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과 경제학의 조우

<괴짜경제학>, 스티븐 래빗, 스티븐 더브너

by 혜윰



경제학자 스티븐 래빗의 주저 <괴짜경제학>은 괴짜를 뜻하는 ‘freak’과 경제학을 뜻하는 ‘economics ’의 합성어 ‘freakonomics’의 한국판 제목으로서, 전통적인 경제학과는 다소 이질적(?)인 저자의 재기발랄한 관점이 돋보이는 경제학 서적입니다. 스티븐 래빗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현실 세계를 해석하는 유용한 도구를 제공하는 개념을 많이 개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의 주된 연구 주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내용에만 함몰되어 왔음에 안타까움을 토로합니다. 이러한 스티븐 래빗의 아쉬움은 마침 비슷한 갈증을 겪고 있던 저널리스트 스티븐 더브너와 맞닿았고, 둘은 마음을 합해 공동작업에 착수한 결과 <괴짜경제학>을 완성하게 됩니다. 혹 어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이것이 왜 경제학 서적이지?’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매우 일상적이며, 또한 사소할 지경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경제학적 통찰을 통해 여러분도 우리 삶의 작동 방식이 매우 경제학적인 원리에 기초하고 있음을 어느새 동의하게 될거라 믿습니다. 책을 통해 기존의 상식과 통념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즐거움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바로 앞서 ‘책 소개’에서 말씀 드린바와 같이 스티븐 래빗은 저명한 경제학자입니다. 래빗은 하버드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각각 경제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했고, MIT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현재는 시카고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지내며 여러 집필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래빗의 스펙을 구태여 열거한 이유는 그의 저작이 때로 직면하곤 하는 비전문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누구보다 전문적으로 경제를 공부한 사람 중 한 사람임에도 그의 책은 그 다루는 주제가 쉽고 일상적이란 이유로 거센 비난을 면치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래빗은 꿋꿋하게 경제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삶의 현상을 진단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책을 읽는 수많은 대중 또한 그러하길 권면하곤 합니다. 이러한 래빗의 작업은 어려운 전문 용어와 복잡한 개념을 통해 늘 자기 집단을 성역화 하려는 학자(?)들 사이에서 괴짜 중의 괴짜로 통합니다.




image.png?type=w773

스티븐 더브너는 뉴욕 타임스에서 오랜 기자 생활을 해온 저널리스트입니다. 젊은 시절 더브너는 컬럼비아대학교 예술 대학원에서 글쓰기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이는 훗날 더브너가 칼럼 리스트로 활동하는 데 적잖은 자양분이 됩니다. 출판 시장에서 크게 이름을 알린 계기는 <괴짜경제학>이었으며, 이후로도 더브너는 래빗과 좋은 호흡을 선보이며 <슈퍼괴짜경제학>, <괴짜처럼 생각하라>, <세상물정의 경제학> 등 다수의 경제학 서적을 추가로 발표합니다. 이 둘이 이토록 협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름아닌 지식을 대하는 둘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더브너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대중 교양서에 크게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는 경제학을 대하는 래빗의 태도와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더브너의 유려한 글솜씨와 스티븐 래빗의 날카로운 통찰이 한데 어우러진 덕에 독자는 전에 없던 선물을 받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1. 서론



간단한 책 소개 및 저자 소개도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그에 앞서 먼저 요약자 본인이 목표한 요약 방식을 밝혀둠으로써 여러분이 이 요약문을 이해하시기 쉽도록 작은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본래 래빗과 더브너가 구성한 <괴짜경제학>의 목차는 총 여섯 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2.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3.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4.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5. 완벽한 부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6. 부모는 아이에게 과연 영향을 미치는가?


만약 여러분이 서점에 방문해서 읽을만한 책을 고르던 중 우연히 <괴짜경제학>을 집어들었다면, 위와 같은 목차는 아마도 여러분의 흥미를 자아내는 훌륭한 미끼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위 항목들은 잠재적 독자들의 이목을 끌어내기에 탁월한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겨울캠프를 통해 의무적(?)으로 이 책의 내용을 학습해야 하며, 이 경우 더 효율적인 목차 구성은 잠재적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유인가 높은 제목 보다는 그것이 담고 있는 핵심 내용(혹은 핵심 개념)을 잘 반영하는 제목을 목차로 삼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본 요약자는 스티븐 래빗과 스티븐 더브너가 위 6개 주제를 해결하고자 염두에 두었던 경제학적 개념을 토대로 본 요약서의 목차를 재구성했습니다. 가령 위 항목 중 ‘1.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단원에서 스티븐 래빗은 ‘인센티브’를 기초로 내용을 풀어나갑니다. 본론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인센티브란 행동 주체의 행동 동기를 억제, 혹은 격려하는 것입니다. 해당 단원에서 스티븐 래빗은 정상적으로 인센티브가 선순환 하지 않는 시스템에 속해 있는 교사와 스모 선수가 저지르는 부정 행위를 기술하며 경제학적 행동 양식의 부정적 발현을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본 요약자는 ‘1. 교사와~공통점은?’에 해당하는 내용을 ‘1. 인센티브’ 단원에 포함하여, 행동 주체가 인센티브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규명하려 노력한 스티븐 래빗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재구성한 총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센티브

