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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Dec 06. 2017

정서적 안정 없이 학습은 무용지물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고 표현하고 활용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정서적인 안정은 어른들에게도 중요하지만 특히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신경써야할 발달과 성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욕심을 가지더라도 정서적 안정 없이는 학습과 발달, 합리적인 판단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서적 안정 없이 고차원적 능력의 발휘는 불가능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정서적인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면 이성적 인지와 판단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정서에 의해 쉽게 왜곡된다. 그러니 어떠한 경우라도 정서적 안정성은 먼저 달성되어야 하는 과제다. 인간의 이성적 판단은 감정의 정보를 통합하고 조율하면서 가능하다. 그래서 감정이 없으면 이성도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정서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고 호기심을 느끼는 것에 몰두하며 스스로를 발달시켜 나갈 수 있다. 정서의  풍부한 정보 속에서만 무한한 창의성을 누릴 수 있다. 정서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알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상호작용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다음의 설명들을 살펴보면 인간이 능력을 발휘하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데 정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정서의 네트워크가 이성적 네트워크보다 3배나 많다.

우리가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그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주장 때문이다. 정서가 이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이성이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보다 3배나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구조적으로 우리는 감정이 우세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 감정에 휩싸여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정보 보다는 정서가 감지하는 정보의 양이 훨씬 많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이 모호하더라도 정서로 느끼는 것이 전혀 무의미한 정보는 아니다. 단지  이런 정서적 정보를 통합하여 이성적으로 조절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전두엽의 발달에 달려 있는데 이런 기능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이 혼란스러운 것이다. 정서가 전달하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으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서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네트워크가 많아야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정서적 정보가 많은 탓에 감정에 휩싸여 이성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면 너무 감정적이어서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게 된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감정의 영향력이 큰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고 결코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감정의 변연계에서 전두엽 피질로 향하는 네트워크가 3배나 많다.



감정적 정보가 없으면 상식 수준의 판단도 어려워진다.

감정에 휘둘린다고 감정을 억누르고 없애버리면 이성적 판단을 잘 할 수 있을까? 감정적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면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은 불가능하고 생존에 대한 대비도 힘들다. 여기에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아주 유명한 사례가 있는데 뇌종양에 걸려 뇌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유능한 엘리엇이란 사업가가 있었다. 이 사람의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기억과 인지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엘리엇은 불타는 집,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 지진으로 폐허가 된 처참한 사진을 보고도 전혀 정서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를 인식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사소하고 상식적 판단조차 결정을 내리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산만하고 사고의 일관성도 떨어져 회사생활과 결혼생활도 이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이를 연구한 결과 수술을 하면서 감성적 정보가 전달되는 연결점이 함께 제거되었던 것이다. 감정을 느낄 수 없다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는 기대와는 다르게 상식수준의 판단도 못하더라는 것이다. 우리가 현명한 판단을 통해 일상을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감성적 정보와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쥐나 원숭이에게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실험이 있었다. 기본적인 활동은 정상적이었다. 문제는 전혀 겁이 없어진 것이다. 실험 원숭이들이 평소 먹이를 향해 가는 시간은 5초라고 한다. 그런데 먹이 옆에 고무 뱀 장난감을 두면 40초간 멈췄다가 안전이 확인되면 달려간다고 한다. 하지만 편도체가 제거된 원숭이는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먹이를 향해 직행하더라는 것이다. 쥐에 대한 실험에서는 옆에 뱀이 있어도 전혀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행동을 한다. 고양이의 귀를 물어뜯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동물의 실험에서도 서열이 무시되어 행동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 상태에서 생존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도 편도체가 제거되거나 손상을 입게 되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상식적인 수준의 판단도 못하고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게 된다.  생존뿐만 아니라 기억과 학습, 판단에 감정의 인식과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편도체가 제거되어 겁이 없는 쥐, 사진 KBS 다큐-기억
신중한 판단에는 감정도 함께 뛴다.

