과도 구별되는 김광석 특유의 서정적인 음색과 유랑자적인 무드, 그 고유함이 환금되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AI가 어떻게 쓰일지 궁금하다. <AI 2024 트렌드&활용백과>는 AI 따라 하기 학습서와 같은 책이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여러 AI 사이트를 소개하며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 보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책을 보며 따라 해 볼 수 있는 실용적인 책이다.


'고유함'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지문 같은 글'이 떠올랐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는 신형철 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과 김혜리 기자의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가 해당된다. 매체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의 글에는 오랜 시간 직업적 글쓰기를 통해 형성된 선명한 문체와 명확한 구조가 돋보인다. 내년에는 다양한 매체 평론가의 글을 더 읽어보려고 한다.


김혜리 기자의 말과 글을 통해 섬세한 결을 익혀왔다. 김혜리 기자의 문장 속에 담긴 온기는 언제나 글을 쓰고 싶다는 용기를 준다.


"나는 이번주에도 ‘영화의 일기’를 쓸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사랑하는 영화를 기억하기 위해 티켓을 모으고 비망록을 쓰는 무수한 당신들을 상상하며, 영영 셋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하나 그리고 둘, 다시 하나 그리고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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