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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Mar 28. 2020

시련을 먹고 자라는 인간

라이언 홀리데이, 『돌파력』

*유튜브 해설 : https://www.youtube.com/watch?v=FBYPGEBBq8I








*본 포스팅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보다 폭넓게 감상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작성했습니다. 본편과는 달리 상세한 요약은 지양하고, 개괄적인 컨셉과 더불어 핵심 아이디어만 전달해드릴 예정이니 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편 <명상록> 포스팅 링크도 첨부해두겠습니다.


https://brunch.co.kr/@basiefir/81








살다 보면 때때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곤 합니다. 이를테면, 일 년 동안 준비한 시험이 전염병 바이러스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기도 하고, 혹은 힘들게 입사한 회사가 하루 아침에 도산하는 일도 있죠. 이러한 난관이 여러분에게 닥친다면 그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반응할 건가요. 혹은 어떻게 반응해 왔나요. 아마도 자연스러운 반응은 크게 좌절하거나 혹은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는 일이겠죠. 그런데 이 같은 난관의 의의를 성공적인 삶의 필수 요소라고 역설한 한 작가가 있습니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 것을 제안하는 오늘의 책, 라이언 홀리데이의 <돌파력>입니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소위 요즘 잘 나가는 유명 작가입니다. 19세에 대학을 자퇴한 그는 현대판 마키아벨리라 불리는 로버트 그린의 제자가 되어 큰 영향을 받았고, 이후 출간한 데뷔작이 큰 성공을 거두며 화려하게 출판시장에 입성했죠. 그가 쓴 저서로는 <돌파력>을 비롯하여 <에고라는 적>, <데일리 스토익> 등이 있는데요. 이들은 모두 그리스∙로마 시대의 철학을 재료로 삼고 있습니다. 즉 그리스∙로마의 철학을 통해 현대인이 삶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한 책이라 할 수 있죠.




그 중에서도 이번 포스팅에서 살펴볼 책 <돌파력>은 스토아 철학자로 분류되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주재료로 삼고 있습니다. 라이언은 삶의 난관에 봉착한 현대인들에게 아우렐리우스의 사상을 통해 힘을 주고 싶었던 거죠. 그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되기 마련이며, 따라서 우리는 장애물과 난관을 뚫고 지나갈 돌파력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책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이미 우리 시대의 진부한 격언이 된 지 오래고, 그렇다 해서 이 책이 스토아 철학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부록으로나마 준비한 이유는, 첫째로 스토아 철학을 현대에 접목하고자 한 작가의 노력이 의미 있게 느껴졌고요, 둘째로 저의 <명상록> 포스팅을 읽으신 분들에게 스토아 철학이 현실 삶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뻔한 얘기는 생략하고, <돌파력>에 담긴 라이언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스토아 철학과 관련지어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이미 말씀 드렸듯 <돌파력>의 핵심 주제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그 방법론으로 저자는 다음의 세 단계를 제안합니다. 각각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첫째로 인식이란 우리가 마주한 장애물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가리키며, 둘째로 행동이란, 장애물에 대한 분석을 마친 후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론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지란 미래에 또다시 장애물을 마주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죠.


지금부터 이 세 단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며, 각 단계에 스토아 철학이 어떻게 녹아 들어있는지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인식의 단계입니다. 이는 우리 앞에 닥친 장애물을 똑바로 인식하는 단계죠. 이때 우리는 그것이 정말 난관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인지부터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장애물이 아닌 것을 장애물이라 판단한 거라면 이후의 행동 수립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아우렐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즉 그에 따르면 장애물이라는 외부의 사건이나 사물은 그 자체로선 아무 것도 아니지만, 우리의 정신이 그것을 장애물이라 판단하는 순간부터 장애물로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올림픽이 연기되었을 때 어떤 선수들은 크게 낙담하고 좌절하는 반면, 또 다른 선수들은 그것을 기회로 여기고 다시금 훈련에 매진하죠. 즉 올림픽 연기라는 하나의 사건이 누군가에겐 위기로, 누군가에겐 기회로 여겨진 것입니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에 따르면 올림픽 연기는 그 자체로 위기도, 기회도 아닙니다. 다만 그것에 위기나 기회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의 정신만 존재할 뿐이죠. 따라서 인식 단계에서 우리는 우리 앞의 난관이 진정한 난관인지부터 뜯어 살펴야 하는 겁니다. 이를 위한 스토아 철학의 한 가지 팁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입니다. 앞서 예시로 든 선수들의 예에서 올림픽 연기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거죠. 이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발버둥 친다면 오직 무기력과 좌절감만 맛보게 될 것입니다. 즉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몰두함으로써 우리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고, 그 결과 예상치도 못했던 경로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책의 설명입니다.







다음으로 두번째 행동의 단계입니다. 장애물에 대한 분석을 마쳤다면, 이젠 맞서 싸울 차례죠. 이때 필요한 덕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하나는 회피하지 않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장애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 여기곤 포기하는 것을 가리키죠. 즉 장애물 앞에 선 자신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포자기의 심리적 동기는 도전한 뒤 맛 볼 실패가 두려워 도전조차 시도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것은 마치 이별이 두려워 사랑도 못하는 사람들의 변명 만큼이나 어리석은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마주한 장애물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는 명확한 판단이 섰다면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는 거죠.


다음으로 또 하나는 장애물로 인해 잃게 될 손실을 미리부터 겁내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스토아 철학 특유의 덧없음과 연결됩니다. 우주의 무한성에서 인간이 욕망하는 것은 모두 찰나에 대한 집착과 다름 아닙니다. 또한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것을 가졌다는 착각에서 기인하는 것이죠. 즉 장애물로 인해 무언가를 잃더라도, 실은 그것이 덧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있다면 보다 과감하고 자신 있게 난관에 맞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의지의 단계입니다. 이는 어떠한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을 목표로 하는 단계인데요.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필연성입니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이 결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죠. 이러한 필연적 관점에서 우리 앞에 닥치는 난관의 의미는 딱 한 가지입니다. 욕망을 멀리하고 이성을 쫓게함으로써 이른바 우리 안에 있는 로고스, 즉 우주적 질서를 회복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죠. 아주 쉽게 말하면, 삶의 난관이란 우리로 하여금 더 성장하는 발판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겁니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삶의 걸림돌이 디딤돌로 승화할 수 있을 겁니다.


이상이 라이언 홀리데이의 <돌파력>을 간단히 정리한 내용입니다.




스토아 철학은 어떠한 욕망에도 휘둘리지 않는 마음 상태를 아파테이아라고 합니다. 뭇사람들은 이러한 아파테이아가 지극히 정적이고 수동적인 수양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곤 하는데요. 이는 그들이 아파테이아를 그저 우리 앞에 닥친 난관을 무시하고 초연하는 태도라고 오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아파테이아는 장애물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우리 내면의 질서로 다시금 재구성하여 성장의 계기로 삼는 적극적인 투쟁의 과정입니다. 그러니 난관 앞에서 너무 두려워하실 거 없습니다. 풀을 먹고 자라는 토끼처럼, 장애물을 먹고 자라는 로고스가 여러분은 맞이할 테니 말이죠. 부처의 말대로 인생이 정말 고통의 바다라면, 세상을 항해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이 짧은 글이 미약하지만 부러지지 않는 한 자루 노가 되길 소망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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