2. 정보의 불균형

3. 사회 통념


목차는 세 개로 줄였으나 스티븐 래빗이 다룬 핵심 내용을 빠트리지 않고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형편없는 졸문(拙文)인지라 여러분의 이해가 때로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심히 민망스럽지만, 모쪼록 최선을 다해 저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영력(另力)하겠습니다.



2. 본론


1) 인센티브


(1) 인센티브란?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인센티브란 경제적 행동 주체의 행동을 억압, 혹은 격려하는 수단입니다.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의 인센티브는 다름아닌 ‘성과급’일 것입니다. 일을 통해 소정의 소득을 획득하는 것이 직장인의 주된 목표이므로 성과급은 직장인의 행동을 격려하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현대 주류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존재라는 데 대체로 동의합니다. 아울러 경제학자들은 각 개인이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행동 양식을 파악함으로써, 적절한 인센티브 설정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계획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바람은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닙니다. 다음의 ‘어린이집 사례’를 통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는 십 수년 전 이스라엘 하이파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곳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의 하원(下園) 시간마다 적잖은 난감함을 겪곤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의 하루 일과를 마친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이 지각하는 일이 매우 잦았기 때문입니다. 이로인해 모든 부모가 아이들을 데려갈 때까지 최소 한 명의 교사는 어린이집에 남아있어야 하는 불상사가 따랐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건 다름아닌 두 명의 경제학자였습니다. 이들은 아주 호기롭게도 간단한 해결책을 통해 교사들이 처한 곤궁을 풀어낼 수 있으리라 자신했습니다. 바로 지각하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물리는 것입니다. 이 경우 벌금은 부모들이 지각하는 행동을 억압하기 위한 인센티브로서 유효하게 작용하리라 기대된 것입니다. 하지만 기대는 처참히 부서졌습니다. 벌금제를 시행한 이후 되려 지각하는 부모도 늘었고, 심지어 지각 시간도 더 길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의 주된 원인으로 손꼽힌 첫 번째 요인은 벌금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간 만큼 베이비 시터를 고용한다면 훨씬 비싼 이용료를 지불해야 함을 알고 있는 영악한 부모들은 지각으로 인한 벌금 정도는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벌금제의 더 커다란 함정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2) 인센티브의 종류

인센티브는 그 특징에 따라 크게 ①경제적 인센티브, ②사회적 인센티브, ③도덕적 인센티브로 구분됩니다. 경제적 인센티브란 쉽게 말해 경제적 혜택, 혹은 불이익으로서, 포상금이나 벌금이 그에 해당합니다. 사회적 인센티브는 ‘나’가 속한 집단 속에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명예와 지위를 실추하지 않고자 하는 마음 따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평판’을 보호하고자 하는 바람이 이에 속합니다. 끝으로 도덕적 인센티브란 개인의 도덕적 가치나 양심을 가리키며, 앞선 두 요소가 개인 외적 요소였던 반면 도덕적 인센티브는 개인 내부에 자리잡은 도덕적 준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세 요소는 때로는 독립적으로, 때로는 긴요한 상호작용 가운데 인간의 행동 동기에 영향을 줍니다.


다시 어린이집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두 경제학자는 약속된 시간을 어겨 교사들을 난감하게 하는 부모들에게 벌금이라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과함으로써 지각 행동을 억제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이것이 실패한 1차 원인은 경제적 인센티브로 설정된 벌금의 액수가 너무 낮았기 때문임을 한차례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해결책이 지녔던 또 하나의 커다란 결함은 벌금으로 부과된 경제적 인센티브가 부모들로 하여금 사회적 인센티브, 혹은 도덕적 인센티브를 대체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벌금이 부과되기 전 부모들은 지각할 때마다 교사들에게 미안함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약속 시간을 어겼다는 점에 대해 자신을 자책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벌금이라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과함으로써 더 이상 부모들은 미안함이나 자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부모들은 벌금을 통해 지각 행동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치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세 종류의 인센티브는 서로 얽히고 설켜 그 작동 원리가 무척이나 복잡다단하므로 인센티브를 통해 각 개인의 행동을 예측 및 조작하려는 경제학자들의 바람은 수없이 좌초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 인센티브와 부정행위

지금까지 인센티브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인센티브란 행동 주체에게 특정 행위를 조장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일련의 유인가를 지닌 도구로서, 경제학자들은 이를 적절히 설정함으로써 조직의 행동을 계획, 혹은 통제하길 소망합니다. 하지만 앞선 어린이집 사례를 통해 경제학자들의 그러한 소망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두 사례를 통해 인센티브의 폐해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교사와 고부담시험


