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올해는 총 41권의 책을 읽었다.
작년에는 SNS 운영에 정말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책 리뷰를 많이 남기지 못한 것. 대신 책은 꾸준히 읽어왔는데 올해도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났다.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책들을 세 가지 분야로 나누어 정리해봤다.
책과 글의 세계에서 중심잡기
빅매직
아티스트 웨이
책 잘 읽는 방법
작년부터 ‘창작’이라는 주제를 고민해왔다.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고민이었다. 지금의 결론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연습하는 것’이다. 수영을 배울 때도 이론만 배워서 이해한다고 수영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듯이 그냥 써야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마음대로 쓰다 보면 ‘좋은 글’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좋은 글이란 오탈자가 없는 글, 멋진 표현이 담긴 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 상업적 가치가 있는 글 등 여러 기준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치유에 가깝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 ‘나에게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를 정리해보는 계기를 만나게 된다.
이때 도움 되는 것이 ‘창작’에 대한 믿음인 것 같다. <빅매직>과 <아티스트 웨이>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모두에게 ‘어린 창작자’가 있다는 것. 창작자가 상처받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완전히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아 두 권 모두 읽다가 포기한 책인데 올해 완독을 했다. 나의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임을 운영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큰 도움을 받았던 책이다.
<책 잘 읽는 방법>은 4월부터 3개월간 진행했던 독서모임에서 소개했던 책이다.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가 쓴 책이다. 무엇보다 쉽고 얇다.
책을 통해 <행복의 기원>, <승려와 수수께끼>와 같은 좋은 책도 추천받을 수 있었다. 내가 책을 읽어온 방식을 돌아보고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께서 어떤 지점에서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기 어려워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내면 아이와 화해하기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
행복의 기원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올해 10회기의 심리상담을 받았다. 상담이 끝나면서 선생님께 편지를 썼는데 ‘제 장점마저도 회피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못했는데 이제는 제 안의 무언가(?)가 좀 더 행복하도록 돕고 싶습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선생님께서는 굳이 ‘내면 아이’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으셨는데 상담을 하는 동안 내 안에 있는 내면 아이와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셨던 것 같다.
내가 ‘무언가’라고 느꼈던 것은 내면 아이였고 나의 성인 자아는 종종 내면 아이를 의심하고 나무랐던 것 같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을 때는 나의 성인 자아가 내면 아이를 믿어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방식의 감정 표현을 체화했고 반복되는 감정 패턴 속에서 괴로워했다. 올해 ‘내면 아이’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나는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라는 책이 쉽게 쓰여있어 좋았다.
<행복의 기원>을 읽으면서는 ‘행복에 대한 나의 집착’을 알게 되었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할 때 느끼는 간단한 감정일 수 있는데, 대단한 수수께끼라고 생각해 정말 열심히 행복해지기 위한 준비만 했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면 자격처럼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한 해 동안 나 자신에게 '행복할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말을 자주 해주었다. 이제는 마음으로도 느끼고 있다.
행복에는 유전적 요인도 큰데, 내향형인 나는 행복해지기 어렵다는 진실을 받아들이니 오히려 행복이 쉽게 여겨졌다. 행복을 좇지 않고 지금 당장 행복한 사람이 되겠다는 결단을 하게 해 준 책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5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대단한 수치인데 ‘너무 인기가 많은 책’이라 읽지 않았다. 이제야 읽은 것이 아쉬웠을 정도로 좋았다. 작가님의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가 특히나 공감되었다.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고, 내면 아이를 오해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와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메타인지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지침이 되는 책이었다. 다음 책이 <더 좋은 곳으로 가자>인 것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참고서처럼 두고두고 찾게 보게 될 것 같다.
(+) 정문정 작가님의 유튜브 영상이 정말 좋아서 책도 찾아보게 되었는데 말하기와 글쓰기가 정말 조화로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뾰족한 글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날카롭고 다정한 글 속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왜 일하는가
프릳츠에서 일합니다
프리워커스
달까지 가자
<왜 일하는가>는 책 제목이기도 하다. 요즘 ‘일’은 누구에게나 관심받는 주제이다. 조금 더 의미를 찾으며 일한다는 점에서도, 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도 ‘왜 일을 하며, 어떻게 일을 할 것이며, 무슨 일을 할 것이냐’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다루어진다. ‘업세이’가 많이 나오고, 자기계발서 대신 업세이를 쓰고자 하는 욕구가 높은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
<프릳츠에서 일합니다>와 <프리워커스>는 같은 시기에 읽은 책이다. ‘모빌스 그룹’에서 쓴 <프리워커스>에 ‘프릳츠’ 김병기 대표님의 인터뷰가 정리되어 있다.
두 기업이 결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내가 공감 갔던 부분은 ‘자율성’과 ‘전문성’. 두 기업 모두 직원을 전문가로 존중하는 것이 느껴졌고 이것이 기업문화가 된 곳이다.
<달까지 가자>는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며 소설을 읽는 이유는 ‘생각의 외주’가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누군가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간접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떠올랐다.
나는 책을 읽고서 일에 대해 ‘의미를 찾는 것’과 ‘생계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올해가 3시간 정도 남았다. 온전히 생존해 낸 것이 자랑스러운 한 해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많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다. 함께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 버티어 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종종 대형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와 신간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몇 권을 사서 하루 종일 읽다 온 적이 있었다. 그런 주말을 보내면 하루가 온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한 주가 시작되면 책 속 세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느껴야만 했다.
지난 1년간 글쓰기 모임을 통해 글을 쓰며, 책과 글의 세상과 현실 사이에 조그만 다리가 놓아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 다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넓고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 내년에도 바쁘게 열심히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