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정성

<우동 한 그릇>

by 혜윰

추운 겨울 따뜻한 칼국수가 주는 위로는 소박하지만 정성스럽다. 길다랗게 잘린 면이 내 차갑게 마른 목구멍을 느지막이 넘어가며 이내 몸 속 어딘가를 뜨겁게 찌르는 듯한 기분 좋은 불쾌감이란 무심한 듯 진심어린 어루만짐이랄까.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가게에서 먹는 칼국수도 어린 시절 할머니가 투박하게 숭숭 잘라낸 수제비를 멸치 국물에 넣고 끓인 것만 못한 것은 왤까. 그때가 그리워 뜨끈한 칼국수가 훌륭한 타임머신이라도 될 마냥 기대하며 호방하게 한숟갈 들어본들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 인식만 뼈저리게 뒷통수를 때릴 뿐이다. 이 씁쓸함이란.



문득 초등학교 시절의 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날은 체험학습 활동으로 선생님과 반 친구들 손을 잡고 대학로에 가서 '우동 한그릇'이라는 연극을 본 날이다. 이를 본 관객 중 상처 많은 가난한 손님이 우동 국물의 탁월미에 감동 받았다고 해석하는 코미디는 설마 없을 것이다. 다만 그는 아마도 목구멍 뜨겁게 몸속을 파고드는 우동 국물을 통해 그보다 진하고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겠지.



무언가에 정성을 담는다는 것, 온 정성을 기울인다는 것이 대량생산과 효율성을 외치는 작금의 사회에서 결코 세련된 태도는 아닐테지만 기꺼이 촌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어떤 화려한 트렌드도 제공할 수 없는 감동을 전하기 위해.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적에 유튜브도 한 번 놀러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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