고부담시험은 학교가 학생들의 성적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하는 시험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기존의 시험이 그저 학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데 그쳤던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부담시험을 채택하게 된 배경은 2002년 부시 정부가 인준한 ‘보편성 교육법안(No Child Left Behind law)’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 법안은 말 그대로 낙제생을 줄이고 보편적인 교육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했으며, 그 구체적 방안으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는 표창을 주고 성적이 좋지 않은 학교에는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즉 정부는 인센티브를 통해 모든 학교의 학업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길 기대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정책에는 커다란 부작용이 따랐습니다. 학생의 성적에 따라 학교 등급이 나뉘고, 또 학교 등급에 따라 교사들의 처우가 달라진다는 것은 곧 교사들의 안위가 학생의 성적에 달려있음을 뜻합니다. 이 경우 보다 선순환적인 교사들의 행동은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도록 노력하는 것임이 자명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좀 더 간편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학생들의 점수만 높으면 된다는 영리하고도 경제적(?)인 발상에 이른 것입니다. 결국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정답을 알려주거나, OMR 답안지를 수거한 후 오답을 지우고 정답을 새로 기입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통해 학생들의 평균 성적을 올리는 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성취도를 향상시키고자 기대한 정부 정책이 되려 교사의 부정행위 동기에만 불을 지핀 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② 스모 선수와 부정행위


스포츠계의 승부 조작 사건은 이미 적잖은 뉴스 거리로 언론에 노출된 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모 선수들의 부정 행위가 일본 대중에게 준 충격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만큼 스모는 일본 내에서 종교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티븐 래빗은 1989년 1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약 281명의 스모 선수들이 치른 3만 2,000건의 스모 경기 승패를 분석한 결과 스모 선수들 사이에 승부 조작이 만연함을 폭로해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사실 어떤 종목이 안 그렇겠냐마는 스모 역시 높은 랭킹에 오른 선수들만이 고액 연봉을 벌어들입니다. 상위 66위 안에 드는 선수들은 일종의 엘리트 그룹으로 분류되며, 그 중에서도 40위권 내 포함된 선수들은 한 해 약 17만 달러의 수입을 누리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70위 권 선수의 수입이 약 1만 5,000달러인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수치입니다. 여하간 스모 선수의 순위는 그들의 수입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므로 선수들은 어떻게든 순위를 상승시키거나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것이 당연합니다. 이러한 순위가 책정되는 것은 1년에 여섯 번 열리는 정규 대회의 결과입니다. 각 대회는 약 15일 동안 진행되며 선수 당 15번의 경기를 치르게 되어있습니다. 이 대회에서 만약 8승 이상을 거둔다면 해당 선수의 순위는 상승하며, 7승 이하에 머문다면 순위는 하락합니다. 따라서 모든 선수들은 순위 상승을 위해 최소 8승 이상을 목표로 대회에 임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미 8승을 거둔 선수라면 7승만을 거둔 선수와 모종의 거래가 오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입니다. 이는 실제로 스티븐 래빗의 가설이었으며 약 3만 2,000건의 스모 경기 승패를 분석함으로써 래빗은 승부 조작의 근거를 발견합니다. 래빗이 주목한 경기는 7승 7패를 거둔 선수와 8승 6패를 거둔 선수가 벌이는 대결에서 보이는 승패 확률이었습니다. 같은 케이스에 속하는 수많은 승패 결과를 확인한 결과, 7승 7패를 거둔 선수들이 실제로 상대 선수를 이긴 확률은 약 80%로 나타났으며 이는 예상 확률보다 무려 30%가량 높은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음 대회에서 재대전할 경우 7승 7패를 거뒀던 선수들의 승리 확률은 약 40%에 그치고 맙니다. 실제로 두 스모 선수가 스모계에 공공연히 퍼진 승부 조작에 대해 폭로한 뒤 의문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때 공개된 승부 조작 선수 목록은 스티븐 래빗이 주장하는 부정 행위 선수 목록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image.png?type=w773



애초에 고부담시험 정책의 목표는 학생들의 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각 학교를 자극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시험을 잘 치르는 학교에는 합당한 포상을 주고, 시험 성적이 낮은 학교에는 그에 준하는 제재를 가해서 교사들의 열정을 장려하길 꾀했을 것입니다. 스모 대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의 순위 형성을 통해 경쟁심을 유발하고 대중에게 보다 멋진 경기를 선사하는 것이야말로 본래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상술한 바와 같이 교사와 스모 선수들은 원하는 것을 획득하고자 간교한 술수를 도모하길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스티븐 래빗은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고발하고자 했던 것일까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고부담시험이 적용된 학교의 한 켠에는 여전히 정정당당하게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려 고군분투한 교사가 있었고, 비리가 넘치는 모래판 위에서도 공정한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켰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조직 내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인센티브를 얻고자 옳지 않은 길을 쫓을 때도 동조하지 않고 자신만의 도덕적 인센티브를 숭고히 지켰습니다.



