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유튜브 해설 : https://www.youtube.com/watch?v=NmF-rL9G138
한국인이라면 '열길물속은 알아도 한길사람속은 모른다' 라는 속담을 모두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또 많은 사람들을 경험하면 할수록 이 속담에 더 크게 공감하곤 합니다. 하기야 물은 제아무리 그 깊이가 열길이건, 백길이건, 우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물 속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반해 고작 한 길도 안 되는 사람을 파악하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죠.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나의 단짝 같았던 친구가 돌연 오늘 아침에 나를 배신하기하도 하고, 혹은 상대방에게 단지 그가 저지른 실수를 몇 가지 일러주었을 뿐인데 금새 얼굴을 붉히며 싸울 기세로 달려드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이러한 탓에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인간관계로 인한 고통을 수없이 호소합니다. 이를테면 군대나 직장인, 혹은 학교에서 사람 때문에 속상하고 상처 받았던 경험은 누구도 피해갈 수가 없죠. 바라건대 그러한 분들 모두에게 오늘 소개해드릴 책이 부분적으로 나마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의 책, 처세술의 고전,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입니다.
데일 카네기는 1888년 미국의 미주리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농사 일손 노릇을 하느라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카네기는 꾸준히 학업을 이어가며 끝내 주립 사범대를 졸업하죠. 졸업 후 카네기는 교사, 세일즈맨, 매니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마침내 그의 인생을 크게 변화시킬 기회를 갖게 되는데요. 그것은 바로 1912년 YMCA에서 대화 및 연설 기술을 강연하는 직무를 맡게 된 일입니다. 이후 카네기는 강연의 선풍적인 인기와 더불어 날로 유명해졌고, 다양한 책들을 저술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 인간관계론, 자기관리론, 성공대화론 등 많은 책을 집필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립니다.
(*참고로 철강왕 카네기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니 혼동하시는 일 없길 바랍니다.)
특히 < 인간관계론>은 1936년 출간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약 6천만 부 이상 팔리는 놀라운 판매고를 보였습니다. 어쩌면 그같은 기록은 탁월한 인간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을 반영했다고 해석해도 크게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아무튼 책의 구성은 크게 다음의 여섯 단원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 단원은 해당 주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 사항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령 첫번째 챕터에서는 사람을 다루는 기본적인 세 가지 실천 사항이,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챕터에서는 사람의 호감을 얻는 여섯가지 실천 사항들이 제시되어 있는 식입니다. 다만 이 중 다섯번째 챕터는 다른 챕터와는 달리 몇 편의 편지글만 실려 있습니다. 아마도 카네기는 그 편지글들을 통해 누구나 교육 내용을 잘 적용해서 편지를 작성한다면 실제 인간관계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딱히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되어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어찌됐든 카네기는 나머지 다섯 챕터에 걸쳐서 도합 서른 일곱 가지의 실천 사항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것들을 어떤 식으로 요약하면 좋을까 고민도 많이 해보고, 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많은 요약글과 유명한 북튜버분들의 영상도 많이 참고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많은 분들이 서른 다섯가지 지침들을 책에 나온 순서대로 요약전달하는 방식을 채택했더라고요.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사람의 호감을 얻는 비결 첫번째는 무엇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비결 두번째는 무엇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요약법은 정통한 방식이고, 또 탁월한 방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데일 카네기의 강연 방향과도 같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방식으로 이 책을 전달한다면휘발성이 너무 강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일었습니다. 다시말해 이 포스팅을 다 읽고난 후 막상 기억 속에 남는 게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염려가 들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각 챕터 별로 해당 챕터에 포함된 실천 사항들을 모두 아우르는 저만의 키워드를 하나 선택해서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카네기의 메시지를 소개한 후, 각 실천 사항은 곁들이는 방식으로만 전달해드리려 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첫번째 챕터는 사람을 다루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제가 키워드로 제안하는 것은 '겸손한 학습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무릇 마음이 겸손한 자는 세살난 아이에게도 배울 게 있는 법이죠. 일찍이 공자도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라는 말을 했습니다. '세 사람이 같이 다니면, 그 중 내가 본받을 스승이 반드시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말해 겸손한 학습자가 된다는 것은 내가 구축한 세계관과 협소한 지식을 앞세워 타인을 재단하고 평가하고 비판하려 하지말고, 늘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지 그들의 장점에 집중하는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토대로 카네기가 제시한 세 가지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즉 언제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한 마음과, 상대방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태도를 견지해 둔다면 쉽게 타인을 비판하지도 않을 것이며, 늘 타인의 장점을 칭찬하게 될 것이고, 또한 나의 입장을 타인에게 강요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겸손한 학습자의 태도를 가지고 상대를 대한다면 카네기가 제시한 위 세가지 기술들은 자연스레 따라올 부수적인 스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두번째 챕터는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비결입니다. 여기서의 핵심 키워드는 땅이 되어라입니다. 지구상에서 우린 늘 땅을 밟고 살아가죠. 땅은 곧 우리를 지탱해주는 안전한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분명히 발이 땅에 닿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붕 떠있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다시말해 물리적으로는 이 세상의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심리적으론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다가가 땅이 되어준다는 것의 속뜻은 곧 그에게 안전감을 주는 것이자, 이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자신감의 기반을 다져주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는 느낌을 강렬하게 체험하도록 돕는 적극적 관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염두에 두고 카네기가 제시한 여섯 가지 비결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위 모든 실천 사항을 곱씹어보면 결국 땅이 되어주라는 이야기로 통합니다. 타자에게 관심을 갖고, 이름을 불러주고, 또 미소를 짓고 그의 입술에 귀기울임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그의 존재를 무한히 긍정하고 지지하는 토양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세번째 챕터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기억할 키워드는 설득이 아닌 납득이라는 점입니다. 설득에서 그 주체는 다름아닌 나 자신입니다. 즉 나의 논리와 합리로 타인의 논리와 합리를 꺾으려는 태도가 바로 설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납득의 주체는 타인 스스로 입니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그저 타인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돕는 지팡이 노릇에 불과할 뿐입니다. 다음은 카네기가 제시한 12가지 방법입니다.