비슷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성의 빛남은 감성과의 조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애매한 상황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뇌는 신중한 판단을 하는 뇌 부위와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함께 활성화된다. 정말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할 때는 엄청난 양의 감정적 소모가 일어난다. 그것을 혼란스런 소음으로 생각할지 또는 결정을 위한 중요한 정보원천으로 생각할지는 상황과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 정보가 없이는 판단은 더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려운 결정에 감정이 함께 활성화되는 이유는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감정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면 이런 복잡하게 활성화된 상황에 짓눌리게 된다. 우리가 매순간 적절한 판단을 하며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활성화되는 감정 속에서 유의미한 것을 잘 포착하며 이성적으로 조절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감정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기억이 정서기억이고 일상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일반적인 기억을 서술기억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오래 기억되고 자연스럽게 행하도록 하는 습관과 같은 기억을 절차기억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일 강력하게 오래 기억되고 잘 잊혀지지 않고 일상을 지배하는 기억은 정서기억이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기억된 정서기억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에 저장되고 중요한 순간에 회상된다. 그래서 과거에 정서적으로 기억된 혹독한 기억이나 트라우마는 삶의 전 영역에 걸쳐 가장 질기게 사람을 괴롭힌다. 그런데 편도체에 저장된 기억은 시간과 공간을 구분하지 못한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시간이 많이 지나고 공간도 전혀 다른 곳임에도 지금 발생한 것과 같이 혹독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복된 감정이 가지는 정서는 이렇게 강력하게 우리를 지배한다.      


감정으로 반드시 몸으로 나타나서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반드시 몸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얼굴과 피부, 심장박동, 혈압 등 모든 곳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이 그 의미를 다하지 못했을 때는 과장되어 폭발하거나 몸에 오랫동안 남아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만든다. 흐르지 않는 강은 고이고 섞어서 전체를 파괴하는 것과 같다. 결국에는 몸 전체를 교란시킨다. 감정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흐를 수 있는데 이를 몸속에 묻어 두고 흐르지 못하게 하면 그런 감정은  쌓이고 쌓여 크게 팽창되어 결국 폭발하게 된다. 폭발하기 전까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묻혀 있을 뿐이다. 감정은 그 자체로 인간의 욕구를 반영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인간은 감정을 통해 욕구와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표현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존재성을 강하게 느끼지만 감정을 억압당할 때 우리의 존재는 폭발하는 것이다.

      

감정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지배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 조셉 르두(Joseph LeDoux)는 정서가 신피질을 거치지 않고 편도핵으로 직접 통하는 다른 신경회로가 있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한 사람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정서적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인식하지 못해도 감정적 반응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뭔가를 느끼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 뭔가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인식하기 힘든 느낌들이 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판단은 이미 정서의 영향권에서 일어나게 된다. 뭔가 있는데 알 수 없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우리가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우리의 의식이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과 기억이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평소에 자주 내 감정을 읽고 커뮤니케이션해야 모호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의식하지 못하는 감정에 휩싸여 살면서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인지학습은 기대하기 힘들다. 정서적 안정은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감정의 의미를 아는데서 시작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감정을 무시할 수도 있고 활용할 수도 있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증거로 살펴보았지만 우리의 뇌는 정서를 항상 응급으로 처리한다. 정서적 안정이나 도움 없이는 우리는 학습적 능력이나 고차원적 판단도 어렵고 일상의 낭비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정서적 안정이란 자신의 정서를 느끼고 이해하고 표현하고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우선되어 한다. 개인적으로 학습이전에 부모와 환경이 주는 정서적 안정 속에서 주의력과 감정훈련이 먼저 필요하다. 그러면 이어진 줄처럼 학습의 성과는 술술 쉽게 풀릴 것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막혀 있으면서 학습적 욕심을 낸다는 것은 문제를 풀려고 그 큰 문제를 만드는 셈이다. 뇌 과학의 발달로 인간에게 감정의 중요성이 새롭게 증명되고 있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시대 변화 탓에 감성지능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미래의 인재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해석하고 표현하고 활용할 줄 아는 아이들이 만들어 갈 것이다. 이런 능력이 이성적 판단을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감정과 충동의 조절능력과 자기 동기부여 능력, 공감 능력, 사회적 능력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어떤 학습이 먼저인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도록 해서 인정하고 수용하는 뇌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는 곧 감정의 정보를 받아 감정을 활용하고 조절하는 전두엽의 발달을 자연스럽게 촉진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도록 아이들의 감정을 들어주고 물어보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과 언어를 배려하는 것이다. 사실 뇌가 한창 발달하는 아이들에게 더 중요하게 인식되지만 어른들의 세계도 다를 바 없는 원칙이다.



2018년 6월 새로운 책이 나왔습니다. 축하해주세요.~~ 아이들의 두뇌를 이해하는 자녀교육 인문학 책입니다. 뇌를 통해 자녀를 이해하면 어른들 자신을 이해하게 됩니다. #빅브레인  


http://www.yes24.com/24/goods/6128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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