2) 정보의 비대칭


(1) 정보의 비대칭 : “아는 것이 힘이다.”



케네스 에로

정보의 비대칭이란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에로(Kenneth Joseph Arrow)가 최초로 제안한 개념으로서, 거래 당사자들이 가진 정보의 양이 서로 다른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정보의 양이 다른 경우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가지는 정보 우위는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가령 자동차 보험을 든 운전자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보험사는 운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운전자는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험 가입 이전에 비해 좀 더 부주의하게 자동차를 관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듯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정보 우위에 선 사람이 간혹 이를 악용하는 예를 일컬어 모럴 헤저드(Moral Hazaard), 우리말로는 ‘도덕적 해이’라고 합니다.


사실 현실 거래에서 고객이나 소비자가 정보 우위를 누리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많은 정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전문가 집단이며 소비자들은 그들의 정보력을 얻고자 기꺼이 거액의 액수를 지불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가령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구한다던가 의사에게 의학적 소견을 듣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 높은 가격 설정의 한 켠에는 두려움이 녹아 있습니다. 즉 그들의 정보가 없이는 큰 법적 시비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혹은 중증 암 말기에 들어선 뒤에야 병을 알아차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대중은 전문가들의 정보를 비싼 값에 소비하는 것입니다.


전문가 집단은 매우 기민한 조직이기에 소비자들의 이 같은 두려움을 영리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골몰합니다. 그 결과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학문 영역을 성역화합니다. 즉 전문가들은 본인들의 정보 영역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혀 일반 대중들이 쉽게 넘어올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갖은 애를 다 쓰는 것입니다. 그들의 공로 덕에 전문서적에 즐비한 전문 용어--물론 의사소통의 원활함과 개념의 압축에 용이함을 도모하고자 함도 사실이지만--들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이해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정보 균형 : 인터넷의 발달


그런데 전문가들을 위협하는 지구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중 하나가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인터넷망 구축입니다. 가히 정보의 보고라고 불리는 것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인터넷이 갖춘 그 방대한 양의 정보는 전문가 집단이 지닌 정보의 권력을 해체하는 데 일조해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990년대 후반 미국의 정기생명보험료가 급락한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 미국의 보험사는 너나할 것 없이 우후죽순으로 보험료를 떨어뜨렸습니다. 그 이유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국의 여러 보험사가 책정한 보험료를 그대로 웹상에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기생명보험의 약관이라는 것이 회사마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므로 고객들은 자연히 더 낮은 가격의 보험을 가입하길 원했으며, 고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저가 보험 상품을 확인할 수 있게 되자 보험 회사들은 더 이상 경쟁 회사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즉 고객들은 인터넷의 보급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타사 보험 상품의 가격을 알지 못한 채 제한된 정보를 갖고 거래에 임했다면, 인터넷의 보급 이후 보다 많은 정보를 손에 쥐게 된 혜택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폐쇄된 정보는 곧 권력으로 이어지기 쉽지만, 폐쇄된 정보로 획득한 권력은 그 본성상 정보가 유출되는 순간 아스러지기 쉽다는 한계를 갖습니다. 다음의 두 사례를 통하여 정보의 비대칭이 가지는 폐단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KKK



흔히 백인우월주의를 표방하는 대규모 폭력 서클 쯤으로 알려진 KKK는 Ku Klux Klan의 약자로서 ‘서클(circle)’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kuklos’에서 따온 것입니다. 사실 KKK는 그 창립 초기만 하더라도 폭력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여섯 명의 젊은 청년들이 만든 작은 모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그 세가 늘어나더니 어느덧 유색인종을 협박하거나 집단 린치를 가하는 둥 집단 테러리스트로 변모해 갔습니다. 심지어 1920년대 넘어서는 그 단원 수가 무려 800만 명에 육박하며 수많은 대중에게 공포심을 불어 넣었습니다.