앞서 말한 납득의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첫번째부터 아홉번째까지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어 보입니다. 상기에 서술했듯 우리는 그저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도우면 그뿐입니다. 여기에 보태서 열번째 이후 내용만 따로 부연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열번째 방법입니다. '상대의 고상한 동기에 호소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별 볼일 없는 뻔한 이유보다는 고상한 동기로 자기 자신을 포장하고 싶어하는 법이죠. 따라서 타인의 행동에 보다 고차원적인 의미를 부여해준다면 스스로 납득할 확률이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열한번째는 내가 가진 생각을 단순히 설명하기 보다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이어서 마지막 열두번째 내용은 상대방이 스스로 동기부여 하게끔 돕는 과정을 뜻하는데요. 가령 아이에게 열심히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하는 것보다는, 일정한 점수를 달성했을 때 선물을 주겠다고 하면 스스로 도전의욕을 불태우는 현상이 그 예시에 해당합니다.
이렇듯 열번째 이후의 내용들도 모두 설득이 아닌 납득의 관점에서 해석 가능한 지침들입니다.
네번째 챕터는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여기 해당하는 핵심 키워드는 내가 상대를 직접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변화에의 의지를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내가 주체적으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상대방이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도록 우리는 보조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우리가 주체적으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나선다면, 상대방은 자기도 모르는새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마음을 닫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카네기는 어떤 방법들을 제시했을까요. 그 방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들은 모두 변화에의 의지 라는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상대의 자존심과 체면을 다치지 않게 하는 범위에서 타인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북돋기 위한 방법들인 거죠. 여기에 보태 일곱번째와 아홉번째 지침에 대해서만 보충하면 이렇습니다.
일곱번째의 경우, 가령 지인의 소개로 새로 비서를 뽑은 임원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임원은 비서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말을 들은 비서는 성실하다는 자신의 평판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갖은 노력을 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아홉번째 내용도 큰 틀에선 일곱번째 지침과 비슷합니다. 가령 동네 야산에서 이따금씩 꼬마아이들이 불장난을 해본다고 하겠습니다. 이때 우리는 그 중 한 명의 꼬마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후 꼬마 아이는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누구도 불장난을 하지 못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카네기는 이야기합니다.
이제 마지막 챕터를 살펴보겠습니다.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방법인데요. 여기서 제안하는 핵심 키워드는'둘로서 하나 돼라' 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유명한 저서 <사랑의 기술>을 통해 좋지 않은 사랑의 예가 공서적 합일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죠. 그가 말하는 공서적 합일이란 각자의 개성이 무시된 무조건적인 결합을 뜻하는데요. 그가 말하는 보다 조화로운 사랑은 공서적 합일과 같이 서로의 개성을 무시하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개성이 유지된 상태에서의 합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토대로 카네기가 제안한 일곱가지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들 모두 에리히 프롬의 관점과 크게 어긋나는 것 없이 잘 들어맞고 있습니다. 핵심이랄 수 있는 점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책이 매우 탁월한 명저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자기계발서 분야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는 시대적 가치와, 또 타인을 섬세하게 배려하고자 하는 감수성은 훌륭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카네기만의 통렬한 통찰이 담기기 보단 스킬 위주의 방법론만 나열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웠고, 게다가 그 방법들도 그다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소개하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존에 소개해드린 책 너머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가령 공자의 인이라던가, 맹자의 직양, 집의 등의 메시지는 아무래도 현대인들에겐 매우 추상적으로만 다가올 뿐입니다. 그에 반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비록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당장에라도 누구나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지침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책을 통해 사유와 행동의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물론 저는 철학이라는 것이 결코 사변적이거나, 이상에만 머무는 허황된 사색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것에 익숙한 오늘날 현대인에게 이 책은 실천적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보태서 여러분들이 기존에 알고 계시던 철학자들의 사상을 카네기가 제안한 각 지침들에 하나씩 녹여보고자 노력해보신다면 더 풍부한 독서가 되리라는 권려의 말씀을 조심스레 더하고자 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