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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Mar 28. 2020

빗속에서 춤추는 것을 배우다

직면하고 수용하는 해석력이 필요하다.

그냥 담담하게 살면 되는데

시간은 언제나 우리에게 사인을 보내는 듯하다. 좁은 골목길 앞에서 오는 차를 넉넉하게 피해 주려고 후진하다가 담벼락에 차를 박았다. 이를 모르고 지나가는 차는 창문을 열어 고맙다고 인사하신다. 며칠이 지나면 딱 1년 되는 신차인데 씁쓸한 기분으로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 음식점엔 벽에 누군가가 사인처럼 써 놓은 명언들이 즐비하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이래저래 읽고 있는데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오며 뒤통수를 친다.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퍼붓는 빗속에서 춤추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사람들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은 자신을 비켜가기를 바란다. 늘 그랬으면 좋겠는데, 때로는 힘겨움이 연장전까지 펼쳐지면 오히려 이런 기대가 마음을 더 힘들게 한다. “왜 나만 그런가” 싶어서...  


KBS 2TV ‘동물의 사생활’

“퍼붓는 빗속에서 춤추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한꺼번에 여러 기억이 일어났다. 어느 방송사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이란 다큐멘터리에서 배우 문근영이 출연했었다. 스타들이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어 경이롭고 신비한 자연 속 동물의 특별한 이야기를 촬영하며 완성하는 미니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거센 파도와 바람 속에서도 자연의 섭리대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마젤란 펭귄을 보면서 문근영은 펑펑 울고 있었다.  “큰 파도든 작은 파도든 담담하게 그냥 살면 되는 건데, 그걸 저 친구들은 하고 있구나..나는 그걸 못했구나”라고 고백하면서 그동안의 고민들이 헛되게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화려하게만 느꼈던 그녀도 그동안 파도를 피하고 이기기 위해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문근영의 눈물은 후회 같기도 했지만 자연에서 느끼는 마음의 정화, 수용이 만들어 내는 용기같았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자신을 놓지 않는 사람은 고통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새로운 해석이 필요해

포기하고도 지루한 고통이 계속될 때 사람들은 고통의 시간을 해석하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처음엔 고통을 벗어날 방법이나 희망을 그리다 그래도 소용없으면 고통에 질문하게 된다.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는 몸의 통증과 싸우며 별 방법을 다 해도 해결책이 없을 때 나아지길 바라던 희망과 기대감은 오히려 상처가 된다. 편법을 쓰지 않고 건실하게 목적지를 향해 노력했음에도 자신을 앞질러 가는 사람을 볼 때면 세상에 분노를 느끼다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대하든 그 시간은 흘러간다. 고통과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바라고 저항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간다. 그 시간이 잃어버리는 시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그 시간의 의미와 사인을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을 피하고 저항하려다 보낸 시간이 아깝기도 하니 말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해석력

삶의 태도나 자세가 변한다고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하지만 변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면 사람의 행동은 달라진다. 세상에서 느끼는 무게와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상을 잘 살아가는 비법을 들어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과 삶을 제약하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일 때가 더 많다. 우리는 세상을 해석한 생각의 결과가 만들어 낸 세상을 산다.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은 평소에 자신의 해석력을 가지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다른 해석력이 생길 때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고통을 피하고 싸우기보다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게 된다. 파도 속에서도 파도를 타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세상이 변하지 않아도 세상이 주는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성취하고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역경 속에서도 회복력이 높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해석력이 다르다. 특히 부정적인 상황을 해석하는 능력이 다르다. 누구도 삶의 파도나 고통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직면하는 용기가 다르다. 그들의 용기는 특별히 용기랄 것도 없지만 삶의 태도나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다. 고통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담담히 직면할 의미와 필요성을 찾아내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그들은 파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타는 주체가 된다.


직면하고 수용하는 용기, 그저 담담하게  

무작정 피하고 달아나려는 순간에 자신은 소외되고 사라진다. 우리는 회피하려는 자동반응을 통해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달면 쫒아서 삼키고 쓰면 피하는 감각적 반응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의지를 잃어버린다. 너무 많이 사용한 근육이 뭉치고 통증을 일으키지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 기능을 상실하면 다른 근육에 더 심한 충격을 준다. 균형이 깨지고 조절력을 읽어버리면 병이 나듯이 수용하고 직면하려는 의지 없이는 자신의 내적 자발성을 잃어버린다. 세상은 냉정해서 균형을 잃어버린 근육을 배려하지 않는다. 피하는 방법도 알아야 하지만 저항하지 않고 담담하게 직면하는 용기도 익혀야 한다. 그래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빗속에서도 춤추기 위해서는 힘든 상황도 직면할 수 있는 나만의 해석력이 필요하다. 그저 담담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담대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직면하는용기 


[2021년 10월, 책으로 나왔습니다. 누리고 음미하는 삶에 대하여≫ ] 

문근영씨에게 한 권 선물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안타까워요!


바쁘고 숨막히는 일상에서 지친 당신을 누리고 음미하는 삶으로 초대합니다!!

뇌과학과 긍정심리, 회복력, 내적동기, 마음챙김을 통한 귀한 삶을 만들고 해석하는 8가지 마음의 기술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421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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