대중은 KKK의 무차별적 만행으로 인해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했습니다. KKK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 대항할 세력을 한 데 모으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은 당시로서 30세의 젊은 청년이었던 스테드슨 케네디(Stetson Kennedy)였습니다. 의협심에 넘쳤던 케네디는 무엇보다도 KKK의 잔혹한 행위와 폭력, 협박, 편협된 가치관에 혐오감을 갖고 있던 청년이었습니다. 또한 KKK가 그저 백인 기득권층이 활용하는 테러용 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코드명 존 브라운(John Brown)이라는 또 다른 청년과 손을 잡습니다. 이들의 작전 1단계는 우선 KKK의 내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존 브라운은 KKK 내부에 잠입해서 꽤 높은 지위까지 올랐고 그 결과 상당한 양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가령 KKK의 각 지역 지도자들의 신원과 향후 계획, KKK의 의전 및 의식, 그리고 비밀 언어 등이 예에 속했습니다. 비밀 언어는 KKK 구성원들이 상호 간에 유대감을 느끼도록 돕는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야크(Ayak) 씨를 아시나요?”라는 비밀 언어는 “Are You A Klansman?”의 약어로서 KKK 구성원인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 암호였습니다. 이 밖에도 케니디는 존 브라운과 합심하여 KKK 구성원들만의 비밀 악수법이라던가, 인사법 등 그들의 비밀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했습니다.


케네디가 계획한 작전 2단계는 열심히 정리한 정보를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케네디는 <워싱턴 회전목마>라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저널리스트 드류 피어슨(Drew Pearson)을 방문합니다. KKK에 대한 혐오감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드류 피어슨은 케네디에게 적극 협조하며 라디오 방송을 통해 KKK의 비밀 정보를 밝히는 데 공헌합니다. 라디오를 통해 밝혀진 정보들에는 KKK의 계급 체계라던가, 내부 규칙 등 어지간한 KKK 구성원도 알지 못했을 만한 고급 정보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존 브라운은 고위직에 오른 덕에 일반 구성원들은 알 수 없는 고급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KKK의 내부 정보가 방송을 타고 꾸준히 미국 전역에 소개됨에 따라 이전에 KKK가 가지던 신비감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구성원들의 유대감을 돈독히 만들도록 돕던 그들만의 암호는 못내 미국 대중의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KKK 구성원들은 자신이 조직의 일원이라는 데 대해 자ss긍심을 가질 수 없었고, 심지어는 KKK가 해로운 단체라는 일반 대중의 여론을 수긍하기 이르렀습니다. 이는 정보가 가지는 힘을 십분 활용한 케네디의 기지 덕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폐쇄적인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신비주의로 세력을 구가하던 KKK의 정보를 만천하에 알려 그 권력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② 부동산 중개업자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부동산 매매의 전문가 집단입니다. 이들은 집을 판매하려는 고객들이 무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으며, 그 정보를 통해 고객의 거래가 긍정적인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고객이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의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두려움 때문입니다. 하나는 집이 제 값에 팔리지 않으리라는 두려움, 또 하나는 집이 영영 팔리지 않으리라는 두려움입니다. 따라서 주택 매매를 앞둔 고객들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갖고 있는 정보들,을 토대로 본인들의 주택을 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해 주길 기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동산 중개업자와 고객의 이해관계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책정률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중개업자는 주택의 최종 판매 가격의 1.5%(본래 6%이지만 구매자측 중개업자와 절반을 나누고, 회사와 절반을 나누게 되어있습니다)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받습니다. 만약 한 고객의 집을 30만 달러에 구매할 의사를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해봅시다. 이 경우 중개업자가 해당 거래를 성사시키고 끝낸다면 30만 달러의 1.5%에 해당하는 4,500 달러를 수수료로 챙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정을 더 추가해봅시다. 중개업자는 평균 10일 정도 더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주택 가격이 약 3% 이상 상승한다는 판매 동향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 경우 중개업자는 이 같은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30만 달러의 3%라고 해봐야 약 1만 달러 남짓이며, 1만 달러의 1.5%를 추가로 지불받는다고 해도 약 150달러 선에 그치므로 열흘이나 더 거래를 지연할 만큼의 충분한 인센티브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개업자는 고객에게 30만 달러 거래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것이 최선의 가격이며 지금 팔지 않으면 후에 어떤 불이익이 따를지 장담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을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따라서 중개업자는 정보의 우위를 악용하여 고객의 효용이 아닌 본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3) 사회 통념


(1) 사회 통념이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사회 통념’을 최초로 제안한 학자는 작고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입니다. 존 케네스에 따르면 사회 통념이란 진리 여부와 상관없으며 늘 간편하고 안정적인 경향이 있다고 정의된 바 있습니다. 여기서 뜻하는 간편성과 안정성이란 인간의 본성이 본능적으로 사고의 복잡성을 기피하고 직관에 들어맞는 단순한 사실을 더 잘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일례로 우리는 아침에 집을 나설 적마다 “감기 걸리지 않게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라는 어머니의 애정어린 말을 듣곤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같은 어머니의 말씀에 크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추울수록 감기에 걸리기 쉽다는 사회 통념을 대체로 제법 마음 깊숙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상 수많은 논문은 추위와 감기 사이 별다른 인과관계가 없음을 뒷받침 해 온 지 이미 오래입니다. 이는 우리의 직관에도 크게 반할 뿐더러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더 복잡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특히 사회 통념은 전문가의 견해나 광고를 통해 부지불식 간에 대중 깊숙이 자리잡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우리의 지성은 별다른 저항력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2) 사회 통념의 오류


스티븐 래빗은 기존의 사회 통념에 반문하는 정신을 적극 장려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편리하고 간편한 사고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문합니다. 덧붙여, 전문가의 견해를 쉽게 신봉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럼 실제 사례를 통해 사회 통념을 대하는 래빗의 연구 자세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① 마약 판매상은 왜 가난할까?


미국 내 TV 드라마나 영화 등의 미디어가 다루는 마약상들의 이미지는 대개 거부(巨富)로 묘사됩니다. 아울러그들은 지하 시장에서 거두어들인 막대한 재력을 통해 양지에 나와 거대한 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열망이 투철한 일반 시민들의 눈에 그들이 고와 보일리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소득층 주택단지를 거니는 크랙 코카인(싸구려 마약의 한 종류) 판매상을 보고는 의아한 생각이 스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백만장자 마약상의 이미지와 달리 현실 속 마약 판매상은 가난함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통념에 따른다면 불법 자금을 통해 호화스러운 삶을 누릴 것 같은 마약 판매상들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입니다. 진실의 실마리는 다름아닌 한 대학생의 납치로부터 시작합니다.


인도에서 태어나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수디르 벤카테시(Sudihir Venkatesh)는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학생이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사회학에 큰 흥미를 갖게 되어 시카고 대학 사회학 박사과정에 들어갔고, 그 중에서도 청소년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 크게 빠져들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담당교수 윌리엄 율리우스 윌슨(William Julius Wilson)의 지도에 따라 빈민층 주택단지에 방문해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시작됩니다. 설문에 응할 사람을 찾으며 낡은 건물을 오르던 벤카테시는 한 10대 청소년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마약 판매 조직의 소위 배달부 노릇을 하는 아이들이었고 벤카테시의 정체를 섣불리 확신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벤카테시를 놓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이윽고 아이들에게 묶인 벤카테시는 장장 24시간 가량을 건물 한 켠에서 벌벌 떨다 구사일생으로 풀려났습니다. 집에 돌아온 벤카테시의 잔뜩 상기된 마음이 한층 누그러졌을 때쯤 그의 마음 속에는 작은 욕망이 싹텄습니다. 그 아이들과 친해져서 마약 판매 조직의 운영 방식을 알아내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벤카테시는 다시 집을 나서 몇 시간 전 자신을 납치했던 아이들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벤카테시를 마주한 아이들은 어이없어하면서도 싫지 않은 내색을 보였습니다. 조직의 우두머리도 본인들에게 해가 될만한 정보만 삭제해 준다면 자신들의 생활상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을 허락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벤카테시는 추후 한 연구회에서 스티븐 래빗과 우연히 인연을 맺었고, 벤카테시가 갱단에서 머물며 정한 자료를 토대로 둘은 공동연구를 추진합니다.


벤카테시가 관찰한 조직의 보스는 JT라는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이 조직은 더 거대한 조직의 수백 개 지부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이들 수백 개 지부의 보스들(JT도 여기에 포함)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마약 판매를 허락 받는 대가로 약 2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수수료를 지불했습니다. 이는 총 수입의 20%에 달하는 액수였습니다. 또 JT 밑에는 세 명의 간부가 있었으며, 이들은 각각 집행관, 재무관, 심부름꾼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벤카테시가 낡은 건물에서 발견했던 아이들은 간부 밑에 소속된 소위 ‘땅개’라고 불리는 마약 판매상들이었습니다. 이들의 급료 체계는 매우 간단합니다. ‘땅개’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음침한 골목 어귀에서 마약을 배달하고 구매자에게 받은 돈을 간부에게 가져갑니다. 이 중 이사회에 상납할 20%를 제하고 남은 돈은 JT가 정한 기준에 맞춰 나눠가집니다. 벤카테시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마약 밀매가 성행했던 해에 JT는 한 달 기준으로 약 8,500달러를 챙겼습니다. 이는 시급으로 계산하면 약 66달러에 이릅니다. 반면 간부들이 매달 지급받은 급여는 약 700달러로, 이는 시급으로 환산시 겨우 7달러에 그칩니다. 심지어 ‘땅개’들의 시급은 최저임금 기준에도 못 미치는 3.3달러였습니다.


이제 왜 마약 판매상들이 가난한 삶을 영위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이 되었을 것입니다. 마약 판매를 통해 막대한 부를 누리는 것은 아주 극소수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땅개’들은 척박한 임금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떠나지 않는가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약 판매업이 성행하는 지역은 대개 빈민가이며, 여기서 자란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발을 들이기 쉬운 일은 뒷골목 지하 시장 뿐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마약 판매는 오갈 데 없는 아이들에게 매혹적인 일로 비치기도 합니다. 또한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지기 어려운 일의 특성으로 인해 조직의 하수인으로 오랜 시간 헌신을 강요 당하는 겁니다. 스티븐 래빗은 마약 판매 조직의 운영 방식이 자본주의 사회의 일부 대기업과 매우 흡사함을 지적합니다. 피라미드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고임금을 받으며,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만 한다면 엄청난 부를 손에 쥘 수 있고, 고위 간부가 누리는 부는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착취에 기반한다는 점이 그가 내세운 근거입니다.


② 미국내 범죄율 급감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때는 1990년대 초반, 미 정부는 미국 사회 내 심각한 범죄율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습니다. 15년에 걸쳐 범죄율은 무려 80%나 증가했으며 연일 각종 범죄·사고가 TV 뉴스를 통해 쉴새없이 터져나왔습니다. 이에 범죄학자 제임스 앨런 폭스(James Alan Fox)는 미 법무장관에게 청소년 범죄와 살인률에 대한 충격적인 예상 수치를 발표한 바 있고, 여타 전문가들의 예측 역시 무척 비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해가 거듭될수록 범죄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바뀌자 전문가들은 다시 범죄율 급감의 원인에 대한 소견을 나름대로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가설을 언론에 인용된 순서대로 늘어뜨려놓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혁신적 치안 정책 / 징역형의 증가 / 크랙을 비롯한 마약시장의 변화 / 인구 고령화 / 강력한 총기 규제 정책 / 건실한 경제 / 경찰 인원의 증가


결론부터 말하면 스티븐 래빗이 범죄율 급감의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한 요인은 위 목록에 나와있지 않습니다. 아울러 그는 위 목록에서 단 세 가지만 실제 범죄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으며 나머지 요인은 근거없는 허무맹랑한 의견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래빗이 꼽은 세 가지는 징역형의 증가, 크랙을 비롯한 마약시장의 변화, 경찰 인원의 증가이며 이들 요인이 범죄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과 나머지 요인이 범죄율 감소와 무관하다는 분석을 <괴짜경제학>에서 장장 10페이지 가량에 걸쳐서 분석했지만 본 요약서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흥미롭게도 래빗이 범죄을 급감의 근원으로 내세운 건 다름아닌 1973년 1월 22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 합법화였습니다. 언뜻 뚱딴지 같이 들리는 이 주장에 대한 래빗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은 대개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테고, 아이를 낳아도 정상적인 환경에서 양육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여성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가령 미혼모라던가 편부모, 혹은 가난한 가정들 말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성장 이후 다른 아이들보다 범죄 환경에 쉽게 노출되기 마련이며, 따라서 이 아이들이 태어났을 경우 발생했을지도 모를 범죄가 낙태를 통해 원천적으로 차단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래빗이 인용한 한 연구에 따르면 만약 아이들이 태어났을 경우 그들이 빈곤한 삶을 살게될 가능성은 평균치보다 약 50% 정도 높았으며, 편부모 밑에서 자라났을 가능성은 60%나 높았다고 합니다. 더불어 1973년 낙태 합법화로부터 십 수 년이 흐른 후 1900년대 초에 이르러 범죄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낙태가 허용되지 않았다면 태어났을 아이들이 십대 후반쯤까지 성장했을 시기입니다. 또한, 미국 연방의 특성상 낙태 합법화가 모든 주에서 일제히 허용된 것은 아닌데, 낙태가 허용된 주가 그렇지 않은 주 보다 수 년 후 더 높은 범죄율 감소를 보였으며, 1970년대에 높은 낙태율을 보인 주가 1990년대 범죄율 역시 더 낮았다고 합니다.


낙태와 범죄율의 관계에 대한 래빗의 주장은 발표 직후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비난의 화살은 학문적 오류를 지적하려는 시도에서부터 도덕적 결함에 이르는 등 다양했습니다. 확실히 래빗의 발상은 기존의 사회 통념을 매우 거스르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존 케네스 캘브레이스의 말대로 사회 통념은 진리를 추구하기보단 편의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래빗의 주장에 주류 여론이 불편함을 느낀 것은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③ 자녀 양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얼마나 중요할까?


양육의 효과에 대한 해묵은 논쟁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서로 다른 주장의 치열함 또한 식을 줄 모르기에 섣불리 단언하기에는 퍽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중론은 부모 양육이 자녀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으로 어느정도 굳어진 듯 합니다. 그러나 스티븐 래빗은 이 또한 그저 사회가 만들어낸 통념에 지나지 않으며, 사실상 자녀 양육에 부모가 끼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아마 스티븐 래빗이 자기 모순에 빠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래빗은 앞서 범죄율 급감의 근원을 낙태와 관련지으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일수록 범죄에 가담하기 쉽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래빗의 의도를 그릇되게 이해한 결과입니다. 래빗은 ‘나쁜’ 자녀 양육의 부정적 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래빗은 매일 저녁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가 자녀를 학대한다던가, 혹은 성적인 억압, 욕설 등의 행동은 자녀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다만 래빗은 자녀가 더 잘 자라기를 갈망하는 부모들의 양육이 과연 그들의 열정만큼이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지 의문을 표하는 것입니다.


콜로라도 입양 프로젝트(Colorado Adoption Project)라는 한 유명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입양된 아기 245명의 삶을 추적한 결과 아이의 성격 특성과 수양부모의 성격 특성 사이에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또한 주디스 리치 해리스(Judith Rich Harris)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대한 부모의 역할이 가지는 위상은 그저 ‘문화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며, 실제로 아이들에게 더 긴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또래집단과의 관계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래빗의 주장에 대한 반발심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래빗은 그 이유를 가리켜 ‘대중은 간혹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변수 A가 변수 B의 직접적인 원인일 때 우리는 두 변수가 인과관계에 놓여있다고 말합니다. 가령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학교에 늦었다’는 명제에서는 ‘늦은 기상’이 원인, ‘지각’이 결과에 해당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심히 복잡해서 단순한 인과관계 만으로 분석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앞선 명제만 다시 살펴봐도 아침에 늦게 일어난 데는 또 다른 원인이 있을지 모르며, 또한 인식 불가능한 무의식적 동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현실 속에서 A는 B의 원인일 수도, 혹은 A와 B 둘다 또 다른 요인의 원인이거나, 아니면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이와같이 A와 B 사이에서 눈에 띄는 인과성은 발견되지 않으나 무언가 관련성이 있음이 분명할 때 우리를 이를 일컬어 A와 B가 상관관계에 놓여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스티븐 래빗은 아이 이름을 작명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상관관계에 대한 부모의 오해가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가령 미국의 한 소녀 이름은 템트프리스(Temptress)였는데, 이는 한국말로 ‘요부’로 해석되는 단어입니다. 소녀가 열다섯 살 되던 무렵 어떤 범죄를 저질러 뉴욕 가정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때 판사는 소녀의 이름을 보고 황당해하며, 판결이 끝난 후 소녀의 어머니에게 왜 그런 이름을 지어주었냐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녀의 어머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배우의 이름을 본따서 지었다고 답했지만, 이는 여배우의 철자를 어머니가 잘못 알았던 것입니다. 심지어 어머니는 템트프리스가 요부라는 뜻을 가진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이 사례를 언뜻 보고 느끼기엔 자녀에게 좋지 않은 이름을 지어주었기 때문에 범죄에 노출된 것이 아닐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래빗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부모가 여배우 이름의 철자도 제대로 구분 못했을뿐더러 템트프리스의 뜻조차 몰랐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입니다. 즉 래빗은 자녀에게 안 좋은 이름을 지어주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주려는 열정 가득한 부모들에 비해 자녀 교육에 무심하며,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래빗의 이러한 분석은 자녀 양육에도 흡사하게 적용됩니다.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갓 태어난 아이에게 예쁜 모빌을 보여주려 애쓰는 부모들은 그만큼 아이를 사랑하며, 또한 그러한 노력을 기울일 주변 여건이 뒷받침 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부모의 노력 자체가 아이들의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기 보다, 노력을 가능케 했던 그들 자신의 성실성, 자녀에 대한 애정, 경제적 여유, 교육욕 등이 더 근원적인 이유였던 셈입니다.


느낀점


저는 졸업을 1년 앞둔 얼마전 경제학을 이중전공으로 신청했습니다. 1전공의 직업적 전망에 대한 암울한 진단도 그 작은 동기 중 하나였으나, 보다 본질적인 바람은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평소 인문학을 좋아했던지라 이런 저런 문학 작품과 철학적 사유를 접하며 이상에 대한 동경은 키워왔지만, 정작 현실이 돌아가는 원리에는 아둔했던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괴짜 경제학>은 저와 같은 바람을 가진 사람에게 퍽 적절한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눈앞의 현실을 바라보며 복잡한 수식과 개념을 다시금 창조하는 데 의의를 두기 보다는, 이제껏 만들어온 개념으로도 충분하다며 세상의 이모저모를 들춰내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다음은 저자는 전언입니다.


“윤리학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대표한다면 경제학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적인 세상을 의미한다.”


주류 경제학에서 스티븐 래빗은 괴짜로 통한다고 합니다. 경제학자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는 학계에서 바라보기에 매우 이단아적 기질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티븐 래빗은 경제학이 현실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학문이라고 이야기했으며 저 또한 그것이 경제학의 본질이며 소명이라는 래빗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래빗의 경제학적 관점을 통해 현실을 바로 보고, 바로 알 수 있길 바랍니다. 더불어 윤리학과 경제학이 각각 다루는 세상이 일치하는 날이 오길 의망(所望)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